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장르가 담아낼 수 있는 보편적 테마 중 하나는 바로 ‘타자에 대한 공포’이다. 낯선 존재의 위협, 외지에서의 공포와 같이 익숙하지 않은 것들로부터 오는 공포야말로 우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영화 <겟아웃> 역시 타자에 대한 공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이 영화가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장르 영화로서의 특성에 있다. 450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흑인 코미디언으로 잘 알려진 조던 필레의 연출 데뷔작이다. 단순한 호러 영화로 치부하기엔 영화 속에 담긴 사회 비판적 메시지와 시각이 거미줄처럼 조밀하고 단단하다. 흑인 감독의 두 눈에 비친, 여전히 잔존하는 인종차별의 문제가 각 시퀀스마다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며 얽혀있다. 조던 필레 감독이 미국의 흑인 시민으로서 느낀 감정들은 장르 영화로 변주되어 영화의 주인공인 ‘흑인 남성 크리스(다니엘 칼루야)’가 겪는 지옥도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아름다운 백인 여성 로즈(앨리슨 윌리암스)와 흑인 남성 크리스(다니엘 칼루야)는 만난 지 반년을 향해가는 커플이다. 로즈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한 자리를 앞두고, 크리스의 온 신경은 로즈의 부모님이 자신이 흑인인 것을 아는 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이처럼 영화는 여전히 미국 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화두로 진행된다. 나아가 아주 일상적인 순간마저 두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영화 속의 공포가 현실 속의 공포와 교차하는 지점으로 작용하기에 묵직한 카운터펀치를 선사한다. 더욱이 영화는 크리스가 로즈의 집에 머물기 시작하면서부터 한층 더 심화된 불편한 공포로 그를 내몬다. 그 공포를 주는 타자들을 여자친구와 부모, 나아가 마을 사람 전체로 확대하며 진정한 고립의 상태로 크리스를 가둔다. 뿐만 아니라 고립의 끝이 흑인의 건강한 육체와 젊음에 닿아있다는 모티브는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결부된다. 영화 <겟아웃>이 지니는 실질적인 공포야말로 인간적인 욕망에 맞닿아 있기에 대다수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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