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현실과 마주할 때가 있다. 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 2년여가 지나도록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가 가슴시린 현실로 다가온다. 학생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능력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 및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로 키워보고자 많은 날들을 고민해 왔던 그간의 노력이 세월호와 함께 차디찬 바다 속에 처박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역량기반 교육이니, 자기주도 학습이니, 쌍방향 온라인 강의니 하며 다양한 교육이론과 교육방법을 떠들어댔건만 왠지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행복교육이라며 정부가 쏟아냈던 교육정책들은 갈등과 혼란 속에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입시 개혁, 사교육 경감, 창의‧인성교육 강화, 교육부 폐지 등이 여느 정권교체 시기처럼 흘러나온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정부와는 차별된 교육정책들을 만들고 이를 의기양양하게 쏟아낼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면서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에 학생들은 갈팡질팡하고, 학부모들은 불안해한다.

  구조개혁이라는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는 2013년 폐지되기 전까지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따라 무분별하게 대학 설립을 허용하더니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유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대학정원을 23만명 줄이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 관련 법안은 3년째 국회에 표류 중이고, 법적인 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채, 1주기 평가에서 4만명 이상의 입학정원을 감축하고, 2018년 2주기 평가를 시행한다고 한다. 학생정원 감축이라는 채찍과 정부재정 지원이라는 당근에 대학이 길들여지고 있다.

  새 학년 새 학기 시작과 함께 강의실 새내기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이 또한 내가 마주하는 현실이리라. 겨울 동안 앙상했던 길가의 나뭇가지에 어느새 초록의 새순이 솟아오르고 있듯이 참담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진정한 변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또다시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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