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인식 개선, 정부는 체제 개선 필요해

  지난해 12월 대학생 A 씨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정부가 주관하는 정보공개 포털 사이트에서 사립대학의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이전에는 포털 사이트에서 사립대학의 정보를 청구할 수 없었고 직접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서 청구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A 씨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A 씨는 이전에도 궁금한 대학의 정보를 구하기 위해 직접 대학들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그러나 청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한 대학이 드물었고 청구서를 제출하더라도 별다른 이유 없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A 씨는 홈페이지가 친절히 알려주는 대로 청구서에 기재하고 제출했다. 법령엔 10일 이내에 답변을 하도록 되어 있기에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10일이 한참 지나도 A 씨가 청구한 정보에 대해서는 ‘접수대기 중’, ‘처리 중’과 같은 애매모호한 답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대학의 정보공개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한 당연한 제도”

  정보공개 시스템이란 누구나 인터넷으로 공공기관과 그 밖의 일부 단체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쉽게 말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보공개 시스템을 이용하고 싶으면 ‘정보공개포털(open.go.kr)’에서 청구인의 간단한 개인 정보와 청구하는 정보의 내용 등을 기재해 해당 기관에 청구하기만 하면 된다.
정부는 처음에는 행정운영을 위한 공공기관만을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그 대상에 대학 등 교육기관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2014년도 11월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고 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2015년도 1월 제정되면서 대학 역시 정보공개에 동참하게 됐다. 시행령에서는 학교·교육행정기관 및 교육연구기관이 정보공개 청구 대상임을 밝히고 있다.

 

  사립대학들, 정보공개 청구에 불응… 새롭게 바뀐 방식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사립대학 및 전문대학을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정보공개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미 정보공개 시스템에 등록된 국·공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전문대학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사립대학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려면 개별 대학에 직접 방문 청구하거나 학교 홈페이지 혹은 전화로 접수처를 확인하고 청구방법 등을 문의해야 했다.

  이렇듯 사립대학을 포털에 등록한 것은 그동안 정보공개의 대상이었던 사립대학들이 실제로 청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비판 때문이다. EBS 뉴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 주요 사립대학 10개교 이상에 최근 3년간 교직원 채용, 적립금 활용계획, 정보공개 청구 내역을 요구한 결과 회신이 온 곳은 6곳, 그 중에서도 3곳은 답변기한을 연장한다는 회신이었다. 대다수의 대학 홈페이지에 정보공개청구 관련 안내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실제로 안내문이 있어도 청구서를 접수할 구체적인 이메일 등을 적어 놓지 않았다. 관련 담당자조차도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자원활동가 이수현 씨는 직접 정보공개 청구에 도전했지만 “만약 해당 정보가 취합이 불가하거나 정보가 없을 경우 정보공개법에 맞게 비공개 처리를 하면 될 텐데 대다수가 구두로 비공개 처리를 하거나 자료가 없다고 답하곤 했다”며 “한 대학은 처음엔 정보공개가 뭐냐며 우왕좌왕하더니 나중에는 담당자가 출장을 간 관계로 다음 주에나 처리가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정보공개에 대한 의지가 없는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보공개는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의 정보공개는 아직까지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해 12월 21일 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전국 대학에 ‘명예박사학위 수여 및 취소 현황과 관련 규정’을 공개 청구했다. 현행 정보공개법은 대학은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청구 당일은 포함하고, 토요일과 공휴일은 제외)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연구소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지 10일이 지난 1월 5일 정보공개 처리 결과를 확인했지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지 않은 대학 등을 제외한 156개교 중 103개교인 66.0%만 ‘통지 또는 처리 완료’해 법정 기준을 지켰고, 34.0%는 ‘접수대기 중’, ‘접수완료’, ‘처리 중’, ‘종결처리’ 등으로 법정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표 참조).

  또한 아직까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원광대 △농협대는 정보공개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상태다(3월 4일 기준). 연세대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민원인들이 어떤 식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해야 되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으며 방법도 여러 개 존재한다”며 “우선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고려대와 연세대 등은 정보공개에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법정 공방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대학가에서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지은 대학 기숙사의 입주 비용이 기존의 기숙사 비용보다 턱없이 높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고려대·연세대 총학생회 등이 학교 쪽에 기숙사 운영 예산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대학들은 자료가 없다거나 비밀 정보라는 이유를 들어 기숙사 예산 관련 정보는 비공개 대상이라 일관했다.

  한편 지난해 5월 참여연대가 프런티어관 설립 관련 실행 예산과 설립 이후 재무제표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고려대에 요청했지만 고려대는 “실행 예산 및 운영 계획서, 설립·운영 원가 자료 정보는 갖고 있지 않고 부속명세 등은 외부로 공개 되면 입찰·계약 업무 등에 지장을 준다”며 공개를 거부했고 참여연대는 법원에 소송을 내기도 했다.

 

  대학과 정부의 구체적인 개선 방안 마련돼야

  대학들의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때 ㄱ 사립대 관계자는 “정보 공개할 내용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내려오며 그에 따라 정보공시를 하기 때문에 사학기관, 고등교육기관은 정보공개청구 대상에 해당이 안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12개 사립대에 정보공개 교육 여부를 물어본 결과 지난 3년간 교육이 이뤄졌던 학교는 2곳에 불과했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사립대학들이 정보공개청구 제도 자체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전수조사 등을 통해서 대학들이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이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대학은 혼란을 겪기도 했다. 괜히 민감한 정보를 공개했다가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주목을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공개를 안 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ㄴ 대학의 담당자는 “일부 대학만 공개하는 거라면 공개하는 입장이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행정자치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정보공개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정보공개 제도는 행정자치부 소관이다. 따라서 전국 대학의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는 신경을 덜 쓰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대학의 정보공개 지침이 될 수 있는 정보공개 업무 편람은 2007년에 발간된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정보공개 업무 편람’밖에 없다.

  대학연구소 측은 “교육부는 행정자치부와 협업해서 대학 정보공개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실무자 교육과 더불어 매뉴얼 작성 및 제공, 정보공개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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