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도 3월 31일(화) 정부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일명 교피아(혹은 관피아) 방지법인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부 고위공무원 중 대다수가 퇴직한 후 대학에 취업하는 등 ‘교피아’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교피아는 교육부와 이탈리아 범죄조직인 마피아를 합친 말로, 퇴직한 후에 대학 및 교육 관련 단체에 취업해 해당 단체와 유착관계를 맺는 교육부 출신 공무원 집단이다. 이들은 주로 각 대학의 총장 및 교수 등 고위급에 해당하는 교직원으로 임용된다.

  2014년도 4월 16일(토)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교육계에선 ‘교피아’ 관행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들이 퇴직한 후에 선박 안전 및 운항을 관리하는 해양수산부의 산하기관으로 재취업하면서 선박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밝혀지자 이후 각 분야에선 교피아를 비롯해 관피아를 척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퍼진 것이다.

  이에 정부는 낙하산 인사 및 교피아(혹은 관피아)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으나,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외면당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의로 ‘유명무실’

  지난 2015년도 3월 말 정부가 발표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퇴직한 공무원 중 4급 이상에 해당하는 자의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교피아의 경우엔 교육부 출신의 퇴직공무원이 △학교 법인이사 △총장 및 부총장 △학장 △교무처장 △학생처장 등 고위급 교직원에 임용될 수 없도록 취업제한 기관의 범위를 사립대와 사립대 법인까지로 확대했다. 만일 퇴직한 후 3년 이내에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할 땐 공직자 윤리에 관한 일정한 사항을 심의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퇴직 공무원이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 가능’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2016년도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사립대 및 사립대 부속병원에 취업하고자 심사를 받은 퇴직 공무원 16명 중 15명이 ‘취업 가능’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인사혁신처 공무원은 지난해 4월에 퇴직했으나 지난해 7월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을 승인받아 ㄱ 사립대 현 총장으로 임명됐다. 또한 행정자치부 공무원은 지난해 6월에 퇴직한 뒤 한 달 만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ㄴ 사립대 현 총장으로 임명됐다. 이어 교육부 4급 공무원 2명은 각각 ㄷ 사립대 기획실장과 ㄹ 사립대 연구원으로 ‘취업 가능’을 판정받았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비록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취업 가능’을 판정받은 퇴직공무원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아 이들의 취업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나, 이는 결국 정부가 개정한 공직자윤리법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 재개정 필요

  일각에선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각 대학의 일부 교직원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취업 제한 대상에 사립대 교수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본래 사립대 교수를 취업 제한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는 교육부 출신의 퇴직공무원이 대학에서 고위급 교직원이 아닌 일반 교수직에 임용된다면 ‘교피아’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현재 대학에서 맡은 직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시 교육부에서 맡았던 직책이 교육부와 유착관계를 맺는 데 이용되기 때문에 교피아를 척결하려면 사립대 대학교수도 취업 제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ㅁ’ 사립대 교수는 “현재 교육부 출신 퇴직공무원이 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 교육부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재정 지원 사업을 따내거나 정책 연구를 꾸준히 수주하고 있다”며 “퇴직공무원들이 교수로 임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직자윤리위원회 자체가 객관적인 심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참여연대 이은미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행정자치부 내 인사혁신처 산하에 소속돼 있으므로 구성원 중 공무원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이들도 퇴직한 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따라 제한을 받아야 하므로 퇴직공무원의 취업심사에 있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학, ‘교피아’ 이용해 교육부와 손잡기

  각 대학에선 여전히 교육부 출신인 고위공무원을 교내 교직원으로 임용하려고 한다. 이는 대학 내에 교육부 출신인 교직원이 재직할 경우에 교육부의 재정 지원 사업을 선점하거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등 각종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 한겨레 관계자는 “교육부는 한국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으며 교육기관에 대한 규제부터 지원까지 교육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며 “특히 대부분 중앙부처와 달리 교육부는 각 대학을 대상으로 재정적 지원과 규제를 동시에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각 대학에서 교육부 출신 공무원을 교직원으로 임용하려고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경기도교육청의 행정 사무감사에 따르면 경기도 내 사립학교 법인(이하 사학법인)의 법정부담금 납부율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사학법인이 법정부담금을 미납해 경기도교육청이 사학법인에 지원하는 재정결함보조금은 매년 늘고 있다. 법정부담금이란 교직원의 건강보험 및 연금부담금, 그리고 재해보상부담금 등을 사학법인에서 부담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조승현 의원은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사학법인이 법정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며 교육청 출신 공무원이 경기도 내 사립학교 재단의 간부로 채용되면서 이들이 그 당시 교육청에서의 직책을 빌미로 사학재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에서 교피아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행태는 과거부터 계속됐다. 2014년도 8월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 △대학특성화사업 △산학협력 선도대학 사업 △BK21사업과 같은 모든 재정 지원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전국적으로 동명대와 건양대 총 2곳이었다. 그러나 동명대는 설동근 전 교육부 차관이 2012년도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재정 지원 사업에 잇따라 선정됐고 건양대는 교육부의 부이사관급 관료가 2012년도 교수로 임용된 후 재정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또한 2014년도 10월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의 ‘2010년도 이후 교육부 정책 연구과제’엔 교육부가 외부 용역을 맡긴 연구 전체 315개 중 33개를 4급 이상의 교육부 출신 교수 12명이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들이 맡은 연구는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선행교육 방지방안 연구 등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정책들로 이뤄졌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해당 연구들은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데 이론적 바탕이 된다”며 “교육부는 제 식구였던 교수를 이용해 입맛에 맞는 결과를 얻고 교수들은 연구비를 과하게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피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돼야 해

  이렇듯 ‘교피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조승래 공동의장은 “지금부터 각 대학은 비상식적인 교피아 관행을 끊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교육부도 어설픈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아닌 확실한 교피아 방지법은 재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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