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6시, 경복궁역. 역사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항상 그렇듯이 에스컬레이터의 왼쪽은 빨리 걸어 내려가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종종 걸음을 치던 사람들이 불편한 표정으로 멈춰선 때는 바로 오른쪽에 서 계시던 한 할머니가 왼쪽에 지나가던 사람들을 손으로 막으며 욕설을 하는 순간이었다. 그 할머니는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에스컬레이터를 왜 걸어서 내려가느냐”며 그들을 멈춰 세웠다. 그 모습을 보던 많은 사람들은 수군거리기에 바빴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다 보면 지하철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큰소리를 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화장을 하고 있던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큰 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던 직장인의 휴대전화를 뺏어 전화를 끊어버리는 등 평소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접했을 법한 상황들이다. 아마도 어르신들께서 큰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을 속으로 삼킨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모습들이 우리나라의 세대갈등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어르신들의 말씀을 옹호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지나치게 큰 소리로 통화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처럼 젊은 사람들이 각자가 지내온, 지내고 있는 시대만을 내세우며, 신경만 곤두세운 채 그 책임을 회피한다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급하게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지나가고, 직장인들이 지하철에서 통화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어르신들도 무작정 꾸짖는 것이 아닌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앞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우리 모두는 다르지만, 같이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이 과정에서 배려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에 어려움을 느끼고, 점점 더 개인지향적이고 분절적인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럴수록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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