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음에도, 또한 그러한 사랑에 둘러싸여 살아간다고 확신할 수 있음에도 우린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단언할 수 없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뒤의 나는 그렇다. 

  우리는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또한 때때로 어머니에게 그 사랑을 고백한다. 그 고백을 과연 주검이 돼 버린 그녀에게 한 치의 오차 없이 고스란히 다시 전할 수 있을까? 전한다 한들 그녀가 여전히 그녀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흙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친구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혹은 그녀가 내 첫사랑을 앗아간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 친구와 다시금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오히려 그 사람은 여전히 내 친구일까?
 
  우리는 애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과연 우린 그가 사랑을 고백할 때 애인이 됐던 것인지, 입을 맞출 때 애인이 됐던 것인지, 혹은 애인이라는 관계 자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쌍방향성을 띠지 않았는지 확신할 수 있나? 사랑이란 나눌 수 있는 것인지 모호하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것이다. 또한 가장 불확정적 요소다. 우린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사랑에 목을 맨다. 가끔은 그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잃음만이 유일하게 사랑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두근거림과 따듯한 맞닿음을 쟁취하려 분투하는, 그 움직임만을 사랑의 근거로 볼 수 있다고 알게 됐다. 만약 그것마저 없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사랑을 눈치채며 그리고 사랑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근대의 시작,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진흙처럼 부서진 이 불안한 시대에서 사랑은 피부에 가깝게 닿을 수록 이질적인 존재가 됐다. 하지만 우린 깨닫자. 당신이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 이미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시작됐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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