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히만과 '일베언어'사용자의 유사성 그뤼버 감독의 핑계를 넘어서는 대안을 찾아서

논문개요

  일베는 5.18 희생자 명예훼손과 여성에 대한 혐오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규칙을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언급한 ‘말의 무능성’을 목격하고 있다. 일베가 만든 인공언어 사용에 따른 ‘말의 무능성-사유의 무능성-판단의 무능성’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법을 통해 일베를 강제로 폐쇄해야 하는가? 일베를 폐쇄할 경우 제2의, 제3의 일베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또한 조직 폐쇄에 대한 위기감은 그들의 내적 결속력을 증대시켜 그들만의 언어규칙 만들기는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아렌트가 분석한 소통의 가능성과 밀의 주장을 통해 일베 문제의 해결방법을 알아본다.
 
서론. 일베의 폐해와 그 범주들, 그에 따른 언어규칙
 
  일간베스트(이하 ‘일베’)라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다. 일베에 사회적 관심이 생긴 것은 2012년 대선부터였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일베’에 대응하면서 인터넷 사용자들의 일부만이 알고 있던 일베가 정치‧사회적인 문제가 된 것이다.1) 더욱이 사람들의 분노를 산 것은 5.18 기념일을 전후로 해서 일베에 일명 ‘홍어택배’라고 불리는 게시물이 올라오면서부터다. 5.18 희생자들이 관에 누워 있고, 그 관 앞에서 유가족들이 슬퍼하는 사진을 보고 일베 이용자들이 ‘홍어택배 배달’이라고 비하한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용납될 수 없는 일베의 행위가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 일베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범주로 정리할 수 있다.2)
 
첫째, 극단적인 정치 성향, 일부 정치인에 대한 폄하
둘째, 편향된 역사 인식
셋째, 여성에 대한 혐오
넷째, 특정지역에 대한 혐오
 
  일베는 각각의 범주에 해당하는 그들만의 언어규칙을 가지고 있다. ‘일베’ 코드는 어느덧 하나의 하위문화로 자라났고 십대들이 거기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증언도 많다.3) ‘노무노무’, ‘노알라’, ‘운지’, ‘뇌물현’, ‘~노’로 끝나는 종결어미(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쩔뚝이’, ‘핵대중’, ‘슨상님(故 김대중 전 대통령 비하)’, ‘민주화(과정이나 절차 혹은 다수의 의견을 ‘획일화시키다’ 따위의 부정적 의미로 쓰는 용례)‘와 같은 일베의 언어규칙은 이제 ‘일베’를 넘어 인터넷 문화 전반에 널리 퍼져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그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사용하기도 한다. ‘민주화’라는 단어를 ‘획일화시키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일베 유저들의 역사인식은 5.18 광주 희생자들이 관에 누워있는 사진을 보고 ‘홍어택배’라는 말을 가능하게 했다.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일베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김학준의 연구에 의하면, 일베의 언어규칙이 우리사회에서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일베는 인터넷 유머 사이트다. 이것은 일베가 인터넷 하위문화의 전통적인 유머 코드를 승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 일베는 큰 사이트다. 동시 접속자가 2만 명을 넘나드는 초대형 커뮤니티다. 셋째, 일베의 시스템은 경쟁 압력이 아주 크다. 짧은 시간에 추천을 많이 받아야 일간베스트 게시물이 되고, 활동량과 일간베스트 게시물이 많으면 레벨이 올라가는 구조다. 유머 사이트, 유입 인구, 경쟁 압력이라는 삼박자가 갖춰지는 순간 폭발적인 진화가 일어났다. 표현의 반사회성과 극단성은 일베의 구조에 내재한 속성에 가깝다.4)
  일베가 생산하고 유통한 그들만의 언어 규칙은 어느덧 우리 인터넷공간에서 하위문화로 자라났다. 일베의 언어규칙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어느덧, 한나 아렌트가 말한 ‘말의 무능성’과 ‘사유의 무능성’이 목격된다.
  본 논문에서는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에서 나타난 ‘무능성’과 ‘일베언어’ 사용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구조적 유사성을 살펴본 뒤 해결책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정상적인’ 유대인 살인자와 현실에서 ‘일베언어’ 이용자들의 모습
 
  아이히만과 일베를 비교할 때 주목해야 하는 두 가지 지점이 있다. 첫째는 본 논문에서는 ‘일베 언어 사용자’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이는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것처럼 세월호 희생자를 오뎅탕으로 비하하거나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홍어택배로 비난하는 행위와는 차이가 있다. 언어규칙의 사용자들은 본인이 사용하는 말의 본래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히만과 비교될 것이다. 둘째는 아이히만은 개인이지만 일베는 집단이라는 점이다. 동일 집단은 소속감을 공유하지만 충성도나 기여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다수의 이용자5)가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고 하루 이용시간도 모두 다른 이용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간베스트가 온라인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개별 구성원이 느끼는 유대감이나 결속력의 스펙트럼이 넓을 것이다. 따라서 일베의 언어규칙 사용자를 한명 혹은 수십만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언론을 통해 특정할 수 있게 된 4명의 케이스를 통해 유추해보고자 한다. 
 
