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대 총장으로 당선된 후 100일이 흘렀는데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가.

  시간이 무척 빠르게 흘러갔다. 총장으로 임명된 후 100일이 지났지만 체감 시간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내년에 진행될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다. 그동안 본교의 상황이 여러 방면으로 열악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현재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지표 중 본교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총장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본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의 가치가 있다. 바로 숭실의 정체성과 수호성이다. 그러나 만일 두 가지의 가치가 서로 상충한다면 본교의 건학 정신을 기반으로 한 숭실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 본교는 1897년 베어드 선교사가 평양숭실을 설립했을 당시의 내세웠던 진리와 봉사라는 건학정신과 일제 강점기 때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시대정신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우리 사회는 소위 명문대학이라고 불리는 대학들을 선두로 각 대학을 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숭실인은 가시적인 평가에 흔들리지 말고 내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본교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본교에는 숭실의 정체성을 반영한 여러 가지 학사제도가 있다. 대표적으로 전공필수 과목인 ‘채플’과 ‘현대인과 성서’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한 주 동안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자 채플에 참여하면서 대부분의 학생이 채플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봤다. 학생들이 ‘채플’이나 ‘현대인과 성서’와 같은 과목에 관심을 두는 것도 숭실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방법의 하나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또한 본교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진리와 봉사의 자세를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학생이 졸업 후 취업을 고민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생계를 위해 취업을 목표로 삼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가족과 이웃, 사회를 섬기는 봉사의 자세가 학생들의 삶을 훨씬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즉, 학생들은 본교에 입학해 진리와 봉사의 자세를 배우고 졸업 후 이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숭실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  

  현재 본교는 법정부담금의 대부분을 교비로 대납하고 있으며, 등록금 의존율도 7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본교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무척 안타깝다. 부총장직으로 재임하던 시절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생들과 법정부담금을 교비로 대납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학생들은 법인에서 법정부담금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인에 직접 법정부담금만큼은 이사회에서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본교는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한 대학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법인 이사가 기업인이 아닌 성직자에 속하며 그분들이 기부금을 지원하는 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결국 법인과 학교, 총동문회 등 학내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열악한 재정 상황을 극복해내야 한다. 
 
  본교는 직업전문학교인 숭실 호스피탈리티와 숭실에듀, 원격평생교육원 등의 수익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으나 이로 인해 큰 수익을 내진 못한다. 따라서 다양한 수익사업을 계획 중이다. 본교는 상대적으로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여러 단체가 건물을 대관한다. 앞으로 차차 외부인에게 대관해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수입도 늘어날 것이다. 또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신 교수들의 연구를 특허 받을 수 있도록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자 한다. 특허를 받은 후 이를 상업화하게 되면 부분적으로 수익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평생교육원에서는 기존의 프로그램 외에 수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다각도로 수익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총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CF(Chief Fundraising Officer)형 총장이 되겠다는 약속을 했다. 예전에는 덕망 있고 학식이 뛰어난 총장을 선호했고 이후에는 대학을 잘 경영할 수 있는 CEO형 총장이 촉망받았다. 현재 대학들은 기금을 잘 모금할 수 있는 CF형 총장을 원하고 있다. 실제로 재임기간 동안 약 800억 원에 달하는 기금을 모금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 
 
  이처럼 총장의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많은 기금을 모금하고, 학교 자체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더 나아가 법인과의 협력을 통해 법인 나름의 수익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현재 재정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결국 숭실의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정원 조정 및 학과 통폐합을 위해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곧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어떤 대응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빈틈이 많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가령 사립대학들은 각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사립대학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모든 대학의 총장이 모이는 대학교육협의회에서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이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며 대외적으로 다른 대학들과의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므로 단시간 내에 해결되긴 힘들 것이다.
 
  따라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크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나뉘는데 본교는 정량평가에서 큰 점수를 받기 힘든 상황이다. 정량평가는 전임교원 확보율이나, 장학금 등의 지표로 평가되는데 전임교원을 확보하거나 장학금을 확보하려면 그만큼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본교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어 정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이에 본교는 정성평가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한다. 정성평가는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얼마나 수업에 반영되는가 혹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교육과정이 준비돼 있는가 등의 질적인 지표로 평가된다. 현재로서는 비교적 예산이 덜 투입되는 정성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각 대학마다 새로운 학사제도가 도입되고 있으며 융합교육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본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4차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의 과정이다. 3차 산업혁명이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이뤄진 혁명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IT 기술과 인문사회 영역이 융합됨으로써 발생하는 혁명이다. 본교는 다른 대학에 비해 일찍부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왔다. 본교의 IT대학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아줄 만큼 특성화돼 있으며, 예전부터 융합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융합 관련 사업단을 운영해왔다. 올해에는 융합특성화자율전공학부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본교를 융합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 이에 따라 모든 학과가 1개 이상의 융합전공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모든 학생들이 주전공과 융합전공을 병행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자기주도형 융합교육인 DIY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전공과목 가운데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과목을 선택해 자기만의 융합전공을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전공을 기획하는 것이므로 좋은 교육적 성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 총장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0위권 내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방식으로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이끌어 낼 것인가.
 
