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숫자, 언어, 언론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그동안 수차례 속은 탓에 내성이 생겼거나 인터넷의 각종 지식을 자양분 삼아 분별력이 늘어난 결과일 수도 있다. 이제는 제법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누군가를 믿는 일은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객관적인 증거나 자료를 요구한다. ‘인증샷’이나 ‘인증’을 요구하는 행위도 잠깐의 유행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관습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또 속고 만다. 오늘도 핸드폰을 열면 세계 곳곳의 수많은 사건 사고와 정보가 마치 화수분처럼 흘러나온다. 과연 거기에는 진실만이, 정확한 정보만이 있을까?

  도처에 ‘가면을 쓴 단어’가 있다. ‘소말리아에 미군 파견’을 ‘희망 회복 작전’으로 표현하거나 ‘폭격’을 ‘방어를 위한 공격’으로, ‘아군의 후퇴’를 ‘전략적 후퇴’로, ‘이라크 전쟁’을 ‘사막의 폭풍 작전’으로 완곡하게 표현한다. 화장을 하면 민낯을 감쪽같이 가릴 수 있듯이 단어와 표현도 화장을 하고 때로는 모호성을 덧입기도 한다. 확실한 일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예외적 상황을 대비해 ‘아마도, 일반적으로, 대략적으로, 다소, 일차적으로, 상당 부분은, 비교적, 대체로’ 등 다양한 표현이 사용된다. 중요한 내용이 담긴 말에 단어 하나를 슬쩍 끼워 넣어 알맹이를 쏙 빼버릴 수도 있다.

  수학적 통계, 과학적 실험은 주장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 결과를 오롯이 신뢰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통계든 실험이든 과정과 절차의 신뢰성이 항상 문제 될 수 있다. 특히 연구자가 조사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현상이나 변수를 조작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 조사 시기와 지역, 인위적인 환경이나 표본의 크기, 대표성,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간의 동질성 결여 등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 실험의 결과가 실제 상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피험자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실험자가 원하는 대로 응답하거나 반응할 수 있다. 유의미해 보이는 값이 실은 실험이나 검사의 반복에 의한 것이거나 피험자의 내적 성숙, 심신의 상태 변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일시적인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몬트리올 퀘벡 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인 ‘노르망 바야르종(Normand Baillargeon)’이 쓴 이 책은 원제가 <Short Course in Intellectual Self-Defense>이지만 번역자는 이것을 실천적 지성이자 권위를 가진 촘스키에 기대어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으로 옮겼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에 초과학, 비교주의, 뉴에이지 등 이런저런 이름으로 포장된 믿음이 난무하는 현상을 지적한다. 성찰과 판단력과 합리성이 개탄스러울 정도로 추락한 학계와 지식인의 세계도 꼬집는다. 과연 우리는 이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것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하게 다양한 방향에서 제공받고 있는지 묻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언어, 숫자, 경험, 과학, 미디어에 대해 다룬다. 도박과 복권으로 배우는 확률 편에서는 로또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종 언어적 수학적 오류도 친근한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해 준다. 결과적으로 말에 숨겨진 진짜 뜻을 생각해야 하고, 숫자로 생각하되 함정을 조심하고, 기억은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한다. 과학을 과학적으로 의심하고 성찰하며, 누구를 위한 보도인지 꼼꼼하게 따진다. 여러분도 천천히 읽어 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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