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유명한 성경 구절이 있다. 그런데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없다. 인간에게 말과 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수족과 같은 것이다. 그 결과 나에게서 나온 말과 글이 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외부에 드러내 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려는 욕망이 있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가르친 적도 없고 시킨 적도 없는데 말이다. 이는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것과 같은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상대방에게 시시콜콜 털어놓기도 하고 답답하거나 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공개적으로 SNS에 글을 쓰기도 한다. ‘캔터베리 효과(Canterbury effect)’나 ‘호모나랜스(Homo-narrans)’는 결국 이와 같은 인간의 본능을 적절히 포착한 단어인 셈이다.

  한 사회에 속한 구성원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강제성을 띤 규범을 ‘법’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도 마땅히 지켜야 하는 규범이 있다. 이를 ‘어문 규범’ 또는 ‘어문 규정’이라고 한다. 현행 어문 규정에는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다. 물론 법이 가진 것처럼 국가 권력에 의한 강한 강제력을 띠지는 않지만,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소통의 문제를 포함하여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규정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 번 잘못 학습한 후에 반복 사용하면서 오류가 굳어져 화석화가 되면 바로잡기도 어렵고 교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 둘째, 말이나 글에서 형식적 오류가 자주 발견되면 그 사람의 교양 수준이나 지적 수준을 의심하게 된다. 셋째, 신문 기사나 자기소개서, 대국민 사과문 등 형식이 중요한 공적인 글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글쓴이의 자질과 진의를 의심하게 된다. 넷째, 규정은 하나의 약속이므로 글에서 이를 잘 지킬 경우 가독성이 좋아져 독서 능률이 오르며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일도 쉬워진다. 더불어 오해와 오독의 여지를 없앨 수 있다. 다섯째, 규정은 한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에 작용하는 글쓰기와 말하기의 준거이므로 의사소통 방식의 일정한 준거가 바로 규정이 되는 셈이다.

  교양을 쌓고 각종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어문 규정에 대한 책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오빠를 위한...’, ‘선생님도 틀리는...’과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오기도 한다. 맞춤법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자못 심각한 글도 보인다. 대학생들이 자주 보이는 오류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까? 어떤 책이 좋을까? 다음 주에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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