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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의 역대 애니메이션 작품 중 가장 히트한 ‘효자 작품’을 꼽아보자면 <라이온 킹>을 빼놓을 수 없다. <라이온 킹>은 뮤지컬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는데 뮤지컬 라이온 킹은 97년 5월 브로드웨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7천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브로드웨이에서 최초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흥행작 기록을 얻는 등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16년 개봉된 실사 영화 <정글북>의 연출을 맡은 존 파브로 감독이 <라이온 킹>의 실사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하니, <라이온 킹>이라는 콘텐츠의 위용과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갈 만하다. 그런데 <라이온 킹>의 빛나는 성공 뒤에 저작권 분쟁 이슈가 있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라이온 킹>의 OST 중 ‘The Lion Sleeps Tonight’는 본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줄루 족 출신 가수 사무엘 린다가 아프리카 원주민이 사냥할 때 부르는 전통 노래의 운율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으로, 1932년 ‘Mbube’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곡이다. 린다는 1952년에 이 노래의 저작권을 레코드 제작사에 넘겼고, 린다의 노래를 실은 음반은 10만 장 이상이 팔렸다. 린다의 노래는 판매실적에서의 성공은 물론,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이 넘는 가수가 다양한 형식으로 리메이크 해서 부르기도 했고 여러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바 있다. 린다의 노래 덕에 레코드 제작사가 큰 이익을 얻었음은 물론, 린다의 노래로 작품의 분위기를 살린 영화(ex: <라이온 킹>) 또한 성공을 거두었다. 허나 정작 원저작자인 린다에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맹에 가까웠던 린다를 상대로 저작권 계약을 제안한 레코드 제작사가 터무니없는 조건(한 달에 87센트를 받기로 한 계약서)으로 계약을 성립시켰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노래를 만들었지만, 린다는 초라한 생활을 해야만 했고 그가 1962년 53세의 나이로 타계할 때 그의 은행계좌에는 겨우 22달러 남짓한 돈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2004년 린다의 유족들이 린다의 저작권을 사들인 미국의 아빌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2006년 승소 판결을 받으면서, 불합리한 계약으로 얻은 저작권료를 레코드사가 계속해서 차지하는 상황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린다의 사례는 저작권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불공정 계약을 맺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비극 중 하나다.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상식이 부족했던 과거에나 생길 법한 일이라고 넘어갈 순 없는 것이, 오늘날에도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과 이용이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의 이익에 눈먼 기업은 자사의 공모전에 출품된 응모작의 모든 권리가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거나, 갑을관계를 이용하여 저작권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구성된 계약서를 내밀며 서명을 강요한다. 이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임은 물론 저작권자의 인격을 살해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일련의 행위는 비단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저작물을 이용하는 ‘불법 다운로드’에 관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누군가의 꿈과 열정을 짓밟는 것, ‘린다의 비극’을 반복하는 일이다. 저작물을 공정한 방법으로 이용하는 것,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꿈과 열정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드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