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일까. 짧은 한 문장이지만 머리를 순간적으로 복잡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인류 발생 이후 끊임없이 논의되어 온, 앞으로도 계속 논의될 ‘악’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책 말미에서 작가는 말한다. 인간은 생존하도록 태어났으며, 사악함의 정도는 내면의 욕망을 얼마나 실현하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책 속의 인물들이 욕망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욕망은 어떤 것에 관한 것이고, 과연 그것을 얼마나 실현할까. 아니, 실현 가능한 욕망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학자와 이론들이 ‘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저 한 주체가 살아가면서 ‘악’은 어떠하다고 어렴풋이 짐작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 짐작 또는 정의가 그 주체의 가치관, 삶의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악’에 대해서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주인공 유진도 통제되어 온 자신의 삶 속에서 ‘악’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주는 약물을 끊는 것이 그 최선 중 하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유진의 어머니와 이모도 ‘악’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유진이 가지고 있는 상위 1%의 사이코패스 성향이 그들에겐 ‘악’이었다.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 그들의 욕망이었고, 약물을 처방하고 유진의 일상을 나노 단위로 관리하며 최선을 다한다. 다 읽은 후, 나는 누구도 옹호할 수 없었다. 책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말에서 유진이 어떠한 삶을 살아갈지 결정하지 못한 모습,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모습은 찜찜한 여운을 남겼다.
 

  한 사람의 욕심이 타인에겐 악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모두는 각자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갈등과 싸움은 끊이지 않는다. 그래 왔었고,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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