시민혁명을 통한 시민계급의 주체성 확립부터 흑인과 여성의 참정권 운동으로 얻어낸 보통 선거 제도까지, 서구권 국가들은 오랜 세월 동안 피를 흘리는 투쟁을 반복하여 그 대가로 민주주의를 얻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립 후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얻게 되었다. 우리는 헌법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상의 자유를 얻었고, 양성평등 의제가 설정되기 전 보통 선거권을 손에 얻었다. 작가는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는 헌법 1조 1항에 대해 물음을 던지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미숙한 의식 속에서 조기 정착된, 그 값을 온전히 치르지 못한 후불제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이 책은 헌법이나 법률 전문 용어를 몰라도 읽기 쉽게끔 대한민국의 헌법이 어떤 배경에서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 태생으로 인한 한계와 과제는 무엇인지를 시대상에 빗대어 서술하며 후불을 온전히 치르기 위해서는 헌법 조항 자체가 아닌 그것을 올바르게 행사 할 줄 아는 국민의 힘과 의식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국가 경쟁력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 경쟁력은 국민 개개인이 각자가 지닌 잠재적 능력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최대한 발휘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모든 국민들이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공감을 이루고 협동함으로써 공동체의 환경 적응력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국가의 총체적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리 민주주의 확립에 어떤 비용을 지불했나? 투표로 민주 시민의 역할을 다 했다고 자위하며 주위의 많은 일들을 방관해 오지는 않았나? 그 결과 지금 밀린 할부에 이자까지 갚아 나가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정치적 이념이나 나이, 직업을 떠나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어떠한 노력으로 비용을 지불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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