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도 색깔이 있다. ‘새빨간/새파란/새하얀 거짓말’은 각각 다른 거짓말의 특성을 나타내는 관용 표현인데, ‘거짓말이 새빨갛다/새파랗다/새하얗다’처럼 문장으로 복원할 수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들 표현은 거짓말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을 시사한다. 웃음과 행복의 씨앗이 되는 좋은 거짓말이 있는 반면 눈물과 불행의 씨앗이 되는 나쁜 거짓말도 있다. 인생에서 필요한 거짓말도 있고 불필요한 거짓말도 있다. 가벼운 거짓말도 있고 무거운 거짓말도 있다. 거짓말 속에는 색깔, 감정, 무게가 공존한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할까? 이게 뭔 공허한 질문인가 싶다가도 주어가 ‘내 남친/내 여친’으로 바뀌고 거짓말의 방향이 ‘나’를 향하는 순간 이 질문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띠게 된다. 상대가 나에게 약속 시간에 늦은 이유를 추궁하면 으레 길이 막혀서 늦었다거나 일 때문에 늦었다는 말로 때우곤 한다. 이처럼 일상적으로 하는 거짓말은 우리들 스스로가 거짓말이라고 인식하지 않기에 거짓말의 횟수를 세는 일은 어려워 보인다. 일상적인 거짓말 하나하나를 ‘거짓말’이라고 인식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궁금할 법한 질문이다. 사람은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할까? 미국의 어느 심리학자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8분에 한 번꼴로, 하루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 물론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20년 전의 연구 결과가 2017년 한국인에게서 똑같이 나타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언어, 관습, 생활 양식, 문화 양식 등이 다르다면 한국인에게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거짓말의 고유한 특징이 있을 수 있다. 신체 언어와 행동 심리를 연구하는 김형희 씨가 쓴 <한국인의 거짓말>에서는 바로 이 점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국내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작업을 오랜 기간에 걸쳐 해 보인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한국인을 연령별로 3년 동안 조사하고 남녀의 거짓말 영상을 4개월 동안 분석한다. 그 결과 한국인에게서만 나타나는 거짓말 신호 25가지를 밝혀낸다. 일례로 한국 남성은 왜 거짓말을 할 때 말이 많아지는지, 반대로 한국 여성은 왜 거짓말을 할 때 짧게 대답하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고 설명한다.
 
  책은 총 3장으로 나뉘지만 본론은 2장부터이다. 2장에서는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 하나하나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한국인의 거짓말 실제 사례를 분석한다. 3장에서는 거짓말을 찾아내는 방법, 거짓말을 잘하는 방법, 한국인이 하는 거짓말의 유형, 거짓말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소개한다. 평소 거짓말에 잘 속는 사람이라면 심심파적으로 이 책을 한번 읽어봐도 좋겠다. 그런데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한다니, 지독한 역설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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