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km, 한국에서 몽골까지의 직선거리이다. 졸업을 앞둔 엥흐마(건축·11) 양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짧지 않은 거리를 날아 한국으로 왔다. 현재 그녀의 꿈은 한국에서 배운 건축 기법과 특이한 건축 양식을 기반으로 몽골에 가서 직접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녀의 오랜 한국 생활과 졸업 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엥흐마(건축·11)

 

  간단한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숭실대학교 건축학부 11학번 엥흐마입니다. 저는 몽골에서 실내 건축학부 1학년 과정을 다니다가 지난 2009년에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됐습니다.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제가 9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게 되리라 생각지 못했어요. 돌이켜보면 제가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까웠어요.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2008년에 몽골과 한국이 공동 주최한 포토모델 대회에 참가했고 입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에게는 한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부상으로 주어졌어요. 아무래도 기회가 주어졌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한국 유학행을 결심했었죠. 그렇게 2009년 9월에 저는 한국 유학길에 올랐어요.
 
  많은 대학 가운데 숭실대학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숭실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대전에 있는 어학당에 다녔어요. 어학당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국어와 한국학을 교육하는 곳이에요.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저는 2년 정도 어학당에서 공부하다가 다시 몽골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고 한국 생활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한국에서 대학교 과정까지 마치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숭실대학교를 선택하게 된 것은 지인들의 영향이 컸어요. 사실 한국에 있는 대학교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지인들이 다니고 있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궁금한 점들을 직접 물어봤어요. 그중에서도 숭실대학교가 저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왔죠.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한국에 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쭉 혼자서 지내왔어요. 몽골에선 항상 부모님이 옆에서 도와주셨지만 한국에선 밥도 혼자 차려 먹어야 하고 가사 전반을 모두 제가 해결해야 했어요. 특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땐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로웠어요. 그럴 때마다 TV를 보면서 외로움을 달래거나 몽골 친구들에게 연락하곤 했죠. 가끔은 주말에 한국에 함께 왔던 몽골 친구들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있는 광희동 몽골타운으로 놀러 가곤 해요. 친구들과 놀다 보면 외로움은 금세 달아나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불편함을 겪었던 적은 없으신가요?
 
  제가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몽골에선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다니나요?”에요. 간혹 어떤 사람들은 “몽골에도 컴퓨터가 있어요?”라던지 유학 왔다는 말에 “몽골에서 공주였어요?”라고 묻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오로지 TV에서 보던 몽골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몽골이란 나라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에게 숭실대학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저는 ‘한국’하면 가장 먼저 숭실대학교가 떠올라요. 그 이유는 20대라는 중요한 시기 대부분을 숭실대학교에서 보냈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숭실대학교는 저에게 잊을 수 없는 곳이죠. 몇십 년이 흘러도 이곳에서의 추억들은 계속 간직할 것 같아요.
 
  꿈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졸업 후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서울에서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눈에 띄는 건축물들을 볼 수 있어요. 특히 광화문 주변에 가면 유리로 만든 카페나 한국 전통기법으로 지어진 한옥 등 특이한 건축물들이 많아요. 볼 때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과 동시에 ‘왜 몽골에는 저렇게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사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몽골의 건축 수준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몽골에서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어 몽골의 건축 수준이 높아지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지금은 한국의 건축 관련 회사에 입사해 2년 정도 경험을 쌓을 생각이에요. 몽골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대학 졸업생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한국에서 좀 더 많은 경험을 쌓은 후에 돌아가는 것이 제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졸업생으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학생들보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어요.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혼자서도 잘 생활할 수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거든요. 특히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인 학생들과 어울리거나 학과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같은 학부에 몽골에서 온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몽골로 다시 돌아가고 말았죠. 저도 그 친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저는 새내기 배움터나 MT 등 학과 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돌아보니 학과 행사나 동아리 및 학생회 활동처럼 다양한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 약간 후회가 되더라고요. 대부분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멀리서부터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왔을 텐데 다들 잘 적응해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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