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Wiplash, 2014)로 천재 감독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이번에는 달콤 씁쓰레한 재즈 선율과 함께 돌아왔다. 일찌감치 영화제를 석권하며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해내고 있는 영화 <라라랜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광기와 땀으로 가득했던 드럼은 꿈을 좇는 두 남녀의 허밍으로 대체되었다. 꿈과 같은 LA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라라랜드>는 ‘만약’이라는 달콤한 가정법을 스크린에 옮긴다. 단,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그려내는 달콤한 가정법은 양손에 모든 것을 쥘 수 없기에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감독은 꿈과 사랑이 공존할 수 없음을 철저하게 보여주며 연인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추출하여 그 환상성을 더한다. 숱한 오디션에 도전하며 실패를 반복하는 미아(엠마 스톤)와 맥이 끊겨가는 재즈를 버리지 못하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의 만남은 그의 가정법을 충족시킬 가장 훌륭한 시발점이다.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은 환상과 현실을 적절하게 줄타기한다. 구름 위를 걷는 남녀를 보여주며 환상을 현실로 옮긴다. 상상으로만 떠올릴 법한 단어들을 영화는 뮤지컬 영화로서의 장점을 활용하여 화려한 영상으로 표현해낸다. 단,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꿈과 같은 현실은, ‘진짜’ 현실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미아의 계속된 오디션 실패, 세바스찬의 반쪽짜리 성공. 이 모든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그들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이 된다. 120분가량의 시간이 지나면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처럼 진부한 걸림돌로 다가오는 현실은 굴복하거나 뛰어넘어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다수가 영화 <라라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영화가 지니고 있는 향수에 있다. 영화의 제목이자 할리우드를 칭하는 라라랜드에 대한 차젤레 감독의 애정은 뮤지컬 영화에 대한 오마주로 곳곳에 배치된다. 다채로운 오마주들이 선보이는 시각적 향수 속, 미아와 세바스찬의 꿈을 찾는 과정은 누구나 선택과 후회를 경험해 보았기에 거부할 수 없는 울림을 선사한다. 지나버린 순간이 더 빛날 수 있듯 말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