  김학준은 연구 과정에서 일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일베 이용자들이 현실에서는 매우 순응적이고 착한 태도를 보인다고 말한다. 그들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상황에 주눅 들지 않고 예의 바른 청년들이었다.6) 이는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재판장에서 발견한 아이히만의 모습과 닮았다. 유대인학살의 주범인 아이히만도 가족을 사랑하고 주변인과의 관계가 모범적인 ‘평범한’ 사람이었다.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은 나치 친위대에서 중령(최종계급)으로 근무하면서 유대인의 이송을 담당하였다. 전쟁이후 아르헨티나로 도피하여 생활하던 중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체포되어7) 예루살렘으로 이송되었다. 그는 재판에서 유대인 학살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고 그저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나 아렌트의 관찰 결과 아이히만은 어리석지 않았다. 정신과 의사들의 감정에서 아이히만의 정신상태는 다분히 정상적이었다.
 
  걸그룹 시크릿의 리더 ‘전효성’은 2013년 SBS의 라디오 프로그램 '최화정의 파워 타임'에 출연해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청취자들과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자신의 SNS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2014년 서울대 축제의 일환으로 게임대회가 있었다. 게임대회 참가팀 중 ‘삼일한’이라는 팀명이 문제가 되었다. 삼일한은 ‘여자와 북어는 3일에 한 번씩 패야한다’는 말에서 파생된 일베의 인공언어이다. 논란이 일자 팀장이 대학 내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해당 팀장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승급은 삼일한이지', '삼일한의 뜻은 3일에 1번'이라는 글을 보고 팀명을 그렇게 지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며 "경솔한 결정으로 물의를 일으켜 많은 분이 심적 고통을 받은 것에 깊이 반성하고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전했다. 8)
 
  중부 매일일보의 10월 14일 보도에 의하면, 청주의 모 교보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맞춘 체육복에 한 학생이 ‘MC무현’이라는 표현을 마킹해 문제가 되었다. 문제의 학생이 이 체육복을 입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었고 학교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MC무현’은 일베의 언어규칙중 하나로, 유명 가수들의 노래에 故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음성을 편집해 넣은 노래를 총칭하는 단어다. 노래의 가사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으로 노전대통령을 비하하고 있다. 학교 측의 확인결과 이 체육복을 제작하여 착용한 3학년 A군은 ‘단지 재미로 했을 뿐이며, 그 의미는 알지 못했고, 본인이 일베의 회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영한 전 수원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008년부터 여러 개의 아이디로 포털과 일베에 수백 개의 댓글을 작성했다. 세월호 참가 희생자를 어묵으로 비하한 혐의로 구속된 김 모(20) 씨 사건 기사에 "모욕적 수사로 구속된 전 세계 최초 사례"라는 댓글을 남기며 김 씨를 두둔한 것으로 알려졌다.9) 이 부장 판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투신의 제왕”이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도끼로 XXX을 쪼개버려야 한다”, “이런 거 보면 박통, 전통 시절에 물고문, 전기고문했던 게 역시 좋았던 듯”, “촛불폭도들도 그때 다 때려죽였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10)
 
  보직해임된 부장판사를 비롯해 유명 걸그룹의 리더, 서울대학생, 고등학생 등 일베언어 사용자들은 우리 주변에 있다. 그들의 생활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인들은 넘어서는 재능과 사회적 지위가 있다. 일베가 추구하는 여성험오와 극단적 지역감정, 그리고 극단적 정치 성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은 일베가 만든 언어규칙을 사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베의 언어규칙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용한다고 해서 위의 4가지 사례가 일베의 정치성향이나 비인권적 행동에 동의하거나 참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신투쟁 옆에서 폭식투쟁을 한다거나 시위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어르신을 모욕하는 행위는 다른 층위의 행동양식이다. 일베는 앞서 언급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언어규칙의 사용자들은 위의 언급한 행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었다. 문제는 그들의 언어규칙을 공유하면서 생길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일베 영역의 확대와 그것의 결과라 할 수 있는 ‘사유의 무가능성’에 있다. 
 
