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우리는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궁극의 체제라는 인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대전제로 수정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자본주의 2.0’에서 공유가치 창출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5.0’에 이르기까지 늘 업그레이드 버전의 자본주의를 상정했다. 자유시장은 영원하고, 자본주의는 최종적인 형태로서, 세상에 어떤 변화가 와도 그것을 포용하여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을 과감하게 바꾼다. 영국 BBC의 경제 에디터를 역임한 ‘포스트 자본주의자’ 폴 메이슨의 생각은 다르다. “자본주의의 앞날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포스트 자본주의’, ‘자본주의 이후’가 꼭 자본주의의 업그레이드 버전일 수밖에 없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리고 그는 “자본주의가 낳은 IT의 혁명적인 발전은 결국 자본주의의 해체를 불렀으며,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내는 토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변화의 중심인 정보기술, IT는 자본주의에 의해 발전되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 낸 가치를 소멸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시스템의 틈새에서 경제생활의 다양한 흐름은 다른 리듬을 따르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국가가 지원하는 기업 중심 자본주의’라는 현 체제와는 정반대 방식으로 행동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중이다. 그리고 지형이 달라지면, 새 길이 열리게 마련이다.

  이 위기 속에서 인류가 좀 더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를 만들어 낼 기회는 있을까? 폴 메이슨은 이 책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곧 코앞에 닥칠 위기는 심각하지만, 희망을 가질 근거는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이야말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명백하게 이해한 채 미래를 예측하고 빚어낼 수 있는, 인류 역사상 처음 맞이하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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