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은 여러 가지 성격을 지닌 복합적인 글쓰기 양식이다. 그것은 기존의 문학이론 혹은 문학사와의 긴밀한 소통 속에서 쓰이는 학술적인 글이면서, 시대 현실에 대한 나름의 문제의식을 담는 논설적인 글이기도 하며, 동시에 정념의 파동을 만들어내는 예술적인 글이기도 하다. 말할 것도 없이 이상적인 평론은 위에서 말한 특징들을 모두 간직해야겠지만, 위 조건 중의 어느 하나만 충실하게 담아내도 그 글은 훌륭한 비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평론은 그처럼 거창한 무언가가 되기 이전에 한 편의 글이기도 하다. 이것은 보통의 글이 가져야 할 조건들, 이를테면 정확한 문장, 일관된 주제의식, 논리적 구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을 때 그것은 평론이기 이전에 글이라고 보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평론은 무엇보다 작품에 보내는 찬사이다. 작품이 가져다준 감동에 촉발되지 않은 평론이란 사랑하지 않는 이성을 향해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만큼이나 무료하며 한편으로는 어처구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텍스트에 대한 호의와 애정이 가득 찼을 때, 그리하여 그 텍스트의 온갖 사소한 것들에까지 읽는 이의 관심이 가닿을 때, 평론다운 평론이 완성될 수 있다.
 

  이번에 응모한 평론 중 가작으로 뽑힌 「일상을 버티는 주문들-윤성희 작가론(作家論)」이 지금까지 나열한 평론의 모든 요건을 두루 갖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름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해서 윤성희라는 작가의 기본적인 세계관을 찬찬히 탐구하는 자세는 고평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문학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더욱 진지하고 성실하게 문학의 길에 정진한다면 곧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