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히어로 영화의 전성시대다. 2000년대 이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히어로들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를 떠올려 보자면 상당수가 ‘휴 잭맨’의 ‘울버린’을 생각할 것이다. 양손에 칼날 같은 발톱을 지닌, 불로불사의 ‘울버린’은 엑스맨 시리즈를 대중화시키며 함께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을 스타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은 ‘울버린’의 삶도 영화 <로건> 속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그렇다. ‘울버린’의 마지막은 ‘울버린’이 아닌 ‘로건’이다.

  영화 <로건>은 <엑스맨:아포칼립스>(2016)로부터 40년이 흘러간 2029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울버린은 재생 능력을 잃어가며 리무진 기사 일을 하고 있다.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 역시 간헐적으로 위협적인 발작을 일으키며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더 이상 돌연변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미래, 피로를 호소하며 늙어 버린 ‘울버린’의 클로즈업된 얼굴. 시한부 환자처럼 죽음만을 기다리는 ‘울버린’의 모습은 낯설기 그지없다. 그러나 ‘울버린’의 마지막은 미지의 소녀 ‘로라(다프네 킨)’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울버린’이 아닌‘ ’로건’으로서의 그의 마지막은 인간적이고, 처절하다. 싸워 이길 능력이 사라진 ‘로건’은 늙고 지쳤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지켜야 할 것이 분명하기에 압도적인 처절함을 얻는다. 클로즈업으로 등장하는 그의 얼굴은 소녀를 지켜내야 한다는 무게감으로 가득하다. 힐링 이팩트의 능력으로 소멸하는 것을 지켜보며 살아왔던 ‘로건’의 지친 마음에 로라의 미래라는 어마무시한 동기가 불어 넣어진 것이다. 소멸을 지켜보는 것이 아닌, 소멸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선물할 수 있다는 것.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울버린의 마지막을 그만의 방식으로 애도한다. ‘애상’의 무게로 가득한 핏빛 영상은 그렇기에 초라하거나 외롭지 않다.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한 인물에 대한 헌사로 가득할 뿐, 아름다운 마지막, 영화 <로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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