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식기념관으로 가는 길목의 진리관 외벽에는 행사나 각종 프로그램을 알리는 포스터가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항상 빽빽하게 붙어 있다. 학내 문제나 사회 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알리는 대자보도 큼지막하게 붙어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대자보는 80년대 대학가에서 빼놓을 수 없던 풍경일 정도로 성행했던 언로의 하나였다. 군부독재 시절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때에 기존의 언론을 대신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언론의 자유가 많이 확보되고 SNS가 발달한 요즘에는 대학가에서 대자보를 보기가 흔치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자보가 붙는 이유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서울의 모 대학에 붙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는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이후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을 비롯하여 전국의 대학들에서 비슷한 내용의 대자보가 붙을 정도로 학생들 및 시민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예전의 대자보에는 정치적인 성향의 글이 주를 이루었다면 요즈음의 대자보는 사회 문제, 학내 문제, 인권, 소수자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가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다양해졌음을 말해 준다.
 
  어느 내용을 담든지 대자보에 담긴 내용은 특정 사안에 대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이기 마련이다. 대자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것은 정당한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며, 민주사회에서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권리로 보호를 받듯 대자보 역시 보호를 받아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편치 못할 내용도 있을 수 있고 다수의 공감을 받지 못할 내용도 있을 수 있지만 언론이 전달하지 못하는 얘기를 때로는 대자보를 통해 들을 수 있기에 극단적인 내용이 아닌 한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건전한 비판이야말로 성숙한 사회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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