2. 나치의 의도와 언어규칙 사용자의 사고력의 상관관계 
 
  일베의 언어가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소위 ‘일베 정신’과 관련 없는 일반인이 사용한 사례를 언급했다. 나치 또한 그들만의 언어규칙이 있었는데, 나치의 언어규칙을 통해 일베의 언어규칙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었을 때의 효과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재판과정에서 사용한 언어습관에 주목한다. 아이히만은 상투어나 관청용어(Amtssprache)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단 한구절도 말할 능력이 없었다.11) 아렌트는 “그가 사실 관용적인 표현 (Redensarten)이나 선전문구(Schlagworte)를 사용하려고 의도했지만 그 대신 도처에서 ‘날개 달린 만들’(고전에서 인용한 유명한 구절을 사용하는 독일어의 일상어법)을 사용한 일은 우스꽝스러웠다.”12) 고 지적한다. 
 
  아이히만의 재판은 독일어로 진행되었다. 진술과정에서 아이히만은 ‘이걸 주고 저걸 받다’(kontra geben)이라는 관용구를 사용한다. 카드놀이에서 사용되는 이 표현을 몰랐던 판사는 아이히만에게 그 뜻을 물었다. 그러나 아이히만은 ‘이걸 주고 저걸 받다’는 관용구를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지 못한다. 아이히만은 재판장에게 사과하면서 “관청용어(Amtssprache)만이 나의 용어입니다”라고 말했다.13) 아렌트는 관청용어가 그의 언어가 된 것은 “상투어가 아니고서는 단 한구절도 말할 능력이 없기 때문” 이라고 보았다.  
 
  이 대목을 자세히 보면 아이히만이 얼마나 상투어에 빠져있는지 알 수 있다. 카드놀이에 관한 표현은 ‘관청용어(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행정적 절차에 관한 용어)’가 아닌 ‘관용어(관용적으로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특정한 뜻을 나타내는 언어 형태)’이다. 하지만 아이히만은 ‘관용어’의 뜻을 다른 표현을 사용해 설명하지 못한데 대한 사과로 ‘관청용어’만이 자신의 언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사명감이나 열정적인 임무 수행 때문에 그가 ‘관청용어’만을 쓰게 된 것이 아니다. 그는 ‘이걸 주고 저걸 받다(kontra geben)’는 표현이 관청용어인지, 관용어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언어는 상투어가 지배하고 있다. 아이히만의 언어사용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 고정되어 사유가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습관으로 이루어진 그의 언어표현은 말을 통한 사유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유는 언어를 이용해 스스로와 대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검찰에게 또는 법정에서 그의 말은 언제나 동일했고 똑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자기가 스스로 만든 문장을 하나 말하더라도 그는 이 말이 상투어가 될 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14)
 
  이를 통해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서 ‘말하는데 무능력함(inability to speak)이 그의 생각하는데 무능력함,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와는 어떤 소통도 불가능하다. 이는 그가 말(the words)과 다른 사람들의 현존을 막는, 따라서 현실 자체(reality as such)를 막는 특특한 벽으로 에워싸여 있기 때문이다.” 15)  
 
  그의 언어습관이 현실자체와 유리된 원인에는 관청용어와 상투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치가 유대인 학살과정에서 만든 ‘언어규칙’16)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나치는 600만에 이르는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조직적인 협조가 필요했다. 학살 과정에 참여하는 조직과 참여 인원들은 제정신을 유지하면서 이 작업에 참여했다. 나치의 언어규칙은 현실 그 자체로부터 유대인 학살과정에 참가한 사람들의 양심과 사고를 보호하는 벽의 역할을 했다. 그들의 사고를 현실과 분리될 수 있게 해주었다. 사고는 스스로와의 대화이다. 대화는 언어로 이루어진다. 스스로와의 대화는 용어와 언어의 의미에 영향을 받는다. 아이히만과 나치의 협조자들이 유대인 학살과정에서 사용한 언어들은 그들의 사고가 현실에서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잘못됨을 느끼지 못하도록 기능했다. 아이히만은 친위대에 근무하면서 나치의 언어규칙을 자연스럽게 습득했을 것이다.  
 
  아렌트는 상투어의 사용을 판단 불능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와 예루살렘에서 쓴 회고록에서, 경찰심문과정과 재판에서 단어하나 틀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상투어를 반복하고 있다. 아이히만의 증언에서처럼 아르헨티나 시절 작성한 회고록은 그에게 자유가 있었기에 굳이 ‘상투어’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동일한 표현과 동일한 단어의 사용이 반복되는 것은 말의 무능성(inability to speak)성을 보여준다. 사고는 스스로 하는 대화이다. 결국 말의 무능성이 생각의 무능성(inability to think)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양자의 연관성은 가다머의 해석학의 기본 명제에 해당하므로 여기서 상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17)
 
  결국 생각의 무능성이 아이히만에게 악행을 가능하게 했다. 아이히만은 정신이상자가 아니었다. 예루살렘에서 6명의 정신과 의사에게 검진을 받았을 때 의사들은 그의 정신상태가 양호함을 넘어서 모범적이라고 하였다. 나치 친위대는 히틀러 정권에서 권력의 핵심이었고 많은 군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이히만은 1932년 친위대에 입대한 이후 경쟁이 치열한 엘리트 집단에서 중령까지 승진하였다. 그가 보여준 탁월한 업무수행능력은 상황을 판단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사유의 무능성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진정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다. 
 
