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골랐다. 서점에 들어선 상태였고, 아무 책을 들고 구석에 앉아 읽고 싶었다. 푹신한 카펫 바닥, 조용조용한 인디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공기. 가습기로 적당한 습도를 맞추고, 디퓨저와 책의 냄새로 정화시킨 공기, 그리고 공기를 가르는 페이지를 ‘사라락’ 넘기는 소리. 이 책을 왜 골랐는지 잘 모르겠고, 그저 본능이었다. 표지 색감, 확실히 따뜻하다. 딱딱하고 그립감이 좋은 하드커버, 딱 내 스타일이었다. 가난한 대학생에게 결제가 아깝지 않은 순간은 몇몇 없다. 이 책은 아무런 내적 갈등 없이 카드를 긁게 했다. 

  나의 개인적 의견이다. 이 서적은 ‘새벽’에 읽기 좋다. 술을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들어왔거나, 야구장에서 광기로 응원을 하고 들어와서 느끼는 그런 ‘새벽’이 아니다. 첫 번째 문단에 쓰여 있는 것처럼, 뭔가 고달프고 할 말이 많지만, 전화할 사람이 없고, 경청해 줄 사람이 곁에 없을 때, 그런 ‘새벽’을 말한다. 

  이야기는 정말 간단명료하다. 세 명의 도둑이 은행에서 돈을 훔쳐 도망을 다니다가 숨을 돌리기 위해 밤에 어느 오래된 폐가, 잡화점에 들어서게 되고 신비한 잡화점의 능력으로 인해 시간을 넘나들어 과거의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편지로 받아 상담을 하게 된다.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익명의 사람들이 처한 곤란한 상황, 그리고 그에 대응하여 답변을 한 상담 내용들이 각 장을 이룬다. 책 속에서 비현실적 요소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것이, 시간에 대한 비현실 요소를 빼면 우리 현대인들이 겪는 고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랑을 택할지, 일을 택할지’, ‘꿈을 택할지, 현실을 택할지’, ‘아기를 택할지, 낙태를 택할지’ 등등에 대한 세 명의 도둑들의, 작가의 의견이 들어 있다. 해결 방안이 아니다. 그저 조언을 얻는 사람, 즉, 우리의 얘기를 들어줄 뿐이다. 그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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