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의 모습을 한 괴수와 금발 미녀의 등장.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는 지금까지 전통처럼 전해지고 있는 영화 <킹콩>(2005)의 서사를 21세기의 감각에 맞게 리부트해낸다. 고전적인 킹콩 영화의 플롯에서 탈피한 이 영화는 1970년대 베트남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밀리터리 장르 영화의 속성과 더불어 21세기형 블록버스터의 서사를 매력적으로 배합한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우선 ‘콩’의 크기에 있는데, 100피트(30.48m) 이상으로 구현된 ‘콩’은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보다 4배 이상 큰 덩치를 자랑한다. 또한 대사는 없지만 인간의 탐욕에 맞서 섬을 지키는 ‘콩’의 고독한 사투는 마치 고독한 슈퍼 히어로의 모습과도 같다. 베트남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들이 스컬 아일랜드를 폭격하고, 평화로운 동물들의 세계를 파괴하는 인간의 이기는 만물의 영장으로서 인간이 갖는 자격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영화의 플롯은 단순하다. <킹콩>의 스핀오프 시리즈인 <콩: 스컬 아일랜드>는 콩이 ‘킹’이 되기 전의 사연을 다룬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0년대, 세상에 존재하는 괴생명체를 쫓는 ‘모나크’ 탐사팀은 지도에도 없는 해골섬에 고대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곳을 찾아 나선다. 원시 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한 해골섬으로, 캡틴 제임스 콘래드(톰 히들스턴)를 포함한 종군 사진기자 위버(브리 라슨), 패커드 대령(새뮤얼 L. 잭슨) 등이 탐사를 떠나게 된다. 외지인들은 각기 다른 직업과 사연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지만 그들의 등장으로 인해 섬의 주인인 ‘콩’이 깨어나게 된다. 콩과 온갖 크기의 괴수들로 아수라장이 된 해골섬은 전쟁 무기의 습격마저도 무색해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이 해골섬에서만큼은 노골적인 불청객이라는 사실이다. 폭탄 투하로 시작되는 그들의 첫 등장은 자연의 침략자로서 인간이 갖는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줄 뿐이다. 
 
  엔딩 크레딧 이후 등장하는 쿠키 영상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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