  언론사 대학평가는 주로 각 대학의 교육여건과 평판도,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중 본교는 다른 대학에 비해 교육여건과 연구역량의 수준이 부족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수의 연구 환경을 보장하는 제도인 승진 재임형 제도와 연구 진흥제도를 개정하고자 한다. 
 
  사실상 ‘언론사 평가가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 중 일부는 외부에서 본교를 평가하는 시각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대학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큰 꿈이 있다면 2025년쯤에는 본교가 아시아의 100위권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올해는 개교 120주년이다. 본교는 개교 120주년을 맞아 어떤 사업을 계획 중인가.
 
  현재 다양한 개교 120주년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그중 커다란 사업을 말씀드리자면 숭실 한마음 체육대회와 통일 선도대학으로서 통일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그리고 숭목회나 총동문회, 총학생회 등 최소 5000명 이상의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숭실의 비전을 꿈꾸는 숭실 비전축제를 열고 싶다. 이밖에도 개교 120주년 역사나 평양 숭실의 역사 등 숭실의 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의 연장선으로 개교 120주년을 기념한 기록물들을 제작하고자 한다. 
 
  주요 공약 중 부총장 직속으로 학생 취업혁신센터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또한 본교의 취업률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겠다고 밝혔다. 취업률과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본교의 취업률을 직접 확인하면서 취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본래 경력개발센터를 취업혁신센터로 명칭을 바꿔 본교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명칭에 맞게 취업 프로그램을 강화시키고 규정을 개선하려고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명칭은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고 취업 관련된 프로그램을 좀 더 강화시키는 것으로 확정지었다. 
 
  실제로 학생들이 한 번 취업상담을 받으려면 3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보고받았다. 우선적으로 학생들이 취업 상담을 원활하게 받으려면 취업상담을 전담하는 인력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실제로 취업상담 인력을 2명 더 보완했다. 또한 기존의 취업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와 경제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취업률이 개선되긴 힘들다. 현재 열악한 취업시장을 고려해 학생들이 무조건 취업에만 목숨을 거는 것이 아니라 창업에도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구체적으로 본교에서 진행 중인 7+1 제도에 도전학기를 추가할 계획인데, 본래 봉사와 어학연수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7+1 제도의 범위를 창업으로까지 넓힐 것이다.
 
  현재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요즘 학생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위축되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은 취업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취업이 무조건 생계 유지를 위한 직업을 구하는 것으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과 자기 도전, 꿈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소신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또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변 이웃을 바라보는 자세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인생의 막바지에서 뒤를 돌아보게 됐을 때 한평생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살아온 사람은 인생에 대한 허망감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더라도 봉사와 선교 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사람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숭실인들은 자신 외에 이웃과 사회를 바라보는 자세를 갖췄으면 한다.  

  지난 총장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교수의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수의 연구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본교는 특히 교지 및 교사 확보율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교수들의 연구 공간을 확보할 계획인가.
 
  교수가 질 좋은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교수로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교지가 비교적 좁은 본교는 현재 연구 환경을 위한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학교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제도는 개선이 가능하지만 당장 연구 공간을 확충하거나 기자재를 구매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여건이 되지 않아 연구 공간을 확충할 수 없어 학교 구성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주요공약 중 첨단 ICT 캠퍼스를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현재 문화관이 있는 자리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최첨단 ICT 융복합 센터를 짓고 싶다. 이를 통해 본교에서도 노벨상을 수상한 인물이 나올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재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현재 상황에서라도 본교가 ICT 융복합 캠퍼스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작게는 지난 3월부터 대대적으로 기존의 학사관리 시스템인 유세인트를 스마트 캠퍼스로 개선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웬만한 학교들과 학사 시스템을 연결할 수 있고 전공 수업과 관련해 교수님들과 스마트 캠퍼스를 통해서  소통할 수 있다. 또한 교내에서 와이파이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틈틈히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앞으로 ICT 융복합 캠퍼스에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간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본교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과 소통할 것인가.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학생과 교직원, 교수 등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총장으로서 먼저 학생들에게 찾아가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공식적으로는 총학생회 임원들과 주기적으로 간담회를 갖고 ‘총장과의 데이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비공식적으로는 틈틈이 시간이 될 때마다 학생 식당 등에서 학생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지난 3월 채플에 참여한 이유도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함이었다. 만약 총장과 면담을 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을 만남의 대상 1순위로 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본교가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대학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나는 숭실대학교 학생이다’라는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을 만들고 싶다. 
또한 총장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등 모든 학내 구성원이 통합하여 함께 숭실대를 구성해가는 동반자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우리 학교를 찾아와 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저를 믿고 열심히 일하는 교직원들, 교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앞으로 고마움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학내 구성원을 섬기는 총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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