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헥터의 행복 찾기 여정을 유쾌하게 풀어놓은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프랑수아 를로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정신과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 아름다운 여자친구, 적당한 돈과 사회적 지위,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헥터(사이먼페그)다.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 그의 삶은 어느 날, 자신의 삶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균열이 생긴다. 그를 찾는 환자들도 그와 같은 증세를 보인다. 부와 명예를 가진 CEO, 중산층 부인, 부자 변호사 등 불행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불행한 사람들’이 헥터를 찾아와 슬픔을 토로한다. 치료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두고, 헥터는 그 어떤 처방전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행복’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영화 속 헥터의 여정은 중국·아프리카·미국을 오가며 다채롭게 진행된다. 또한 저명한 원작의 무게에 압도되는 대신 영화는 디테일과 속도감을 강점으로 독자와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는데 성공한다. 영화 속에서 헥터의 일상을 이루는 소소한 삶의 조각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국적인 풍경이 맞물리며 버라이어티의 끝을 보여준다. 돈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라고 믿는 중국 상하이의 은행가, 가족과의 평범한 삶을 꿈꾸는 마약 밀매상,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여행을 떠난 말기 암 환자까지. 다양한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들이 다채로운 영상미와 더불어 헥터의 ‘행복수첩’에 하나씩 기록된다.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헥터가 수많은 이들에게 던졌던 하나의 질문은 척박한 땅 아프리카에 도달해서야 답변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의 여정은 ‘오픈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하며, 핵터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찾는데 일조한다. 결국, 헥터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행복’은 애써 찾을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찾는 과정 그 자체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파랑새가 그러하듯 헥터의 행복은 그 자신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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