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20대 파산으로 이어져…

 

  취업 준비생 A 씨는 올해 막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입은 100만 원 정도이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 저축은커녕 식사까지 건너뛸 지경에 처했다. 취업 준비 때문에 다니는 학원의 학원비, 각종 생활비, 고향을 떠나 마련한 원룸의 월세까지 내면 매달 적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 A 씨는 모교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갚으라는 연락까지 받았다. A 씨는 “부모님이 고향에서 농업을 하시는데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내가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취업도 되지 않는 상황에, 통장은 적자인데 학자금 대출까지 부담이 되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A 씨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신용회복위원회가 공개한 바에 의하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워크아웃 신청자가 3,000명 이상 증가했다. 워크아웃은 많은 빚을 지고 신용을 잃어 경제 활동을 못하게 되었을 때 신용을 회복시켜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은 20대 전반의 청년들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데 그치지 않고 파산 위기에까지 내몰리는 현실을 보여준다.

 

  파산 위기에 몰린 청년들, 가난 탓에 더 가난해져…

  청년들이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개년 간 워크아웃 신청자는 △2014년: 8,090명 △2015년: 9,519명에 △2016년: 1만 1,102명으로 늘고 있다. 이때 20대 워크아웃 신청률은 2014년에 비해 지난해 3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의 다른 세대 워크아웃 신청 증가율보다 최대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같은 불경기 및 취업 불황에도 △30대: 9% △40대: 6% △50대: 12% 정도 증가해, 20대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였다.

  청년들은 20대를 맞이하면서부터 빚을 지게 된다. 대학의 등록금 및 생활비를 위한 학자금 대출 때문이다. 이때 학자금 대출은 금리가 낮은 편임에도 청년들에게는 상환이 쉽지 않다. 학사 기간 4년 동안 모두 대출을 할 경우, 부채의 총량이 2,000만 원 이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을 막 졸업한 취업 준비생 혹은 청년근로자가 그 정도의 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학자금 대출 연체자 가운데 원금과 이자를 2년 이상 연체해 ‘신용불량자’ 꼬리표를 단 청년은 약 1만 8,000명이다.

  심지어 몇몇 청년들은 소득과 담보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대출 시장에 의지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생활금은 꾸준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학을 졸업하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하긴 어렵다. 또한 소득이나 담보가 없으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해 은행권의 20대 신용대출 비중은 6%에 불과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이나 대부업과 같은 제2금융권의 경우 15% 내외에 달했다. 결국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금융권에 뛰어들어 적지 않은 원금과 불어나는 이자에 시달리게 되고, 파산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난 때문에 더욱 가난해지는 것이다.

  이에 취업 준비생 B 양은 “최근 늘어나는 이자에 빚이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파산 신청을 할 계획”이라면서도 “파산 신청도 법률 전문가에게 유료로 상담해야 하며 절차도 간단하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악순환, 청년 취업난이 파산까지 이어져

  애초 20대가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원인은 취업 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년층 고용률은 42.3%다. 청년들은 정기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빚을 갚기에 곤란한 현실에 처했다. 20대 실업률 또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2015년: 9.2% △2016년: 9.8% △2017년 2월: 12.5%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국정이 불안한 것이 소비 및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백종호 연구위원은 “청년층에게 취업난은 미흡한 신용으로 이어지고 미흡한 신용이 산더미 같은 빚과 파산을 부르며, 그 파산이 청년들의 자존감을 떨어트려 취업난에 다시 영향을 준다”며 “청년층의 파산 및 취업난은 사회적 악순환을 고착시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의 말을 전했다.

 

  취업에 성공해도, 빚은 못 갚아

  만약 청년들이 당장 취업에 성공해도 빚을 갚기에는 역부족이다. 갓 입사한 사원에게는 지급되는 봉급이 적어 생활비를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입사한 지 오래지 않은 ‘사원급’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은 약 2,400만 원이다. 한 달에 200만 원 수준이며, 세금을 제하면 180만 원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특히 자취를 하는 이들의 경우 월세, 식비, 세금 등 생활비를 빼면 빚을 갚을 수 있을 만큼의 돈도 남지 않게 된다.

  심지어 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들이 적은 것도 청년층 파산 문제에 영향을 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신규 취업자 중 비정규직이 64%에 달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의 월평균 임금격차가 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바에 의하면 정규직의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62만 3,000원이다. 이에 비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150만 원이 안 됐다. 200만 원이 넘게 차이 나는 것이다.

  지난해 말 ㄱ 기업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C 군은 “지난해 드디어 정규직이 돼 어느 정도 급여가 올랐다”면서도 “아직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부채를 상환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책 마련 노력중이나, 아직 갈 길 멀어…

  이러한 상황에 국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9월부터 청년 파산의 심각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의 정성호 의원은 “‘부채 꼬리표’가 붙은 청년들에게 미래란 없고, 그들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20대 생계형 채무자들이 안정적으로 고용될 때까지 부채를 유예해 주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장학재단은 올해부터 학자금 대출의 상환 이율을 낮췄다. 먼저 대출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출금리를 2.5%로 동결했다. 그리고 일반상환학자금 대출 유형의 대출 지연배상금 연이율을 연체 구간별로 3%p씩 낮췄다. 이에 기존 3개월 이하에서 연이율은 10%였으나 7%로 하향 조정됐다. 또한 3개월 초과에서의 연이율은 12%였으나 9%로 감소됐다.

  또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청년층의 현실을 반영해 햇살론의 거치 및 상환 기간을 늘렸다. 햇살론이란 신용등급 및 소득이 낮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이들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지원해 그들이 대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햇살론의 거치 기간은 4년에서 6년으로, 상환 기간은 5년에서 7년으로 늘었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의원은 “애초 남자 대학생들은 군복무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최소 6년에서 최대 9년까지 대학 졸업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거치 기간이 6년밖에 되지 않는다면 남자 대학생들은 적어도 대학 졸업 직후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더해 이 의원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20대 청년들에게 버팀목이 돼 줘야 할 금융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 같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청년들을 취업난과 파산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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