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여러 색의 물감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 나간다. 여기에 ‘여행’이란 물감으로 자신의 20대를 그려 나간 졸업생이 있다. 졸업을 앞둔 주현규(정보사회·13) 군은 4년간 미국과 스페인 그리고 베트남 등 총 17개국을 다녀왔으며 지난해에는 본교에서 유일한 여행동아리인 ‘역마’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여행의 가치를 알렸다. 지금부터 그가 몸소 느낀 여행의 참된 가치를 함께 들어보자.

 

 

주현규(정보사회·13)

 

  대학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여행을 테마로 한 중앙동아리인 ‘역마’를 만들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평소 ‘여행과 관련된 동아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여행을 좋아하는 학생들끼리 가볍게 소모임을 만들 생각으로 우리 학교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여행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모집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의 반응이 꽤 좋았고 40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이게 됐어요. 그게 바로 ‘역마’의 시작이에요. 저희 역마는 주로 국내 여행을 다니는데 학기 중에는 1박 2일 정도로 짧게 다녀오고 방학 중에는 일주일 정도의 내일로 기차여행을 떠나요. 여행이 아니더라도 종종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서울에 있는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연극과 전시회를 보러 가기도 해요. 그리고 각자의 여행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죠.

  해외여행을 여러 번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저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여러 번 해외여행을 다녀왔어요. 지금까지 총 17개국을 다녀왔는데 그중에서도 전 미국에 있는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으로 약 열흘간 자유 여행을 다녀왔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와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가게 됐거든요. 그때 어머니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라이온 킹’이라는 뮤지컬을 관람했어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는 것이었는데 어머니와 함께하게 돼 더욱 뜻깊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다녀온 뒤 어머니께서도 저와 함께했던 뉴욕에서의 10일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고 말씀해 주셨죠.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어머니와 함께했던 순간이 저에게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됐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무엇을 얻게 되었나요?

대학생의 입장에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듯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행을 떠나려면 미리 계획도 짜야 하고 그만큼의 준비 시간도 필요하죠. 게다가 여행 자금도 모아야 해요. 그런데도 제가 노력을 들여 여행을 다녀오는 이유는 세계 각지를 다니며 느끼는 바가 많았기 때문이에요. 우선 여행을 떠나게 되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특히 세계가 넓은 만큼 외국 각지는 한국과 문화 자체가 달라요.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가치관도 엿볼 수 있고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양식도 알 수 있어요. 그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하고 앞으로 제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바로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참된 가치랍니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20살 여름방학 때 친한 친구와 함께 내일로 기차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희는 부산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게 됐어요. 그런데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서 문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이미 저희 또래의 독일 학생 3명이 와 있었어요. 저희가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 같은 경우에는 8인실이었기 때문에 다른 투숙객들과 방을 함께 써야 했거든요. 그때만 해도 영어도 서툴고 외국인들을 직접 만나본 적이 거의 없어서 먼저 다가가기가 두려웠어요. 그러나 용기를 내어 독일 학생들에게 말을 걸었고 그날 밤 저희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게 됐어요. 그때 그 친구들이 저희에게 나중에 독일에 오게 되면 자신의 집에서 재워 주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그해 겨울 저는 제 친구와 함께 여름 방학 때 만났던 독일 친구를 보기 위해 독일로 향했어요. 그 친구는 뮌헨 옆에 위치한 울름이란 곳에 살고 있었는데 저희는 그곳에서 이틀을 머물렀죠. 그때 그 친구의 아버지께서 직접 피자도 만들어 주시고 독일의 이곳저곳을 설명해주셨는데 그 기억은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어요.

  4년간의 대학생활 동안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제 대학생활이 후회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학업적인 면에서 학문에 대한 깊은 고민과 탐구가 부족했던 것 같아서 아쉬워요.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들을 기회는 대학생 때밖에 없는데 저는 주로 학점을 채우기 위한 수업을 수강했거든요. 그리고 제 전공인 정보 사회학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직접 찾아 듣지 못했어요. 저는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학점을 채우는 데 급급해 수강하지 못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점들이 아쉽게 느껴져요.

  졸업생으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후배들이 대학을 다니는 동안 대학생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교환학생을 가서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기도 하고, 의미 있는 교양 수업을 수강할 수도 있죠. 그리고 자신이 관심 있는 동아리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졸업을 하기 전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미리 설정했으면 좋겠어요. 완벽하게 결정하지 못하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나 하고 싶은 일을 미리 고민하고 준비를 해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졸업 후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저는 해군 학사 장교에 합격해 입대를 앞두고 있어요. 학사 장교를 갈 경우에는 3년 동안 군 생활을 하게 돼요. 그 대신 학사 장교들은 일반 군인들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죠. 2020년에 제대를 하게 되면 여행사나 항공사에 취직하고 싶어요. 그리고 30대가 됐을 때는 비행기 조종사에 도전해 하늘길을 제 손으로 헤쳐 나가고 싶어요. 물론 돈도 많이 들고 조종사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워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아직 청년인 만큼 도전과 꿈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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