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 개정안을 둘러싼 대학 및 기업과 학생 갈등

  지난해 ㄱ 사립대에 재학 중인 A 군은 학교 산학협력단의 현장실습 모집공고를 보고 울산에 있는 차량 부품 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A 군은 6개월간 새로 개발 중인 제품의 디자인을 고안하는 업무를 했으나, 본 모집공고와는 달리 제대로 된 근무시간과 실습지원비를 보장받지 못했다. 모집공고에선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실습지원비를 월 50만 원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A 군은 매일 10시간 이상 근무해야 했으며 해당 기업으로부터 받은 실습지원비는 총 300만 원이 아닌 약 240만 원에 불과했다.

  대학가에선 학생들이 취업하기 전에 직장을 경험하고 자신이 선택한 진로가 적합한지 확인할 수 있도록 현장실습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대학이 일정 기간 정부기관 및 일반 기업체에 학생을 파견해 수업 대신 현장실무를 익히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장실습생에게 과도한 노동을 시키고도 제대로 실습지원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현장실습 제도가 기업들의 인력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현장실습 참여 대학 및 학생 수 증가 … 열악한 현장실습 환경 개선 필요해
 
  최근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대학과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대학정보공시의 대학 현장실습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5학년도 현장실습에 참여한 대학은 전체 중 78.4%였으며,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은 전년 대비 9천여 명이 늘어 약 158,028명에 이르렀다. 이는 많은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지원자들의 직무능력을 중요시할 뿐만 아니라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 등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대학 현장실습 운영수준이 평가 기준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대학과 기업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현장실습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생 현장실습 현황에 따르면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 중 실습지원비를 받은 학생은 전체의 26%로 약 39,875명에 불과했다. 이는 현장실습에 참여한 4명의 학생 중 1명만이 실습지원비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장실습을 할 때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상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학생이 약 19,914명이었다. 즉 2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습 중 부상을 당해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열정페이’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열악한 현장실습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취업자 증가율이 약 1%에 그치면서 취업 시장에 계속해서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학생들의 현장실습 경험은 취업 시 스펙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일부 대학들이 졸업요건에 현장실습 경험을 포함하면서 학생들은 이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현장실습생의 신분을 보장하고 현장실습기업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교육부에서 기업과 학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현재 많은 대학과 기업이 현장실습을 통해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힘을 합쳐 현장실습의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가 현장실습 제도, 교육적으로 실효성 부족하다
 
  또한 현장실습 제도가 학생들의 직무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교육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호텔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B 군은 “호텔에서 주로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를 손질하는 정도의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며 “딱히 배우는 것도 없을뿐더러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급여도 적지만 이력서에 한 줄 더 쓰기 위해서 현장실습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 콘도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C 양 역시 “프런트에서 안내를 하거나 객실관리를 하는 업무를 맡았다”며 “일반 아르바이트와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각 대학이 단순히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현장실습의 양적인 발전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상대학교 산학협력정책연구소의 전국 대학 현장실습 운영 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중 91.2%가 4주 및 8주 간의 단기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이어 12주 이상의 장기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생은 전체의 8.8%에 불과했다. 4주 및 8주간의 단기현장실습은 전공분야와 관련된 업무보다는 단순 작업을 위주로 진행된다. 해당 기업에서 현장실습생들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려면 이에 준하는 직무 교육이 필요한데 짧은 기간 동안 교육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업무를 익히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 대학마다 현장실습에 참여할 학생과 실습기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전문 인력 및 부서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현장실습지원센터 등 현장실습과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한 대학은 전체 중 66.9%밖에 되지 않는다. 이어 현장실습과 관련된 부서를 설치하지 않은 대학들은 △인재 개발원 △교무처 △학생과 등의 형태로 현장실습을 총괄하고 있으며 현장실습 업무만을 수행하는 전문 인력이 배치된 대학은 전체 중 38%에 불과했다. 

 
  대학 “현장실습은 교육의 일환” VS 학생 “교육부는 열악한 현장학습 환경을 외면할 뿐”
 
  지난 1일(수)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 강화 △대학의 책무성 강화 △현장실습 관련 수업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일부 기업들이 현장실습생들에 과도한 노동을 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현장실습의 교육적인 요건을 강화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대학들에 각 현장실습 환경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현장실습 운영시간과 기간을 대학과 기업, 학생 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됐고 대학에선 △대상 학년 △자격 요건 △학점인정 기준 △운영 시간 등의 세부사항을 학칙으로 마련하게 됐다. 또한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은 현장실습을 관리하고 현장실습생을 보호할 실습기관 담당자를 지정해야 한다.
 
  이에 청년사회단체 등 일각에선 오히려 정부가 열악한 현장실습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의 현장실습 운영규정안과 같이 학생들에게 실습지원비를 지급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숙식비 △교통비 △실습수행비 △교육장려금 등을 지급하게 했던 기존의 조항이 삭제됐다. 또한 △실습기관의 종류 △실습기관의 규모 △실습내용 △최저임금 수준을 고려해 실습지원비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전부터 이뤄져 왔으나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실습지원비 등 현장실습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을 대학과 기업, 그리고 학생 3자 간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은 미지수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대학과 학생, 그리고 기업 간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학생은 현장실습을 학점 및 스펙으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 및 기업과 동등한 위치에 서서 각자의 의견을 주장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교육부는 현장실습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을 명목 삼아 현장실습생들이 노동에 대한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교육 전문가들도 정부가 자율을 명목 삼아 현장실습 실태를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현장실습 현장을 대학 및 기업에만 맡기면 안된다”며 “정부도 일정 부분 개선을 위해 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각 대학은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각 기업으로부터 교육을 받는 입장이며 실습지원비를 지급하기 힘든 영세 기업이 많아 실습지원비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맞섰다. ㄴ 전문대 교수는 “현장실습은 교육의 일환”이라며 “학생들은 교육을 받으러 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이 각 기업에 교육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ㄷ 사립대 교수도 “기업들의 입장에선 학생들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이 학생들을 위해 인력과 시간을 들여 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실습지원비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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