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일(목) 거대한 선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73일 만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13일 만이었다.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은 “이렇게 빨리 인양될 수 있었던 세월호가 지금에서야 인양된 이유가 무엇이냐”며 통탄했고,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에 묻혀버린 진실이 드디어 규명되는 것이냐”며 기대를 모았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사회인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전 국민이 세월호를 보면서 안절부절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며 무능함을 자인했다. 우리가 박 전 대통령에게 문제 삼았던 바는 자신이 해야 할 업무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대통령은 전능한 존재가 아니다”라며 잘못을 부인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일부 언론은 세월호 진상조사를 막는 방해물로 작용했다. 타 언론사보다 신속하게 소식을 보도하려는 기자들의 욕심은 곧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사상 최악의 오보로 이어졌다. 각 언론사는 각자와 성향이 다른 정치 세력들을 공격하는 데에 세월호를 이용했고, 국민을 분열시키려는 듯 ‘인양 비용’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뉴스의 조회 수를 늘리려는 기자들의 탐욕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또한 우리는 인간에게 내재된 잔혹한 본성과 추악한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지난 3년간 단식투쟁을 벌이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일간베스트 회원들은 보란 듯이 피자와 치킨을 먹으며 폭식 투쟁을 했고, 보수진영에 있던 일부 국회의원들은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에 불과하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등 세월호 참사를 비하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이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정치가와 정당을 지지하며 다양한 범위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같은 통증을 느꼈던 이유는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세월호 관련 뉴스와 이에 대한 반응을 고려했을 때 이번 세월호 인양 작업도 절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지난 28일(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체조사위)는 본격적인 조사활동에 착수하기에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과 이견을 보였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선체조사위에게 ‘미수습자를 우선으로 수색할 것’ 등의 요구가 담긴 합의문을 제안했으나, 수색에 대한 선체조사위의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세월호에서 발견된 동물 뼈를 미수습자의 유골이라고 발표해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사에선 여전히 박근혜 정부를 대변하는 뉴스를 보도하기에 급급했다.

  한편 혹자는 “다 지나간 일이니 그만 잊어야 한다”고 조언했고 혹자는 “언제까지 지겨운 세월호를 운운할 것이냐”며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들의 소중한 자녀를 떠나보내기 위해선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오는 5월에 출범할 새 정부에선 세월호 진상규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 정부 역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죗값을 물어 책임을 다해야 하고, 우리는 그 가운데서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정부의 행동을 감시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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