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루셔니스트>는 <윌로씨의 휴가>, <플레이타임>등으로 현대 프랑스 코미디의 거장으로 알려진 자크 타티 감독의 시나리오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시나리오가 영화화되기 전, 자크 타티 감독의 딸인 타티 쉐프의 손을 거친 만큼 영화 <일루셔니스트>는 자크 타티의 작품 세계 그 자체가 아닌 아버지로서의 자크 타티를 표방한다. 다시 말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린 딸들이 보는 아버지, 즉 마법사처럼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아버지의 초상이 <일루셔니스트>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그렇기에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실뱅 쇼메 감독은 자크 타티의 영화적 유산을 스크린을 통해 계승한다. 말보다는 행동, 대사보다는 이미지로, 거기에 실뱅 쇼메 감독 특유의 간결한 그림체가 입혀지며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그린 그림이 CG 대신 입혀진다. 동시에 빛을 극대화한 스코틀랜드의 풍광이 더해지며 음악과 표정, 분위기만으로도 그 어떤 대사보다 많은 정서를 함축하고 있다. 

 

  나이 든 마법사는 세월에 밀려 점점 더 설 곳을 잃어간다. 1959년이라는 시대상에 맞게, 텔레비전과 영화, 록스타가 주류로 떠오르며 마법사는 우연히 얻은 명함 한 장만 믿고, 스코틀랜드까지 흘러가게 된다. 마법사는 그 곳에서 자신의 마술을 진짜 마법으로 믿어주는 시골 소녀 앨리스를 만난다. 이때부터 시작된 마법사와 앨리스의 여정은 넓은 세계로 나간 앨리스가 도시의 생활에 동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현실과 꿈의 장벽에 부딪히기 시작한다. 난생 처음 도시로 나간 앨리스에게는 모든 것이 마법보다 더 화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법사는 앨리스의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위해 현실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영화 <일루셔니스트>에는 잊혀 가는 것들에 대한 쓸쓸함이 묻어난다. 동시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도 담겨 있다. 단, 실뱅 쇼메는 그 어떠한 감정도 강요하지 않는다. 사라진 것들에 대한 현실을 받아들일 뿐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