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웹툰의 시대다. 그중에서도 병맛 개그 만화가 눈에 띈다. ‘병맛’이란 맥락 없고 비정상적이지만 재미있는 만화를 뜻한다. 이전에는 정밀한 작화와 심도 깊은 스토리가 우세했다면 요즘은 잠시 짬을 내 웃으며 볼 수 있는 웹툰이 인기다. 네이버 수요웹툰 중 병맛 만화를 자처하고 있는 ‘언덕 위의 제임스’도 마찬가지다. 작가 스스로도 별 고민 없이 그리는 만화라고 할 정도로 자유롭고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병맛 만화가 무엇인지, 그 매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인터뷰에 집중해 보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와 그리고 있는 웹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저는 올해 26살이 된 사학과 11학번 안지용이라고 해요. 현재 사학과 경영학을 복수로 전공하고 있어요. 
 
  제가 그리는 웹툰 제목은 ‘언덕 위의 제임스’예요. 개그 만화인데, 매 회마다 각각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그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어요.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이 제임스라서 제목을 언덕 위의 제임스라고 짓게 됐어요. 주인공이 매번 다르다보니 주인공 이름을 하나로 통일하면 편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제이콥으로 하려다가 친구가 제이콥은 흔한 이름이 아니라고 해서 제임스라 하게 됐죠. 
 
  처음으로 연재한 만화는 무엇이었으며 어디에 연재했나요? 그리고 당시에는 어떤 마음으로 만화를 그리셨나요?
 
  처음 만화를 연재하게 된 것은 2012년이에요. 제가 군대에 가기 전에 어머니께서 생일 선물로 좋은 태블릿을 선물해 주셨어요. 군대에 가려니 태블릿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네이버 도전 만화가에 내가 그린 만화를 한 편 올려보자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올린 웹툰은 ‘도끼 살인마’라는 웹툰이었어요. 한 할아버지가 등산하던 도중 산장에 숨었는데 알고 보니 그곳에 살인마가 숨어있었다는 줄거리예요. 처음 1편을 사람들 반응을 보려고 연습 삼아 올렸어요. 제 만화에 댓글이 달리고 그걸 읽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첫 댓글은 ‘ㅋㅋㅋㅋ’였어요.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 2편도 곧 올렸죠. 
 
  그런데 완결을 내지 못하고 도중에 ‘건달 김홍식’이라는 새로운 웹툰을 시작했어요. 그 만화를 연재하다가 군대에 갔어요. 2013년 1월 전까지 계속 도전 만화가에 만화를 연재했어요. 
 
  어떻게 네이버와 정식 계약을 하게 됐나요? 
 
  사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일어나보니 치킨’이라는 작품을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 연재하고 있었어요. 베스트 도전은 도전 만화가에서 인기 있는 작품들을 선정해 독자들이 볼 수 있도록 제공한 페이지예요. 베스트 도전에서 인기를 얻은 만화는 네이버와 정식 계약을 할 수 있죠. 저는 제 만화가 정식 웹툰까지는 못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는 그림체나 스토리가 많이 부족해요. 따로 만화와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것이 항상 어려웠어요. 
 
  그런데 2015년도 11월에 네이버에서 개그 올림피아드라는 공모전을 하는 거예요. 에피소드형식, 개그 장르의 만화를 대상으로 지원받고 있었어요. 한 달에 네 편을 올려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한 달간 심사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여기서 우승한 사람들은 정식 웹툰 작가로 데뷔하는 거죠. 제 독자들도 댓글로 참가해보라는 요청을 하더라고요. ‘일어나보니 치킨’은 스토리물이라서 공모전에 적합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덕 위의 제임스’를 만들게 됐어요. 이 정도 그림체와 스토리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적합한 공모전이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만화를 연재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학교에 다니려고 했는데, 도저히 한 번에 두 개를 다 못하겠더라고요. 과감 하게 휴학했죠.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 공모전이 잘 안됐으면 저는 더 이상 만화가, 웹툰 작가에 도전하지 않았을 거예요. 당시 3학년이었는데 동기들과 친구들은 다 토익 공부하고 취업준비 하는데 이것만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에 떨어진다면 내년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한 달 뒤 발표가 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공모전에 붙었다고 메일이 온 거예요. 정말 심장이 벌렁거리고 너무 기뻤어요. 진짜 제가 뽑힌 건가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 진행과 재미있는 개그가 만화의 중점이에요. 이런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혹시 평소에 좋아하거나 참고하는 웹툰이나 만화가 있나요?
 