  “아이히만은 단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로 하여금 그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순전한 무사유 (sheer thoughtlessness)였다. 이처럼 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과 이러한 무사유가 인간 속에 아마도 존재하는 모든 악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대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상 예루살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었다.” 18)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도 ‘말의 무능성’을 가능케 하는 ‘언어규칙’이 생성, 유통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 일부는 이미 ‘말의 무능성’을 보이고 있다. 
 
3. ‘일베의 언어규칙’과 그 예상 효과
 
  나치와 마찬가지다. 일베의 이용자들은 그들만의 언어규칙을 만들어 유통하고 있다. 필자는 일베 이용자를 두 개의 집단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하나는 여성혐오나 지역감정 유발 등을 목적으로 언어규칙을 만드는 ‘언어규칙 생산자 집단’이다. 두 번째는 ‘언어규칙 학습자 집단’이다. 일베의 언어규칙 생산에 적극 가담하지는 않지만, 그 언어규칙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쓰는 언어의 출처가 일베라는 사실을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다. 게임 채팅창과 일베와 관련이 없는 커뮤니티에서도 일베용어들은 흔하게 목격된다. 두 번째 집단의 경계는 모호하다. 스스로 일베의 이용자라는 확실한 인식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저 가끔 일베에 들러 게시물을 구경하는 ‘방문객’정도로 인식할 수도 있다.
 
  나치의 언어규칙과 비교해 보자면 ‘언어규칙 생산자 집단’은 ‘비밀을 가진 자’19)와 유사하다. 이들은 직접 자신들만의 필요에 의해 그들만의 논리 속에서 언어규칙을 만든다.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운지’20)를 만들고, 전라도를 비하하기 위해 ‘홍어’라는 언어 규칙을 만들었다. 이외에 여성에 대한 비하와 편향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수많은 언어규칙들을 그들만의 사적 견해와 논리를 통해 만들어 냈다. 그들은 본래 그 단어가 무엇을 위해 사용되는지 알고 있다.
 
  아렌트의 분석에 따르면 나치의 언어규칙의 중요 목적은 유대인에 대한 학살이 이루어지는 것을 감추려는 의도보다는 끔찍한 학살에 참여하면서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살상과 거짓말에 대한 그들의 오랜 ‘정상적인’ 지식과 동일시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함”21)이었다. 
 
  일베의 언어규칙도 여성비하, 지역감정 조장, 일부 정치인에 대한 비판 등의 본래의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제정신인체 그 일22)을 하려고 만들었다고 볼 수 도 있다. 또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일베만의 용어를 만들어 자신들의 소속감을 증대시키고, 자신들과 입장이 다른 집단 또는 개인을 희화화시키기 위함이다. 공동의 언어 사용은 소속감을 증대시키고 결집력을 높일 수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인공언어 사용의 결과는 마찬가지다. 일상언어는 현실과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이론적 언어와 다른 특성을 가진다. 아이히만이 사유가 불가능했던 것도 일상언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23) 결국 일베가 만든 인공언어의 사용자들도 ‘생각의 무능성’에 빠질 위험이 늘 존재하는 것이다. 
 
  ‘언어규칙 수용자 집단’의 경우는 일베가 만든 인공언어의 본래 의도를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습관적으로 일상에서 일베의 인공언어를 사용한다. 점차 그들에게 일베의 용어가 상투어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상투어만을 사용하며 사유의 무능성을 보여준 아이히만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앞서 4개의 사례로 한정하여 일베의 언어규칙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단면을 살펴보았다.
 
