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디지털 문화는 이미 삶의 한부분을 넘어 우리 삶의 양식까지 변화시킨 지 오래며 바쁜 현대인의 삶에 꼭 어울리는 문화이기도 하다.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에 따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구분한다는 과학적이거나 전문적인 설명을 차치하고라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고 전자책, 이메일, SNS 등 우리의 삶 속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모두 디지털 문화의 작은 부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현대인의 삶에서 디지털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급격한 기술 발달은 현대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 준다.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내게 필요치 않을 것들을 한번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많을 정도로 우리의 삶은 물질적인 면에서 볼 때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아무리 급한 용무라도 문자나 카톡으로 처리할 수 있고 굳이 얼굴을 맞대지 않더라도 단톡방이나 밴드 등을 통해 회의도 할 수 있다. 직접 마주보고 감정을 드러내며 대화를 하는 것이 이미 불편하거나 어색한 이들에게 문자 대화야말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남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절묘한 수단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가 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과정이요 기다림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의 삶의 전개가 아무리 지루하고 답답하고 불만족스러워도 반드시 과정을 거친 후에 자신이 행한 결과를 받아들이고 인내한다. 이것은 효율이나 능률의 문제가 아닌 삶에 대한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셔터를 좀 더 신중하게 누르게 되듯 과정을 중시하고 어떤 선택을 함에 있어 보다 더 신중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아날로그적인 자세는 디지털 문화가 주지 못하는 우리의 특권이자 의무이다. 우리의 삶은 화면 속의 게임처럼 되돌리기(reset)를 할 수 없으며 디지털 카메라처럼 맘에 들지 않는 사진을 지우거나 편집할 수 없다. 전화번호부에서 이름을 삭제했다고 상대와 영영 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이모티콘이 많다 해도 우리의 감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이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스마트 폰이나 엄지 손가락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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