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을 찾아 떠난 여행, ‘폴케호이스콜레’
새로움을 찾아 떠난 여행, ‘폴케호이스콜레’
  • 현재건 기자
  • 승인 2017.04.03 21:55
  • 호수 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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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에는 ‘폴케호이스콜레’가 있다. ‘폴케호이스콜레’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자유학교이다. 그곳은 학생들이 자유로운 여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 타인과 함께 하는 법 등을 새로이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본지와 함께 새로운 배움을 찾아 ‘폴케호이스콜레’로 여행을 떠나보자. 

 

  덴마크의 자유학교인 ‘폴케호이스콜레’에 입학하다

  제가 덴마크로 떠나게 된 것은 지난해 겨울이었어요. 지금부터 저는 여러분께 제가 덴마크로 떠나게 된 과정을 설명해 드리려고 해요. 제가 덴마크로 떠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새롭게 바꿔줄 무엇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가령 각자의 인생을 1차원 공간에 놓고 봤을 때 인생은 ‘경험’이란 점들이 모여서 만든 선이에요. 그러나 제 인생을 쭉 돌아보니 지금까지 그려 온 인생의 선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불어 앞으로 제 인생을 색다른 경험으로 채워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생각이 들 때 즈음 저는 북유럽의 ‘핀란드’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특히 핀란드의 슬로우 라이프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에 강하게 매료됐죠. 이후 저는 ‘핀란드’와 관련된책과 자료를 찾아보면서 북유럽 내 다른 국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덴마크와 관련된 책을 읽게 됐고 덴마크의 자유학교인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를 알게 됐어요. 이와 관련된 자료를 더 찾아보다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옛 말처럼 책과 자료를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보다 덴마크에 가서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이후 저는 덴마크로 향하는 비행기 표를 샀고, 덴마크에 도착하자마자 ‘Krogerup’이라는 자유학교에 입학 원서를 제출했어요.

  자유학교라는 말처럼 이곳에선 학생들의 자유가 가장 우선시 되고 있어요. 학생들은 자유롭게 교과목과 담당 교사, 그리고 원하는 학급 유형을 선택할 수 있고, 학교는 학생들의 선택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구상하죠. 또한 덴마크에 있는 대부분의 폴케호이스콜레는 기숙형 학교로 운영되고 있어요. 이에 따라 모든 학생과 교사들은 서로 일상을 공유하면서 작은 사회를 형성하게 돼요.

 

  폴케호이스콜레에서 신선한 일상을 맛보다

  폴케호이스콜레에선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학생들이 한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요. 그리고 수업 중간마다 아프리카 노래나 유럽 노래 등 다양한 노래를 배우곤 해요.

  저는 한 친구에게 “학교에서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저에게 “Be together”라는 단 한마디로 답해주었죠.

  학창시절에 저는 음악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가창 시험을 치는 것을 무척 싫어했어요. 그러나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합창 시간은 그날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비타민 같은 시간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문득 ‘우리나라에서도 수업을 하기 전에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문화가 있다면 좀 더 행복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폴케호이스콜레에는 따로 청소를 해주시는 분들이 없어 모든 학생들이 구역을 나눠 직접 청소를 해요.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담당 구역에 모여서 청소를 하기 시작하죠. 어느 날, 저는 화장실 청소를 맡게 됐어요. 우리나라에선 남자가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고 여자가 여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덴마크에서는 굳이 성별을 구별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여자화장실을 청소하게 되었는데, 일을 보고 나온 친구와 눈이 마주쳤어요. 저는 눈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당황했지만 그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를 지나쳐 갔죠. 이 일을 겪은 후 덴마크인들은 비교적 우리나라보다 성에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이곳엔 수업 중간마다 2시간씩 쉬는 시간이 있어요. 쉬는 시간 동안 학생들은 주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거나, 다 같이 보드게임을 하며 여유를 만끽해요. 덴마크에는 이렇게 여유를 즐기는 ‘휘게’ 문화가 있어요. 휘게는 편안함이나 따뜻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돼요. 이러한 ‘휘게’ 문화는 제게 일상 속에서 소소한 여유를 즐기는 법을 알려 줬고 세계 여러 학생들과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줬어요.

 

  폴케호이스콜레에 깊이 뿌리 내린 민주주의

  이곳의 학생들은 일주일마다 학교에서 80년대 파티, 토크 파티, 해리포터 파티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파티를 열어요. 한 번은 ‘그리스’라는 주제로 파티가 열렸어요. 학생 100명이 그리스 시대의 사람처럼 침대보를 온몸에 두르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서 놀았어요. 그런데 ‘학교’라는 공간에서 진행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이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어요. 제가 이곳에 입학했을 때,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엔 규칙이 없다”며 “규칙은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만큼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에요. 대신 학생들은 나름의 규칙을 세워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가죠. 예를 들어 파티에선 11시까지 술을 마시고, 그 이후에는 술 대신 음료수를 마시는 등 필요에 의해 규칙을 만들어가요.

  또한 학교는 학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이에 학생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투표 등 민주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분담하죠. 그리고 아침마다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불만이나 개선할 점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요. 그렇게 서로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각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나가요.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몇 백만 원 정도의 예산을 지급하면서 “제가 지금 드린 예산으로 여러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세요”라며 회의를 열었어요. 그리고 학생들은 열띤 토론과 투표를 통해서 예산안을 의결했죠. 학생들은 민주적인 절차에 맞게 예산안을 수립하는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한 번은 채식주의자인 친구가 학교 급식에 불만을 제기한 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학교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을 만들어 달라고 아무리 요청해도 식단은 바뀌지 않았어요. 학교는 몇 명의 채식주의자를 위해서 새로운 식단을 짜기에는 너무 힘들다는 입장이었죠. 그 친구는 한동안 불만을 제기했지만 식단이 쉽게 바뀌지 않아 의욕 없는 목소리로 저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이제는 지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맞은편에 있던 친구가 그 말을 듣고 “불만을 제기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을 것”이며 “이 학교의 민주주의도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보다 한참 어린 친구가 그런 깨어있는 말을 하니까 말이죠.

 

  “직접 경험해야만 이해할 수 있어요”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사랑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어요.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었어요. 그러나 이는 사랑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치 않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이 세상엔 ‘사랑을 경험해 본 자’와 ‘사랑을 경험해 보지 않은 자’,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전자의 경우는 사랑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설명이 필요치 않은 경우이지만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사랑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에요.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도 마찬가지예요. 이 학교를 한마디의 말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래도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이곳은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 같은 설명만으로는 이곳의 진정한 가치를 전달할 수 없어요. 폴케호이스콜레를 직접 경험해야만 이해할 수 있죠.

  덴마크는 폴케호이스콜레를 설립해 국제사회에 ‘대중교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 일으켰어요. 대중교육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지식과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에요. 더 나아가 덴마크의 대중교육은 민주주의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 이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각각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죠.

  저는 이 학교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힘든 과제에 도전하려고 해요. 직접 폴케호이스콜레에 가서 느낀 바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책을 쓰는 등 여러 작업을 하고 있죠. 여러분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이 학교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덴마크로 떠나 폴케호이스콜레를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해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학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려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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