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7살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꼭 하루를 잡아서 이 책을 단숨에 읽는다. 이는 언제부턴가 내 삶에서 일종의 ‘의례’가 되어 삶에 1년치의 생기와 활력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가네시로 가즈키의 <영화처럼>이라는 소설이다.

 
  이 책은 5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5가지의 이야기는 각각의 주제에 걸맞은 문체와 분위기를 가지고 읽는 이들을 단숨에 몰입시킨다. 한번 읽으면 일단 적어도 하나의 이야기가 단락 지어질 때 까지는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을 단숨에 읽고 나면 마치 울림이 있는 영화 5편을 본 듯한 감동과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그러면 나는 그 이야기의 깊은 여운을 먹이 삼아 삶을 살아갈 힘을 얻곤 한다. 이야기가 나를 구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각자의 ‘이야기’를 살아내고 있다. 인생 속에서 펼쳐지는 불연속적인 사건들과 감정들을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엮어내고 연결지으며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즉 저마다 자신만의 ‘인생’이라는 스토리를 구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름의 스토리를 통해 다시 세계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인생은 곧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읽어내는 이야기는, 우리네 인생에서 펼쳐지고 살아지는 ‘이야기’를 보다 선명하고 깔끔하게 정제한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읽을 때 공감하고 감동 받고 또 때로는 분개하기도 하며 우리의 삶을 정돈해 나간다. 그리고 이제는 내 ‘이야기’를 살아낼 힘, 이겨낼 힘을 얻는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그런 이야기들이다. 이야기로 현실을 이겨내는 이야기.
 
  만약 이 책을 다 읽고, 그 감동과 여운을 마음에 꾹꾹 담기라도 하듯이 책을 탁! 덮으면 책 뒷면에 이 문구가 눈에 분명 들어올 것이다. “개똥 같은 현실이여, 이야기의 힘 앞에 넢??엎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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