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세대 △숙명여대 △한국외대 △서강대 △서울여대 등 총학생회가 꾸려지지 않은 대학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총학생회가 사라져 가는 이유는 투표율이 미달되거나 후보자가 출마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해 11월 연세대는 총학생회 선거에 후보자가 출마하지 않아 선거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어 지난 3월 보궐선거를 치렀으나, 투표율이 약 26.98%에 그쳐 선거가 무산됐다. 한편 숙명여대의 경우엔 제47대 총학생회가 지난 2015학년도 12월까지 임기를 수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총학생회가 부재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는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점차 감소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5월 본교를 포함한 △연세대 △한양대 △서울여대 △고려대 △한성대 △동국대 △한국예술종합대 △경희대 △단국대 총 10개교를 대상으로 총학생회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총학생회장(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926명의 학생 중 65.7%가 ‘총학생회장(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을 모른다’고 답했다. 또한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약 391명의 학생들은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총학생회에 관심이 없어서(28.4%) △수업 및 취업 준비로 바빠서(15.6%) △선거 당시 신입생이라 할 수 없어서(14.3%) 등이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사회가 변화하면서 총학생회의 역할은 점차 달라지고,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가 변하자, 총학생회도 변했다
 
  1980년대 말 총학생회는 △공정선거감시단 △8·15남북학생회담 △8·15범민족대회를 추진하는 등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학생운동의 선봉에 섰다. 1987년도부터 전국 각지에서 민주화 운동이 발발했고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은 학생운동을 이끌어 나가고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을 결성했다. 전대협은 1987년도부터 1991년도에 이르기까지 1980년대 말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선도하면서 대학생들의 사회 참여를 이끌어 내는 지대한 역할을 했다. 전대협은 해마다 그 규모가 확대됐고 1992년도 6만여 명의 대학생들이 발족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1990년도 당시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에서 활동했던 이현민 교수는 “그 당시 총학생회는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지금보다 뜨거웠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비운동권 학생회가 등장했다. 비운동권 학생회란 운동권 및 반운동권 학생회와 다르게 비정치적 성향을 가진 학생회이다. 독재 정권을 타파하기 위해 과격양상을 띠던 학생운동은 1992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1997년도에 발생한 외환위기(IMF)를 기점으로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의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오로지 취업에 열을 올리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대학 캠퍼스 전반의 풍토는 더 이상 학생운동과 같은 이상적인 집단적 활동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한 후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자기능력 계발에만 매진했다.
 
  또한 학생들의 정치 성향이 다양해지면서 총학생회는 더 이상 모든 학생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할 수 없었다. 총학생회 인식 설문조사에서 보수 성향이라고 답한 학생이 8.9%, 중도 성향과 진보 성향이라고 답한 학생이 각각 47.8% 42.8%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현재 총학생회는 과거처럼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하기보다 정치적 중립을 고수하기 시작했다.
 
  본교 총학생회는 지난해 11월 14일(월)에 열린 언론국 합동 공청회에서 “총학생회는 어떠한 상황에도 정치색을 띠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이서호(경제·13) 총학생회장은 “지난 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다른 학교의 총학생회와 함께 연합할 기회가 있었으나 정치적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칠까 염려돼 연합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각 대학의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복지 및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여대 제45대 총학생회 ‘친한친구’의 경우엔 30개의 공약 중 12개가 복지 분야였고 46대 총학생회 ‘올투게더’도 등록금과 교육, 소통 분야에 집중했다. 마찬가지로 본교의 총학생회도 출마 당시 학생복지와 소통, 그리고 학생 취업 분야에 집중된 주요 공약을 발표했다.
 
 
  총학생회에 관심 저조… 무용론까지 제기돼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낮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최근 청년 실업이 극심해지고 청년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총학생회나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감소하고 있다는 데에 가장 크게 공감했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김찬우(경제·16) 군은 “취업을 하기 위해 높은 학점을 받아야 하고 스펙을 쌓으려 각종 대외활동을 준비해야 하는데 총학생회나 여타 정치 및 사회 문제까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홍준(수학·08) 제55대 전 총학생회장은 “취업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학생들에게서 여유를 찾아볼 수 없게 됐으며 이에 따라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총학생회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총학생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학생도 줄어 (총학생회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일부 학생들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자격요건이 총학생회 후보자로 등록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에서 지난 2015학년도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학생이 학점 평균 2.0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자 학교 측에선 그를 총학생회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화여대는 학칙에 ‘총학생회장은 학점 평균 2.0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 역시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총학생회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도를 표시했을 때 총학생회에 대한 평균 신뢰도는 약 5.61점이었다. 이는 10점 중 반 정도에 불과한 수치다.
 
  더 나아가 일각에선 총학생회의 업무가 축제를 개최하거나 학생 복지를 개선하는 정도에 머무르는데도 ‘과연 총학생회가 필요한가’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 9일(수) 경남대에선 총학생회가 아닌 일반 학생들의 뜻을 모아 약 1182명의 학생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이에 경남대 페이스북 익명 제보 페이지 ‘경남대학교 대신 말해드립니다’에서는 “단순히 축제나 복지 활동에 급급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총학은 사라져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또한 본교 철학과에 재학 중인 A 양은 “단순히 복지 활동을 진행하는 총학생회의 역할이 중요치 않은 것 같다”며 “총학생회는 ‘복지위원회’로 축소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본교 이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는 단순한 복지 이외에도 등록금심의위원회나 학사협의체 등 학생을 대표해 학교에 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기구이다”고 답했다. 
 
 
  총학생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1980년대에 민주주의를 외치던 대학생들과 달리 최근 대학생들은 정치적으로 다변화됐고, 그만큼 요구하는 바도 다양해졌다. 이에 많은 학생들은 총학생회도 시대에 맞게,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2일(월) 서울여대학보사에서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비상대책위원장) 5명이 모여 총학의 미래를 논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과 비상대책위원장들은 총학생회는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바꿔 나가야 한다고 했으며 학생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다면 청년들의 사회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며 “과거처럼 총학이 청년을 대표해 주도적으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전통적인 총학생회의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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