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어문 규정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다섯 가지 정도로 언급했다. 이번 호에서는 대학생들이 자주 보이는 표기 오류를 몇 개 설명한 뒤, 어문 규정을 담고 있는 비슷비슷한 도서 중에서 괜찮은 몇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지난 호 칼럼을 읽고서 다소 뜨악했던 것이, ‘떼려야 뗄 수 없는’으로 써 보낸 칼럼이, 편집을 거쳐 인쇄된 지면에는 ‘뗄레야 뗄 수 없는’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인 셈이다.

  첫 번째, “빈칸에 {알맞는/알맞은/맞는} 답을 고르시오.”와 “국가대표에 {걸맞는/걸맞은} 행동을 해라.”에서 앞 문장은 ‘알맞은’과 ‘맞는’이, 뒤 문장은 ‘걸맞은’이 답이다. ‘맞다’는 동사이고 ‘알맞다’, ‘걸맞다’는 형용사이므로 각각 ‘맞+는’과 ‘알맞+은’, ‘걸맞+은’으로 쓴다.

  두 번째, “정답을 {맞추다/맞히다}.”에서 ‘맞추다’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맞히다’로 써야 한다. 이때 ‘맞히다’는 올바른 답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정답을 맞춰 보세요.”가 아니라 “정답을 맞혀 보세요.”로 쓴다.

  세 번째, “제가 할께요.”, “내가 갈께.”, “놓치지 않을 꺼에요.”처럼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 말하면 문장이 끝날 때 ‘까’와 ‘니까’만 경음으로 표기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니 앞의 세 문장은 “제가 할게요.”, “내가 갈게.”, “놓치지 않을 거예요.”로 쓴다. 반면 “걔가 선물을 줄까?”와 “이 일을 어떻게 합니까?”에는 ‘까’와 ‘니까’가 있으므로 표기도 ‘까’와 ‘니까’로 한다. 마지막 문장에서 ‘거’는 의존명사이므로 뒤에 ‘예요’가 결합한다. 받침이 없는 명사 뒤에는 ‘학교+예요’처럼 ‘예요’가 쓰이고 받침이 있는 명사 뒤에는 ‘도서관+이에요’처럼 ‘이에요’가 쓰인다. 다만, ‘아니’는 형용사이므로 ‘아니+에요’가 되며, 이름을 뜻하는 ‘영일’은 그 뒤에 ‘이’가 결합한 ‘영일이’를 한 단위로 보기에 ‘영일이+예요’로 표기한다.

  네 번째, ‘돼’는 ‘되어’가 줄어든 것이고 ‘봬’는 ‘뵈어’가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되’와 ‘돼’, ‘뵈’와 ‘봬’가 헷갈릴 때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헷갈리는 곳에 ‘하’를 넣어서 말이 되면 ‘되/뵈’로 쓰고, 말이 안 되면 ‘돼/봬’로 쓰면 된다. “여기로 다니면 안 {되/돼}.”, “일이 잘 {되/돼}는구나.”, “내일 {뵈/봬}요.”에서 ‘안 {되/돼}’, ‘잘 {되/돼}는구나’, ‘{뵈/봬}요’를 ‘*안 하’, ‘잘 하는구나’, ‘*하요’로 바꾸면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어색해진다. 답은 ‘안 돼’, ‘잘 되는구나’, ‘봬요’이다.

  어문 규정과 관련된 도서는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최근에 새롭게 표준어로 인정된 경우가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어문 규정을 상세히 풀어 놓은 책 중에는 ‘《한국어 정서법》(이선웅 외)’과 ‘《교사를 위한 맞춤법 길라잡이》(임성규)’가 단연 돋보인다. 표준어를 다룬 책 중에는 3권으로 된 ‘《건방진 우리말 달인》(엄민용)’과 4권으로 된 ‘《한국어가 있다》(중앙일보 어문연구소)’가 우수하다. 그 밖에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국어문화학교의 자료 마당에 가면 전문 집필진들이 쓴 양질의 자료가 많이 올라와 있다. 책을 사기보다는 이를 내려받아 출력해서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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