  아렌트가 말한 무사유가 인간 속에 아마도 존재하는 모든 악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대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가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에의 언어규칙이 말의 무능성으로 이어진다. 말의 무능성은 생각의 무능성으로 이어지면서 자신들이 하는 일이 진정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아이히만의 악행과 일베언어의 단순 사용자 즉, 언어규칙 학습자 집단의 행동의 층위는 다르다. 중요한 점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비방과 폭식투쟁,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등의 행동을 제정신인 체하며,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베의 언어가 인터넷을 타고 우리사회에 펴지고 있다는 점이다. 행동을 결정할 때 인간은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사고가 말의 사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우리사회의 폭력성과 비인간성, 그리고 여성과 약자에 대한 행동에 일베언어 사용은 직‧간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실제 사례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4. 말의 무능성이 불러온 범죄
 
  일베 관련 범죄는 명예훼손부터 극단적인 범죄까지 다양하게 보도되고 있다.24) 동시에 일베에 의해 자행된 많은 명예훼손 사건의 범행 당사자에게서 ‘말의 무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일베의 문제점에 대해 기사화한 이계덕 기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간베스트 사이트에는 해당 기자에 대한  8만 건에 달하는 비방글이 작성되었다. 이계덕 기자는 일베 운영자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150건이 넘는 고소를 진행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일베 이용자의 80%는 고등학생과 20대였다. 
 
  그중 한명인 정아무개(18)군은 “악의는 없었어요. 그냥 일베에서 이계덕씨에 대해 나쁘게들 말하길래 실제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같이 욕했어요. 그런 글을 쓰는 게 나쁜 행동인지 몰랐어요. 고소당한 뒤 하루하루 정말 피가 마르는 것 같았어요. 이계덕씨에게 제가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25)
 
  주변 집단의 행동에 쉽게 영향을 받는 청소년기에는 ‘말의 무능성’에 훨씬 쉽게 빠질 수 있다. 특히 말의 무능성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언어가 또래집단 사이에서 유통된다면, 청소년들은 쉽게 말의 무능성과 사유의 무능성에 노출된다. 동성애자인 이계덕씨에게 일베에서 동성애자를 비하하기 위해 만든 인공언어를 사용한 정군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인지 몰랐다고 한다. 우리는 또다시 이곳에서 아이히만의 일면을 볼 수 있다. 
 
  결국 ‘일베언어 사용자’의 확산이 범죄자의 고백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인터넷 공간에서 ‘일베의 영역’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 일베가 그들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은 그들의 언어가 우리의 사고를 침범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일베를 막아낼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자. 
 
5. 문제 해결의 방법
 
  일각에서는 일베의 폐쇄를 주장하기도 한다. 일베의 폐쇄가 일베가 만든 문제점을 해결할 것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필자가 지적하고 있는 일베의 문제점은 ‘언어 규칙의 생산을 통한 말의 무능성 확대’이다. 일베라는 커뮤니티가 폐쇄된다면 그들은 이름만 바꾼 제2의, 제3의 일베를 또 만들어낼 것이다. 일베의 폐쇄는 그들에게 위기감을 고조해 더욱 응집력을 강화할 것이고, 이는 그들만의 ‘인공언어’ 생산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 뿐만 아니라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의 폐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일베 폐쇄가 진행된다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반정부 성향, 반기업 성향의 커뮤니티들에 대한 폐쇄도 그 가능성을 논하기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는 분명히 지켜져야 하는 만큼 일방적인 폐쇄는 옳은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일베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폐쇄가 아니라면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그 누구도 제게 와서 제가 의무를 수행하면서 한 어떤 일에 대해서 저를 책망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뤼버 감독조차도 그렇게 했다고 주장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26)
 
  필자는 우리가 그뤼버 감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뤼버는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목사였다. 그는 아이히만의 행동이 악행임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뤼버의 판단에 따르면 말을 하는 것은 행동을 하는 것보다 영향력이 적고 자신이 설교하거나 설득하는 게 아이히만에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말이 행동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강제력을 통해 일베를 폐쇄시키는 것으로 일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베 이용자들과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말의 무능성’을 제거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말의 무능성의 제거는 ‘일상언어’를 통해 현실–말–사유의 관계가 유기적일 때 가능하다. 아렌트가 일상언어와 이야기의 형식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사유의 대상은 일상언어를 통해 표현된다. 일상언어를 이용한 자기 스스로와의 대화는 말의 무능성을 제거한다. 인공언어를 사용해 말의 무능성이 생기고 연쇄적으로 사유의 무능성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판단의 무능성이 이어졌다면, 반대로 일상언어의 사용을 통한 사유의 정상화는 말의 무능성–사유의 무능성-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판단의 무능성을 연쇄적으로 정상화 시킬 것이다. 그 시작은 일상언어27)의 사용을 통한 이야기, 즉 대화에 있다.
 
