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 “학교의 소통 부족이 문제”

 

  최근 △성균관대 △서강대 △서울대 등 일부 서울 주요 대학이 추진해 오던 제2·3캠퍼스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달 10일(월)부터 제2캠퍼스로 추진되어 왔던 시흥캠퍼스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한 달이 넘도록 본관을 점거했다. 성균관대는 경기 지자체와 성균관대 측이 함께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과정에서 대학 측의 무계획과 학교 부지 가격 갈등이 불거지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서강대는 이사회 내의 대립으로 인해 총장이 사퇴하면서 캠퍼스 건립 사업이 잠시 중단되었다.

 

적극적으로 제2·3캠퍼스 유치에 나선 대학들

  현재 제2·3캠퍼스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캠퍼스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이다.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사업은 지난 2007학년도 ‘글로벌리더십 캠퍼스’라는 장기발전 계획 아래 논의되어 왔다. 서울대는 시흥시와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두 차례 ‘서울대 시흥캠퍼스 및 글로벌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조성’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리고 지난 8월 시흥시와 사업 개시 직전 단계인 실시협약을 맺었다. 마찬가지로 서강대도 제2의 도약을 위한 ‘글로벌 융합컬리지’ 계획으로 캠퍼스 사업을 구체화했다. 서강대는 지난 2010년에 남양주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14년 12월 부지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서 교육부 승인만 남은 상태였다.

  이처럼 서울 주요 대학들이 제2·3캠퍼스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학교 발전을 위한 제2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해외 명문 대학들은 ‘Residential College(기숙형 대학)’을 도입, ‘글로벌 연구단지’와 ‘산학연 클러스터’를 갖추고 있다. 국내 대학 역시 처음에는 교내에 이런 시설을 두어 학문과 산업의 자유로운 연계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서울에 위치한 본 캠퍼스는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한 공간이 부족하고 캠퍼스를 확충하려 해도 서울의 부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대학들은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수도권에 제2·3캠퍼스를 건립하려는 수요가 높아졌다.

 

지자체, 캠퍼스 유치의 긍정적 효과 기대

  명문대 캠퍼스를 유치하게 되면 도시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교육 인프라가 마련되는 등 도시의 가치가 상승한다. 지난 2010년에 송도에 연세대 국제캠퍼스가 들어서면서 송도의 경제가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IFEZ 인천자유구역청 송도사업본부는 “연세대 국제캠퍼스가 들어선 뒤로 유동인구가 늘어나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송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그래서 지자체는 제2·3캠퍼스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시흥시는 제2캠퍼스를 건립하려는 서울대 측에 3천억 원의 건축비를 지원하고, 9천억 원에 해당하는 부지 66만 2,000㎡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남양주시 역시 서강대에 500억 원의 건축비와 신도시 부지 비용 3,500억 원을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성균관대 또한 평택시로부터 106만 8,000여㎡를 제공받기로 했는데, 이는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1조 원에 가까운 수치이다.

 

교내 구성원들 “학교의 소통하려는 노력 부족”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달 10일(월)부터 총학생회 주도 하에 본관 점거 농성을 진행하면서 학교가 구성원들의 상의 없이 제2캠퍼스 협약을 단독으로 체결한 것을 비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2013년에 시흥캠퍼스 사업이 공론화되었을 때부터 학생들은 기숙형 대학에 의무적으로 학생들을 보내는 것을 반대했다”며 “이후에도 구체적인 계획과 수업 방식 등을 질문했으나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서강대는 캠퍼스 사업의 추진을 대부분 완료했으나 마지막 절차에서 이사회 구성원 사이의 대립으로 사업이 잠시 중단되었다. 당시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이사 5명 중 4명이 예수회 소속 신부였는데, 서강대 유기풍 전 총장은 지난 9월 긴급 기자회견에서 “예수회가 학교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등 독선의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하며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유 전 총장 측은 “남양주시의 지원과 동문 약정액이 확보된 상태에서의 남양주 캠퍼스 사업 건은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며 사업 추진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예수회 측은 “남양주시의 지원금과 동문 약정액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토지 확보 및 조성사업 비용을 기부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무리”라며 반대 입장을 취했다.

  한편 서강대 학생들은 이사회 구조개편과 남양주캠퍼스의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학교와 이사회는 학생들과 어떠한 정보 공유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캠퍼스 사업 차질에 지자체·지역주민 분노 잇따라

  대학들의 제2·3캠퍼스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서강대 이사회 측은 협약 전반에 걸쳐 재협의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남양주시에 보냈다. 이에 남양주시는 “서강대 이사회가 협약에 대한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 먼저”라며 제안을 거절했다. 덧붙여 “협약에 대한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강대 캠퍼스 사업에 대해 남양주시는 작년 10월에 민간사업자 선정을 마친 상태였고 시공사도 공사 계획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사업이 좌초되면서 계획이 모두 무산되어 재정, 인력 면에서 크나큰 피해를 입었다.

  지역주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주민들이 소유한 부지가 개발예정지로 묶이면서 매매가 불가능해졌고 사업 추진 장기화로 별다른 소득도 없어 재산상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남양주시 지역 주민들은 서강대에 “제대로 사업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손해 배상 청구는 물론 대규모 집회와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서울대와 시흥시에 캠퍼스 사업 실시 협약이 맺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시흥 배곧신도시’에 몰려들었다. 건설사들은 서울대를 앞세워 아파트 분양 홍보에 열을 올렸고, 많은 주민들이 도시의 성장을 기대하며 아파트 분양을 계약했다. 하지만 캠퍼스 사업이 연기되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민들은 분노했다. 입주민 5천 6백여 명은 ‘시흥시민연대’를 결성해 “사업이 계속 지체되면 서울시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명서를 서울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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