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커다란 트라우마를 남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세 해가 지났다. 90년대 말의 IMF 사태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생활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면 세월호 참사는 안전과 생명이라는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우리에게 던졌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는 개개인뿐 아니라 사회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우리에게 묻는다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한 사회가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판이한 시각은 별개로 치더라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자세를 보면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3년 전의 그것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 인해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지도자가 대처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처럼 지도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나 행동 하나하나가 정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에서는 더욱 지도자가 어떤 자세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도자의 평소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됨을 우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예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를 경시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먹고 사는가에 대해서도,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20여 일 후면 한국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일자리 창출, 청년 보조금, 정경유착 근절, 고용불안 해소, 복지 확대, 정치개혁 같은 커다란 목표도 좋지만 누가 우리의 평범한 삶을 지켜주며 일상에서 맛볼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더 중시해야 한다.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행복하게 하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도자가 될 사람의 인성과 평소의 언행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도자의 인성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양된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감정을 갖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앞날이 결정된다. 그것이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다. 촛불과 태극기,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우리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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