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세계영화제 158관왕에 빛나는 영화 ‘문라이트’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아닌 주인공의 성장 과정에 포커스를 맞춘 ‘문라이트’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 ‘보이후드’를 떠올리게 한다. 두 영화 모두 뛰어난 작품성을 지녔음이 분명하지만 ‘문라이트’는 조연부터 주연까지 모두 흑인 배우들을 배치하며 아름답고 섬세하게 주인공의 내면을 영상화한다. 영화 ‘문라이트’가 갖는 독창성은 이러한 섬세함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종차별이나 치열한 갈등은 ‘문라이트’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는 오롯이 등장인물들의 변화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영화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마다 주인공의 성장 정체성을 나타내는 부제, -̒리틀’, ‘샤이론’, ‘블랙’이 따라 붙으며 한 인물이 살아온 약 20년의 세월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샤이론(알렉스 히버트)은 ‘리틀’이라고 불리는 흑인 소년이다. 체구가 작고, 말수 없는 그는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동네 마약상에게 마음을 의지하며 자란 샤이론은 자신을 위해주는 친구 케빈(제이든 파이너)에게 애틋한 마음을 느끼지만, 이마저도 부정당하고 만다. 약을 파는 청년으로 성장한 샤이론은 여전히 음지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에게 희망을 건네는 인물들은 푸른빛으로 존재하고 있다. 3막으로 구성된 그의 삶은 세 명이 한 인물을 연기함에도 위화감이 없다. 외형은 달라지고, 환경 역시 변했지만 샤이론을 구성하고 있는 영혼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의 결정과 삶을 천천히 뒤쫓는다. 말보다는 표정으로, 감정을 폭발해내기 보다 고요하게, 샤이론의 두 눈에 포커스를 맞출 뿐이다. ‘리틀’로 불리던 왕따 아이가 사춘기 소년 ‘샤이론’으로, 그리고 청년 ‘블랙’으로 성장해 가는 20년의 과정은 한 개인의 정체성부터 사랑까지 섬세한 결로 스크린에 옮겨진다. 세상의 한가운데 홀로 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상처투성이 흑인 소년의 사투- 그 고단한 성장통마저도 달빛 아래서는 모두 같은 푸른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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