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반대한다’를 다시 꺼내 읽으면서…
‘경쟁에 반대한다’를 다시 꺼내 읽으면서…
  • 김영일 초빙교수
  • 승인 2017.03.20 20:44
  • 호수 11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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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목적을 가진 상대를 이기거나 앞서기 위해 겨루는 행위를 ‘경쟁’이라고 한다면, 이 과정에서 목적을 달성한 사람과 달성하지 못한 사람이 나뉘게 된다. 우리는 서슴없이 양쪽을 각각 승자와 패자로 묘사하는 데 익숙하다. 승자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누리지만 패자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좌절하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 출연하는 지상파 방송에서도 아이들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킨 뒤 어른들이 “이겨라!”를 연신 외치며 손뼉을 치고 응원한다. 경쟁에서 이긴 승자에게 축하를 전하자 승자는 한껏 의기양양하며 패자는 내내 표정이 어둡다. 우리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거나 우리의 인생이 끝없는 경쟁의 연속이라는 표현은 하나도 낯설지 않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우리가 오랜 시간 제도권의 교육을 받으면서 경쟁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사회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쟁에서의 승리를 성공과 동일시하는 사회, 1등에 대한 강박이 압도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협력보다 경쟁에 대한 담론이 더 뜨겁다. 사람들은 저마다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고 각종 책에서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친다. 더 나아가 이러한 경쟁을 즐기라고까지 한다. 인생의 본질이 마치 경쟁인 것처럼 내용을 설파한다. 그러면서 경쟁에서 발을 슬쩍 뒤로 빼거나 경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비겁하고 무능력하며 열등하다고 낙인을 찍기도 한다.
 
  ‘경쟁에 반대한다’의 저자는 경쟁의 본질을 ‘상호 배타적인 목표 달성’으로 규정한다. 이는 당신이 실패해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쟁적인 문화라고 하더라도 협력하거나 독자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쟁 옹호론은 너무 많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하고 있다. 저자는 경쟁이 존재하는 영역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여러 분야에서 실시된 경쟁 관련 연구를 검토하여 마치 신화처럼 여겨지는 경쟁에 대한 우리들의 상식을 반박하고 박살낸다. 그리고 승리를 최고로 여기는 사회 구조가 교육을 어떻게 훼손하고 개인을 어떻게 지배하고 변화시키는지 분석한다. 경쟁은 사랑과 관심마저도 승리를 통해 획득해야 하는 어떤 희소한 상품처럼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쟁의 대안으로 협력을 제안한다. 협력이 기본이 되는 사회는 경쟁적인 사회보다 결코 비효율적이거나 비생산적이지 않으며 인간관계를 회복시키고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사회이다. 협력은 당신이 성공해야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이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변화된 것을 느꼈으며 이러한 느낌이 부끄럽게도 처음이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참 감사한 일이다. 무엇이든 살아 오르는 봄, 여러분에게도 이러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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