  “이야기는 이론과는 달리 현실의 힘을 반영하는 일상언어를 사용한다. 일상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야기는 보편적인 설득력을 가질 자격을 갖춘다. …아렌트에게는 이야기될 수 있다는 것은 곧 받아들여지기 위한 첫 단계로 이해된다. …수용의 여부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화자되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이야기되는가와 연결이 된다. 이때 전제되는 것은 보편적인 원리나 준거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사람의 존재이다. 이를 달리 표현한 것이 『칸트 정치철학 강의』에서 아렌트가 제시한 ‘공통감’(sensus communis)라고 할 수 있다.” 28)
 
  공통감(sensus communis)은 칸트의 용어로 “우리로 하여금 공동체에 걸맞게 해주는 별개의 감각”29)으로 이해된다. 이 공통감은 우리의 판단이 소통 가능하게 해주는 근거가 되며, 이렇게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우리는 동일한 의사소통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칸트는 이러한 감각이 모든 사람에게 내장되어 있다고 전제한다.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사실 일베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이 공통감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대다수에게 존재하는 공통감은 지금처럼 일베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을 막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베의 위험성은 그 악영향이 우리 사회에 확산된다는데 있다. 
 
  아렌트는 구체적인 대화를 소통 가능성의 열쇠로 보고 있다.30) 인간의 복수성은 생활에 있어 대화를 필요로 한다. 대화란 이론적 연구의 산물이 아니다. 대화는 자신이 현실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아렌트가 제시하는 ‘설명하기’는 삶의 경험과 인격적 차원이 모두 드러나는 일상적 대화의 형식을 의미한다.”31) 인터넷 공간에 내가 왜 일베가 주장하는 것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하기’를 시도해야 한다. ‘설명하기’를 통한 소통은 일베의 대다수로 추정되는 ‘언어 수용자 집단’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감은 대화하기에 참여하여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자유론에서 밀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진리는 더욱 뚜렷해지며 옳지 않은 주장과 구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적극적으로 우리가 옳다고 믿는 주장을 표현해야 한다. 일베에서 혹은 일베 성향의 글이 보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인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32)
 
  만약 일반적인 통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이나 여론이 이의 제기를 허용할 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마음의 문을 열고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믿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데, 또는 그 믿음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다면 아주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그가 우리를 대신해서 그래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33)
 
  일베는 우리의 일반적 통념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밀의 주장처럼 어쩌면 우리는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베의 관점이 드러나는 설명이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교환되는 가운데, 대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타인의 관점과 입장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관점에만 경도되지 않을 수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의 논리를 재점검하여 건강한 신념을 강화할 기회가 된다. 민주화운동에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박정희와 전두환에 대한 일베의 일방적 찬양에 대해 반박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론과 역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정립 시킬 것이다. 그들과 비교해 나의 상대적 정상성을 파악해볼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러 의견을 들으면서 한편에 치주치지 않고 공정한 관점을 얻을 수가 있는데, 이것을 불편 부당성(imparitiality,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음)라고 한다.34) 이를 위해 “타인의 설명을 들으면서 자신의 관점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타인의 관점에 대한 고려는 확장된 심성을 전제로 한다. 확장된 심성(enlarged mentality)이 확장된 사고(enlarged thought)를 가능하게 한다. 확장된 사고는 상상력과 반성의 작용을 통해 우리의 주관적이고 사적인 조건, 즉 사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음으로써 사고의 일방성을 획득 할 수 있게 된다.” 35)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확장된 심성’을 발현시키는 일이다. 정치이야기, 역사이야기 혹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려 하면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불편해 하는 부류도 더러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소위 ‘구구절절충’ ‘진지충’과 같은 폄하의 단어를 통해 이런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충’이라는 말 자체가 ‘일베의 언어규칙’ 중 하나라고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혹은 우리중 일부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그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사고의 무능성을 해결할 수 있다. 일상언어를 통한 자유로운 대화의 시작이 일베 영역 축소의 시작이다. 밀의 주장처럼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대화를 실제로 나눈 다는 것은 사고의 확장을 위해서도, 또 자신의 관점을 제대로 수립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것이다.” 36)
 
결론
 
  자유로운 의사 대화가 필요하다. 일베를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폐쇄하는 것을 오히려 자유로운 의견교환의 가능성을 막는다. 필자는 일베의 강제적 폐쇄에 반대 한다. 대신 밀의 주장처럼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다보면 진리가 살아남을 것이다.  일상언어를 사용한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진중권 교수의 예를 들 수 있다. 일베 이용자들의 말도 안 되는 공격에도 진 교수는 일일이 답변한다. 일상언어를 사용한 그의 답변은 트위터를 타고 인터넷 커뮤니티로 확산된다. 이는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사고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이미 말의 무능성-사유 무능성-판단의 무능성의 역순으로 회복될 것이다. 인공언어의 사용은 줄어들 것이고, 인공언어는 일상언어로 대체될 것이다. 명예훼손을 통해 고소된 일베 이용자들의 경우 피해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사고의 편협함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상투적으로 사용했던 일베의 언어규칙, 즉 인공언어가 일상언어로 대체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밀의 주장처럼 진리는 살아남고 잘못된 부분은 들어날 것이다. 사고의 확장은 선험적 차원에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대화와 의견교환을 통해 이루어진다.37) 우리는 그뤼버 감독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사고를 확장시키고, 확장된 사고는 상상력과 반성의 작용을 통해 사적 이해관계를 뛰어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들으면서 자신의 관점에 대한 집착을 축소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불편 부당성은 일베의 영역을 그들만의 공간으로 제한시킬 것이다.
 
