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단어 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모두, 단어 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 김영일 초빙교수(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7.04.17 13:21
  • 호수 11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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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말을 하고 글을 쓰면서 살아간다. 그 말과 글은 단어로 이루어진다. 텍사스 주립대 심리학과 연구진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 모두 하루에 약 16,00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사람마다 발화 스타일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비유하자면 개인이 선호하는 음식, 운동, 패션이 제가끔 다른 것처럼 단어 또한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사용하기에 한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통해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에 대한 단서와 흔적을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에 남긴다. 이것은 나의 행동과 생각의 ‘잔여물’인 동시에 나의 ‘언어 지문’과도 같은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는 나도 미처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밖으로 드러낸다.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는 나의 이미지도 내가 사용하는 단어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일례로 비속어나 욕설을 자주 하는 사람은 그에 부합한 저속한 이미지를 덧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용어(content words)보다도 기능어(function words)가 그 사람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보조적 역할을 하는 기능어에는 대명사, 접속사, 조사, 어미 등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도 하찮게 여기고 또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단어들이 포함된다. 단어는 사람들의 생각, 감정, 동기, 사회적 관계 등을 알아내는 강력한 도구이며, 이것을 분석하면 한 사람의 정체성, 성격, 사고방식, 심리 상태, 타인과의 관계, 상대적 지위, 살아온 배경, 미래의 행동까지도 알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인 제임스 W. 페니베이커가 쓴 책 <단어의 사생활>은 시종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데,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와 ‘우리’ 같은 대명사 사용에 따른 지위 및 성별의 차이, 이메일에서 드러나는 나와 상대방 사이의 지위, 사건 전후 대통령의 단어 사용 변화, 지도자의 단어 스타일, 솔직하게 쓴 글에서 발견되는 단어의 특징, 진실과 거짓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단어 패턴, 자기소개서의 진위를 확인하는 법, 정직한 표현에서 드러나는 단어의 특징, 행복할 때와 슬픔과 분노에 차 있을 때의 단어 사용 차이, 사용한 단어를 통해서 속마음 알아내기, 남녀의 단어 사용 차이, 나이에 따른 단어 사용 차이,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단어 사용의 다양성 등 무궁무진한 내용이 들어 있다. 실제 유명 인사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함께 보여준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세간의 말이 있지만 이 책만큼은 경험이 풍부한 심리학 전공자가 맡은 덕분인지 한국어 번역도 퍽 자연스럽다. <단어의 사생활>이라는 책 제목도 여러 해석과 상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직관이 번득인다. 우리 학교 도서관 서고에도 네 권이나 있다. 짬을 내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픈 정말 유익하고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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