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방학(放學)’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할 것이고 잠시 배움을 내려놓고 재충전하는 시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수업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방학 때 무엇을 했냐고 물으면 많은 학생들이 여행을 했다고 대답합니다. 여행의 이유, 목적, 의미, 장소, 일정 등은 제가끔 다르겠지만 여행은 우리에게 항상 설레고 가슴 벅찬 말입니다. 특히 방학은 바쁜 대학생들에게 여행을 위한 최고의 적기입니다. 여러분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여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나요?

  여행은 참으로 신비한 힘을 가졌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는 낯선 곳에 가서 며칠 동안 쉬지도 않으면서 이리 걷고 저리 걷고 하다 보면, 오히려 지치기는커녕 새로운 힘과 에너지를 얻기 때문입니다. 한 번쯤 경험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낯선 곳에서 얻는 힘, 그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변 정리가 필요할 때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에 지쳐 생기를 잃은 사람들도 여행을 통해서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일상에 지쳐서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거나 생기를 잃어 힘이 쭉쭉 빠질 때가 있습니다. 충동적으로 당장 떠나고 싶어도 현실에 매인 몸이고 해야 할 일이 있기에 그럴 수 없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습관처럼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여행’이라는 폴더를 열어 사진을 봅니다. 오래된 여행일수록 그 여행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옅어지고 희미해집니다. 저의 휘발성 기억력을 대신해서 사진이 그때를 정확히 기억해 줍니다. 사진 덕분에 얼마든지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과거 어느 시점,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장소에 내가 머물렀다는 사실도 이제는 사진이 알려줍니다. 머릿속 영상에서 환등처럼 떠올라 활발히 전사되는 생각의 뭉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마우스를 한 번 누를 때마다 사진에서는 이 생각의 더미들을 쉬지 않고 송출해 줍니다. 고즈넉한 카페에서 ‘후지와라 신야’의 책을 손에 쥐고 커피 한잔 홀짝거리며 호사를 누렸던 기억이 물큰 떠오릅니다. 자본주의 시대에도 이런 따듯한 추억을 불러내는 데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니 언제나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항상 여행을 갈망합니다. 그러니 여행에 관련된 책도 끊이지 않고 나옵니다. 매뉴얼 비슷한 해설서도 있고, 그 나라, 도시, 마을에서 고작 몇 개월쯤 살아본 사람들이 전문가인 척하며 쓴 책도 있습니다.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 <티베트방랑>, <동양기행> 같은 책을 읽어 보신다면 여행이 여러분의 등을 떠미는 기이한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여행은 무엇인가?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여러분의 여행을 재정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굴곡진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 방랑자로서 자유롭게 떠돌았던 한 영혼의 일대기와 그 내면의 도저함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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