참고문헌
 
김선욱 『한나 아렌트의 정치 판단 이론』 서울. 푸른숲. 2002.
김선욱. 『칸트 정치철학 강의』 서울. 푸른숲. 2002.
김선욱. 『아모르 문디에서 레스 푸블리카로』 서울. 아포리아. 2015.
김선욱, ⌜과학적 언어와 일상적 언어의 정치적 의미: 아렌트와 가다머를 중심으로⌟, 『사회와 철학』 제9집, 2004. 11.
미카엘 바르조하르, 니심 미샬. 모사드: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의 위대한 작전들. 서울: 말글빛냄, 2013.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주)도서출판 한길사. 2006
J.S Mill. 자유론. 책세상. 2006.
 
 
1) 한국 좌ㆍ우파 투쟁의 흐름 속에서 ‘일베’를 바라보다: ‘일베’는 기존의 좌ㆍ우파와 어떻게 닮았고, 또 다른가 한윤형┃미디어스 기자 (특집 한국사회의 적대성과 파시즘의 정치학)
2) Ibid.
3) Ibid.
4)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41 이제 국가 앞에 당당히 선 ‘일베의 청년들. 시사인 367호
5) 일베는 동시 접속자가 2만 명을 넘어서고 실제 가입자 및 사용자는 수십만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최근 아마존의 인공지능 집계 사이트 알렉사는 ‘전 세계 최다 접속 사이트’ 500개의 순위를 공개했다. 일베는 21위에 올랐다. 이는 온라인 중앙일보(24위), 디지털 조선일보(25위)보다 높은 순위로 우리나라 누리꾼들의 커뮤니티 이용 빈도가 비교적 잦음을 방증했다.  “한국인들이 자주 접속하는 사이트 순위…‘일베 21위’”『Insight』, 2016. 11. 17. 
6) Ibid.
7) 미카엘 바르조하르, 니심 미샬. 모사드: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의 위대한 작전들. 서울: 말글빛냄, 2013. p162
8) 서울대 게임대회서 ‘일베’용어 ‘삼일한’ 팀명 논란, 무슨 뜻? 머니투데이. 2014년 10월 8일 기사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100823005853014&outlink=1
9) 현직 부장판사 ‘일베 어묵 피의자’ 감쌌다? 대법원 측 “댓글 작성 사실 시인” 뉴스타운 2015년 2월16일 기사 http://www.newstow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6084
10) 댓글 부장판사 논란에 일베, JTBC 겨냥… “개인정보 무단수집 아니냐” 쿠키뉴스.2015.2월12일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arcid=0009138576&code=41121111&cp=nv
11) Ibid p.105
12) Ibid p.105
13)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주)도서출판 한길사. 2006. p.105
14) Ibid p.106
15) Ibid p.106
16) “나치스는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언어규칙을 만들었다. 이 언어규칙이란 학살이나 유대인의 이송과 같은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우회적 표현법을 만들어 대신 사용한 것을 말한다. 예컨대 학살은 최종 해결책, 완전 소개, 특별취급으로, 유대인의 이송작업은 재정착, 동부지역 노동 등으로 불렀다. 이러한 언어규칙을 사용해야만 하는 사람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은 구별되었다. 후자는 히틀러로부터 유대인 학살에 대한 명령을 직접 들었던 사람들로 이른바 “비밀을 가진 자”라고 불렸던 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일상의 업무 수행과정에서는 자신들 간에도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했다. 그 효과에 대해 아렌트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그와 같은 사람들이 모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살상과 거짓말에 대한 그들의 오랜 ‘정상적인’ 지식과 동일시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문제 처리에 본질적이었던 아주 다양한 많은 협조체제를 이루어갈 때 질서와 제정신을 유지하는 데 엄청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보았다.” Ibid p.106
17) 김선욱. 아모르 문디에서 레스 푸블리카로. 서울. 아포리아. 2015. p188
18)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주)도서출판 한길사. 2006. p392
19)히틀러로부터 유대인 학살에 대한 명령을 직접 들었던 사람들
20) ‘망했다, 죽었다’ 혹은 글자 그대로 ‘떨어지다’는 뜻. 한자로 ‘떨어질 운(隕), 땅 지(地)’라 풀이해 ‘높은 곳에서 떨어지다(땅으로 떨어지다)’라는 의미로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의 이용자들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사인을 비하하면서 사용하고 퍼트린 인터넷 은어 https://namu.wiki/w/%EC%9A%B4%EC%A7%80
21)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주)도서출판 한길사.2006. p105
22) 본 논문에서는 일베의 언어규칙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아이히만을 분석한 아렌트에서 그 구조의 동일성을 찾아보고 해결법으로 밀의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따라서 일베가 무슨 이유 때문에 그 언어규칙을 만들었는가, 그 언어규칙을 만든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자세히 논하지 않겠다.
23) 김선욱. 아모르 문디에서 레스 푸블리카로. 서울. 아포리아. 2015. p.179
24) 2014년 12월 11일, 일베 회원 A군은 (고등학교 3학년.18) 재미동포 신은미 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진행하던 토크콘서트 행사장에 사제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은 이 사건 피의자를 ‘의사’, ‘열사’라며 영웅시해 추가 모방범죄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25) ‘일베’와의 전쟁, 고소만이 살길이었네…. 한겨례 보도. 2013년 11월 15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1379.html
26) Ibid. p.204
27) 일상언어가 현실의 힘을 들어낸다는 설명은 아렌트에게서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가다머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김선욱, 과학적 언어와 일상적 언어의 정치적 의미: 아렌트와 가다머를 중심으로, 『사회와 철학』 제9집, 2004.11, pp.284-309참조
28) 김선욱. 『아모르 문디에서 레스 푸블리카로.』 서울. 아포리아. 2015. pp.196-197
29) 김선욱. 『칸트 정치철학 강의』 서울. 푸른숲. 2002. p.136
30) 김선욱 『한나 아렌트의 정치 판단 이론』 서울. 푸른숲. 2002. p.92
31) Ibid. p.92
32) 일각에서 일베의 과도한 표현을 제한하자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표현의 자유는 법적으로 처벌하면 된다. 일베를 폐쇄시키는 것은 실제‘포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히려 일베가 주장하는 내용들이 왜 잘못되었는지 토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일베의 폐쇄에 반대한다. 
33) J.S Mill. 자유론. 책세상. 2006. p91
34) 김선욱 『한나 아렌트의 정치 판단 이론』 서울. 푸른숲. 2002. pp.93-94
35) Ibid.pp.93-94
36) 김선욱 『한나 아렌트의 정치 판단 이론』 서울. 푸른숲. 2002. pp.95
 
