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종이신문의 존폐를 주제로 여론 조사를 실시했을 때 일반인 1031명 중 35%가 10년 이내에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종이신문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이 가운데 학보사들도 기존의 종이신문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통해 신문을 발행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위기의 학보사,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학보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1970년대 당시 각 학보사의 주 독자층은 학생이었다. 이는 그 당시 대학언론이 독재 정권에 대항하며 청년들의 의견을 대변해 주는 유일한 언론기관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독재 정권을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들을 무력으로 탄압했다. 그 가운데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학생들의 움직임도 점차 거세졌고 학생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학보사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92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했고 학생들은 정치‧사회 문제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더불어 학보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서서히 감소하게 됐다.

  최정섭(철학·17) 군은 “타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 당시 아무도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아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기사를 여러 번 본 적이 있다”며 “그만큼 학내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신예규(정보사회·15)양은 “학보의 주안점이 사회 문제에 맞춰져 있지 않을 뿐더러 충분히 인터넷을 통해 검색할 수 있고, 학내 주요 사안이나 문제에 대한 비판도 SNS나 익명 커뮤니티에서 더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어 굳이 학보를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보사에 지원하는 학생기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건국대 △동국대 △성균관대 등 올해 4월 기준 서울 주요 사립대학의 학보사 20곳을 조사했을 때 기자가 10명 미만인 학보사가 9곳이었으며 10명 이상에서 20명 미만인 학보사가 4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서울여대의 서울여대학보와 성공회대의 성공회대학보에서 활동하는 기자가 각각 5명으로 가장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여대학보의 유경민 편집국장은 “학보사에서 활동하게 될 경우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학보사에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습기자를 교육하는 기간 동안 총 3명의 수습기자가 퇴사했다”며 “학생기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학생기자에의 지원율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보사에 대한 대학의 재정 지원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보사가 신문 발행비부터 장학금 및 원고료 등 학생기자들의 복지를 위한 비용을 각 대학 본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지난 2015학년도 ㄱ 사립대의 학보사는 전년 대비 약 10%의 예산이 삭감됐으며, ㄴ 사립대 역시 전년 대비 약 50%의 예산이 줄었다. 대학기자 세미나 백윤호 기획단장은 “각 대학마다 다르지만 대학 본부의 예산이 줄어들 경우에 대부분의 대학에선 각 학보의 발행 부수를 줄이는 등 학보사에 지원하는 예산을 가장 먼저 삭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퍼스트, 학보사 위기의 전환점 될까

  학보사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 퍼스트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데 있어 디지털 플랫폼을 최우선으로 두는 방식으로, 지면보다 온라인에 먼저 기사를 내놓는다는 뜻이다.

  일간지 언론에서는 중앙일보가 지난 2015년 10월 ‘뉴스는 마감 없는 흐름이다’, ‘다시 콘텐츠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창간 50주년 기념 혁신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디지털 퍼스트 방식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한겨레도 ‘3.0 혁신 보고서’를 통해 대대적으로 뉴스룸을 개편한 바 있으며, SBS 보도국에서도 소셜 미디어 전용 채널 ‘스브스 뉴스’와 동영상 전용 서비스 ‘비디오 머그’를 통해 성공적인 구독자 안치를 이루어 냈다.

  학보사 기자들은 학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보사가 일반 언론사에 비해 양질의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제작할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아 디지털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화여대 학보사인 이대학보는 디지털 플랫폼만을 위한 콘텐츠를 따로 제작하지 않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간단한 헤드라인과 기사를 링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대학보 박보경 편집국장은 “과연 학보에 디지털 퍼스트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작년 카드뉴스를 운영한 적이 있었으나 오히려 서툴러서 질이 좋지 않아 종이신문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여대의 서울여대학보는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떠먹여주는 뉴스’라는 제목의 카드 뉴스를 제 작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기사를 하나의 카드뉴스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학보사 내에 디지털 뉴스부를 따로 구성해 휴간 기간 동안 발생한 학내 사안과 관련된 기사를 온라인에 업데이트하고 있다. 유 편집국장은 “물론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뉴스 콘텐츠를 제공할 때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으나 “현재 서울여대학보의 여건상 디지털 퍼스트를 생각하기 에는 인원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여의치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더 이상 학보사가 종이신문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경희대 학보사인 대학주보는 디지털 퍼스트 방식을 학보에 성공적으로 차용했다. 대학주보 기호웅 편집국장은 “독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뉴스와 시대적인 요건 및 독자들과의 소통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디지털 퍼스트 방식이 가장 적합한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주보는 현재 페이스북 등 5개의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기 편집국장은 “페이스북에서 한 기사당 12,000개 정도의 조회수와 댓글 및 ‘좋아요’가 달린다”며 “기존의 종이신문보다 많은 학생들이 학보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김춘식 교수는 “학보사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기자들은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보사의 존재 가치에 대한 진정한 고민 필요해

  지난 11일(화)에 열린 숭실토론광장에서 ‘숭대시보, 종이신문 발간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 참여한 최은정(영어영문·16) 양은 “현재 종이신문으로 발간된 숭대시보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종이신문의 발간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숭대시보가 종이신문을 발간하는 것에 찬성했으나, 권예지(문예창작·17) 양은 “대학신문의 주 독자층인 학생들은 스마트폰 등 전자 매체를 사용하는 데에 익숙하기 때문에 인쇄 매체를 전자 매체로 전환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현재 학보사의 존폐 여부에 관해 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한 만큼 학보사는 존재 가치에 대한 고민과 정보 전달 방식에 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에 대다수의 학보사에선 더 많은 사람들이 신문을 구독할 수 있게끔 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뉴스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 편집국장은 “올해는 본질로 돌아가 뉴스 콘텐츠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콘텐츠 퍼스트를 지향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학보사는 결국 기사의 질로 독자들로부터 판단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물론 온라인을 통해 뉴스 콘텐츠를 제작 및 제공하고 있으나, 콘텐츠에 담긴 메시지가 정말 가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S 황동진 차장은 “뉴스 형태를 다양화하는 것은 좋지만 중요한 뉴스를 발굴하고 깊이를 더하는 것이야말로 뉴스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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