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또 하나의 실사 영화가 탄생했다. 바로 프랑스 덩케르크에 고립된 영국 군인들을 대대적으로 구출했던 다이나모 작전을 실사화 한 영화 <덩케르크>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첫 장편 실사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놀란 감독이 <덩케르크>의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두고,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의 결과물이라고 말한 만큼, 영화는 현실의 시간을 재구성하는 생존형 드라마의 형태에 가깝다. 그렇기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의 스펙터클한 전쟁 씬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덩케르크>를 다소 심심한 영화로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놀란의 첫 실사 영화 <덩케르크>는 실제 전쟁에서 사용된 군함을 공수하는 등 당시 전쟁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현장 복원력을 통해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

  영화는 총 3개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동시다발적인 사건을 다룬다. 육군 토미(핀 화이트헤드)가 덩케르크 해변에서 일주일 동안 고립되며 겪는 사건을 기준으로, 군인들의 귀환을 도울 민간 선박 모집에 자진해서 출항하는 도슨(마크 라이언스)의 하루, 상공에서 적군 폭격기를 격추시키는 공군 파리어(톰 하디)의 한 시간이 교차된다. 영화는 바다 위, 민간 선박, 상공에서의 사건을 번갈아 보여주며 전쟁이 가지는 혼란스러움과 긴박함을 표현한다.
 
  또한 대사를 최소화하고, 강렬한 파열음을 영화 전면에 배치하며 전쟁 그 자체를 담아내는데 주력한다. 자연히 <덩케르크>는 전쟁 영화가 갖는 애국심의 부각이라는 패착에서 영리하게 벗어난다. 유혈이 낭자하는 바다 대신 적기가 언제 출현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인물들과 관객들을 방치해 놓으며 실제 군인들이 전쟁 때 느꼈을 공포를 체험하게 만든다. 다소 뒤죽박죽으로 느껴지는 편집 순서 역시 서스펜스로서의 재미가 아닌 인물의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생존이라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심점의 역할을 한다. 즉, 놀란은 그만의 휴머니즘을 통해 생존형 드라마로서 <덩케르크>를 완성시키는데 성공한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