 
논문 부문 심사평
 
  숭실문화상에 제출된 텍스트들을 심사하는 내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스스로 생각해서 썼는가’이다. 즉 독창성, 또는 독창성까지는 아닐지라도 창의성이 관건이 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기준은, ‘논의를 분석하거나(참고한 문헌들에 대한 분석) 논리를 거쳐서 타당하게 전개했는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치 일기처럼 개인적인 경험들과 주관적인 상념들에 의존해서 논의를 전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두 기준에 부합하는 텍스트들로 이수진의 「황정은 단편소설 <마더>의 서사성(敍事性)」과 정세진의 「‘일베 영역’의 축소에 대한 방법론적 논의」를 선정하였다.
 
  이수진의 텍스트는 소설 하나에 천착해서 주제(‘서사성’이란 무엇인가)를 일관되게 붙들고 나가는 면모가 돋보였다. 저자는 1학년 학생답지 않게, 자신의 논조를 일관되고 침착하게 유지하였고, 참고문헌들도 적절히 활용하였다. 그러나 논의가 된 소설이 고유의 서사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고, 주제가 오히려 문학평론의 것에 가깝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세진의 「'일베 영역'의 축소에 대한 방법론적 논의」의 경우, 나치의 언어 사용 방법과 일베의 그것 사이의 유사성을 주장하는 데 보다 섬세하고 보다 엄격한 논증들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일베 현상을 다각도에서 잘 분석하였고, 일베 현상에 대응하는 방법도 제시해주었다. 그 점은 심사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심사자는 이에 많은 고민 없이 당선작으로 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박준상(철학과 교수)
 
 
논문 당선 수상소감
 
 
  혹시 이글을 보고 나도 논문 대회라던가 에세이 대회 같은 곳에서 수상하고 싶은 학우분이 계신다면 한 가지 방법을 추천해드립니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입니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면 조금씩, 천천히 여러분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양해지고 사고의 폭이 넓어질 것입니다. 저도 그 목표를 향해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는 가운데 이런 좋은 상을 받게 되어 작은 추진제를 얻은 것 같습니다. 올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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