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학생들의 불만…해결책은 무엇인가

  극심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경제학과 A 군이 등교하기 전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마스크다. 마스크를 챙기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에서 흡연자들이 무분별하게 내뿜는 담배 연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다니는 병원의 담당 의사에게 “간접흡연은 호흡기 환자에게 치명적”이라는 말을 들었던 A 군은 언제까지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학교를 등교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국민건강증진법 제2장 9조에는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 및 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 경우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와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학교 내 캠퍼스 전체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학교 자체적으로 흡연자를 위한 흡연구역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본교는 “교내 구성원들의 흡연권 및 혐연권을 보장하기 위한 흡연구역을 설치해야 한다”는 제56대 총학생회의 학생복지 요구안을 받아들여 지난 학기에 캠퍼스 내 18곳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일삼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에 학생서비스팀은 지난해 12월 교내에 금연구역 팻말을 설치했고 학기 초에는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동작보건소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학생들이 종종 적발되고 있으며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무분별한 흡연에 학생들 몸살…

  흡연자들의 무분별한 흡연에 학생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본교는 △형남공학관 2층 공터 △형남공학관 1층 공터 △문화관 구름다리 앞 △문화관 뒤 공터 △교육관, 벤처관 사이 △학생회관 2층 나무데크 △베어드홀, 경상관 사이 △조만식기념관 4층 뒤 공터 △벤처관 앞 △진리관 옥상 △중앙도서관 옆 △미래관 옆 △창신관, 글로벌홀 사이 △연구관 앞 △정보관 1층 앞마당 △정보과학관 옥상 △레지던스홀 입구 △전산관 앞 공터 △학생회관 1층 운동장 근처에 총 19곳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주로 흡연이 이뤄지는 곳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중앙도서관 앞 라운지 △백마상 뒤편 △학생회관 2층 동아리방 입구로 총 3곳이다. 이곳엔 모두 금연구역 팻말이 설치돼 있었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다량의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벤치와 테이블, 그늘막이 설치돼 있는 중앙도서관 앞 라운지는 학생들이 쉴 수 있게끔 조성된 공간이지만 이곳은 이미 흡연자들의 흡연 공간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언론홍보학과 B 양은 “중앙도서관 앞 라운지를 이용하는 것은 학생의 권리인데 흡연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 그 주변으로 왕래하기조차 꺼려져 라운지를 이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백마상 뒤편은 △학생회관 △진리관 △조만식기념관 △베어드홀 입구 근처에 있어서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구역이다. 하지만 여전히 흡연을 일삼는 학생들이 있어 비흡연자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시간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의 자유게시판에는 “백마상 근처에서 흡연하는 학생들 때문에 그 주변으로 왕래하기가 힘들다”는 익명의 글이 올라왔고 20명 이상의 학생이 이 글에 공감을 표했다. 본교에 재학 중인 김석현(경제‧16) 군은 “백마상 주변은 학생회관, 진리관 그리고 조만식기념관 입구와 맞닿아있어 자주 다니는데 이곳에서 흡연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 매우 불편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 22일(수)에 열린 제1차 동아리대표자회의에선 “학생회관 2층 동아리방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로 인해 동아리방 안으로 담배 연기가 들어온다”는 동아리 대표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동아리연합회 회장 이동현(산업정보·15) 군은 “금연구역을 알리는 현수막을 설치하거나 야간순찰대를 소집하여 흡연자들의 무분별한 흡연을 제지하겠다”고 말했다.

 

  흡연구역 제도, 홍보 미흡하다는 비판 제기돼

  한편 흡연자들은 흡연구역 제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산업공학과에 재학 중인 C 군은 “학교를 2년째 다녔음에도 본교에 흡연구역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흡연구역 제도를 알았으면 이곳(백마상 뒤편)에서 흡연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일부 학생들은 흡연구역 제도에 대한 홍보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실제로 흡연자들이 흡연구역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경로는 지난해 10월 초 본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시된 ‘교내 금연 안내 및 흡연구역 준수’라는 제목의 글 하나뿐이다. 올해 입학한 철학과 D 군은 “본교에 입학하고 나서 흡연구역 제도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다”며 “흡연구역 제도에 대한 홍보가 덜된 것이 아니냐”며 비판했다.

  이에 학생서비스팀 전영석 과장은 “흡연구역 제도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거나 흡연구역 바닥에 페인트로 흡연구역임을 명시하는 등의 조치를 총학생회와 논의하여 흡연구역 제도를 홍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들에겐 너무 먼 흡연구역

  교내 곳곳에 지정된 흡연구역이 본교 중심부와 다소 멀리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는 흡연자들의 불만도 제기됐다. 산업공학과에 재학 중인 E 군은 “학교 외곽에 위치한 흡연구역까지 가는 데에 자주 번거로움을 느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자주 왕래하는 학교 중앙 분수대 주변에는 흡연구역이 없고 학교 외곽이나 각 건물 근처에 흡연구역이 위치해 있다. 즉, 흡연자들은 흡연을 하기 위해 흡연구역까지 이동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을 겪는 흡연자들을 위해 흡연구역의 위치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E 군은 “학교 외곽에 위치한 흡연구역까지 가는 데에 자주 번거로움을 느낀다”며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흡연구역을 지정하여 흡연자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는 ‘간접흡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람의 통행이 적은 위치나 각 건물의 출입구로부터 10미터 이상의 거리에 흡연구역을 설치해야 한다’는 흡연구역 설치 기준이 마련돼 있어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흡연구역을 확충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편 학교 측은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이 심해지자 지난 학기에 ‘흡연부스’ 설치를 검토했지만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환기시설이 있어 담배 연기가 새어나가지 않는 흡연부스는 법적으로 사람의 통행이 잦은 위치에도 설치할 수 있어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절충안이었다. 하지만 흡연부스 1대를 설치하는 데에 약 1,500만 원이라는 적잖은 비용이 소모되고 타 대학에서 흡연부스를 설치했지만 학생들의 불만이 해결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는 지난 2012학년도에 학생들의 건의로 2천만 원을 들여 흡연부스를 설치했지만 현재는 이용률이 낮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김 군(28)은 “흡연부스를 이용하면 수업에 들어갈 때 몸에 담배 냄새가 심하게 배 다른 학생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며 “내부에 찌든 담배 냄새가 싫어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대학은 어떠한가

  흡연구역을 개선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불만을 해결한 학교도 있다. 중앙대학교는 캠퍼스 곳곳에 ‘금연 공간’이라는 현수막이나 입간판을 설치했고 흡연구역에는 ‘흡연 공간’이라는 표시와 함께 보행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또한 흡연구역이 통행로와 인접한 경우 그 사이에 벽을 만들어 흡연 공간을 분리했다. 중앙대 식품공학부에 재학 중인 김 양은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이 명확히 구별되어 있어 무분별하게 흡연하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한편 △건양대학교 △대구보건대학교 △삼육대학교 △을지대학교는 정기적으로 니코틴과 일산화탄소 검사를 받아 금연에 성공했을 시 장학금을 지급하는 ‘금연장학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금연장학금을 수혜한 대구보건대 강 군은 “학교의 금연장학금 제도가 금연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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