  주로 버스에 앉아서 생각하다가 재미있겠다 싶은 소재가 생각나면 메모장에 써요. 연재 초반에는 일주일마다 반복되는 연재인 만큼 규칙적으로 소재를 짜야할 것 같아서 카페에 갔어요. 노트 하나 펴고 그냥 앉아 있곤 했죠. 보통은 그러다 보면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나요. 제 만화에 개연성이 필요하지도 않고 주로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되죠. 저에게는 오히려 그게 부담이 적어요.
 
  꼭 영감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는 원래 병맛 만화를 좋아해서 귀귀나 이말년 같은 작가의 작품을 다 봤죠. 또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나 요엔 작가의 ‘차원이 다른 만화’도 보고요. 제 스타일의 웹툰, 저와 개그코드가 잘 맞는 웹툰을 주로 보죠. 또 저와 함께 개그 올림피아드에서 당선된 동기들의 웹툰도 봐요.  
 
  혹시 다른 장르를 그려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다른 장르는 해보고 싶어도 못할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결론과 스토리를 세워놓고 개연성 있게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걸 못해요. 저 같은 경우 한 편의 스토리를 다 쓰면 그 다음 스토리를 생각하거든요. 그림 실력이 모자란 것도 하나의 큰 원인이고요. 다양한 구도나 색상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요. 사실 30화까지도 페인트톤이라고 배경을 단색으로 칠하는 방법도 몰랐어요. 붓으로 하나하나 칠하고 있는데 ‘갸오오와 사랑꾼들’을 연재하는 갸오오 형이 가르쳐줘서 30화 이후부터 그렇게 했어요. 덕분에 사흘 걸릴 것을 이틀 만에 할 수 있었죠. 
 
  만화를 그리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저는 철저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우선 제가 수요웹툰에 있다 보니 화요일에 오후 3시에 마감을 끝내고 무조건 놀아요. 오타수정은 주로 맞춤법이나 비속어에 관한 것인데 6시쯤 끝나요. 또 다음 날인 수요일도 자유롭게 놀아요. 목요일은 긴장하면서 놀아요. 금요일은 슬슬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걱정하면서 놀아요. 토요일도 이제 진짜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불안하게 놀아요. 일요일부터 생각하죠.
 
  ‘아, 큰일 났다. 이제는 정말 해야 한다! 월요일이 오는 게 너무 싫다’고 생각하지만 소재를 정하는 것 외에 작업은 딱히 하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제가 정말 성실하지 않은 것 같네요.(웃음)
 
  대신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는 정말 열심히 해요. 월요일은 무조건 밤을 새요. 콘티를 짜고 그걸 바탕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이제 색칠을 하죠. 밑그림과 색칠은 모두 태블릿으로 진행돼요. 색칠까지는 싸이툴이라는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그 이후에 포토샵으로 넘어가서 컷을 배치하고 효과음을 넣고 대사를 쓰죠. 
 
  원래 담당자님께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는데 제가 개강하고 나니 “작가님, 개강하시고 나면 복병이 생길 수 있으니 슬슬 세이브 원고를 준비하시는 게 어떨까요?”하더라고요. 저도 그게 맞는 것 같아서 시간을 더 할애해서 세이브 원고를 준비하고 있어요.
 
  평소 깊게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즉흥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베스트 도전에서 연재할 때 저를 인터뷰하셨던 분이 인터뷰 중에 “작가님은 될 대로 되라며 사시는 거냐”고 냉철하게 물어보신 적이 있어요. 그때 깨달았죠. ‘아, 내가 될 대로 되라며 살고 있구나.’
 
  사실 저는 될 대로 되라는 방식이 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것만은 해내리라’라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준비해도 운이 안 좋으면 안 될 때도 있어요. 웹툰 같은 경우도 각 작품마다 스타일 차이가 심하니까 단순히 실력과 노력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내가 꼭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스트레스로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무조건 될 대로 되라는 방식은 아니에요. 제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 바로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공모전이 올라왔고 하필 제가 잘 하는 장르였기에 진정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도전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으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려고요. 물론 기회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를 해놓을 필요도 있겠죠.
 
  필명을 쿠당탕이라고 지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 담당자님이 필명을 정하라고 하셨을 때 멋있는 것이 없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그냥 쿠당탕으로 정해버렸어요. 제가 정말 별 생각 없이 정한 것 같은지 담당자님도 계속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개그 중에서도 1차원적인 개그를 좋아해요. 갑자기 넘어지고 몸개그 하고, 이런 것들이요. 풍자 같은 건 너무 복잡하니까요. 그래서 정해버렸어요. 쿠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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