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대학 사정은 암울해… 대학·교수·시민 단체 등 반발 거세져

  수도권과 지역 구분 없이 이뤄졌던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이하 대학평가)와 달리 내년에 시작될 2주기 대학평가는 권역별로 진행될 예정이다. 일부 대학은 평가 방식이 대폭 변경된 2주기 평가를 앞두고 암울하기만 하다.

  교육부가 2주기 대학평가를 권역별로 진행하는 이유는 1주기 대학평가의 평가 방식에 대한 지방 소재 대학들의 적잖은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1주기 평가 결과, 전국 129개 대학이 감축한 총 정원 5만 340여 명 중 72.9%는 지방 소재 대학의 정원이었으며 심지어 정원을 감축한 129개 대학 중 지방 소재 대학이 약 70%를 차지했다. 반면에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대학은 전국 대학 정원의 36%를 점유하고 있지만, 정원감축률은 총 감축률의 22%, 서울 소재 대학은 7%로 낮은 비율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에 △강원대 △안양대 △대구외대 등 일부 지방 소재 대학은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 결과”라며 교육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교육부에 “지방 전문대 정원 감축률에 비해 수도권 대학의 감축률이 매우 낮아 지방 소재 대학이 1주기 평가의 희생양이었다”라며 “교육부는 2주기 평가 지표를 대폭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는 2주기 대학평가 평가 방식을 ‘권역별 평가’로 방향을 바꿨다. 지난달 25일(금) 교육부는 대전 우송대 우송예술회관에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계획 수정안’으로 권역별 평가, 재정지원의 연계 등 2주기 대학평가의 방향을 발표하고 관련 기관의 의견을 수렴했다. 교육부는 지역을 △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강원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으로 나눠 평가해 권역별 균형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수도권 대학들은 수도권 대학들끼리, 충청권 대학들은 충청권 대학들끼리 평가
를 받는 셈이다.

 

  평가 방식 변경했지만…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불만

  수도권역 일부 대학에서는 새롭게 변경된 권역별 평가 방식에 부담을 호소했다.  인천 소재 대학들은 수도권역을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은 전국 대학의 약 35%가 밀집돼 있어 경쟁이 가장 심한 권역이기 때문이다. 인하대 기획처 관계자는 “수도권역의 대학은 약 80곳으로, 30~40개교가 위치한 다른 권역에 비해 밀집도가 매우 높다”며 “교육부 사업에서 수도권을 서울, 인천 그리고 경기도로 나눈 전례처럼 대학평가도 수도권역을 분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도 소재 일부 대학에서는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부터 정원을 감축하도록 평가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성결대 한종길 전 기획처장은 “이대로라면 중·소규모의 경기도 대학들은 꼼짝없이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며 “각 대학의 학생 수요를 고려한 후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부터 정원을 감축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서울 소재 하위권 대학들도 평가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소재 A 대학 기획처장은 “수도권 소재 대학 중 규모가 큰 대학들이 많아 작은 규모의 사립대는 권역별 평가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우리도 이런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일부 대학에서는 규모별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 소재 B 대학 부총장은 “서울 내에 있는 대학이라고 하지만 하위권 대학인 데다가 대학 규모가 작아 평가 지표상에서도 거대 재단의 대형 대학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라며 “권역별 평가를 진행하는 교육부의 의도는 알겠으나 규모가 작은 대학을 배려해 규모별 평가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지방 소재 대학들도 평가 방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먼저 국립대가 많은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권에서는 사립대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충청권은 총 42개 대학 중 △공주대 △충북대 △충남대 등 10개 대학이 국립대에 해당하며, 부산·울산·경남권은 총 28개 대학 중 △부산대 △부경대 △창원대 등 8개 대학이 국립대이다. 정병현 우송대 기획처장은 “사립대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국립대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국립대와 사립대를 따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에 위치한 동아대 기획처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을 이해하면서도 부산·울산·경남권엔 대학도 많고 국립대도 많아 사립대인 우리 대학에는 불공정한 평가 방식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권역에서는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을 지역별로 다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울산·경남권의 26개 대학은 모두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 이상을 받아 경쟁이 더욱 심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동명대 기획처 관계자는 “부산·울산·경남권 대학 중 1주기 평가 때 C등급 이상을 받은 대학이 대다수이다”라며 “비슷한 역량을 갖춘 대학끼리 경쟁을 시켰을 때 실제로 정원을 감축해야 할 만큼 부실한 대학을 걸러내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한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늪… 대학가 반발

  대학가에선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2주기 대학평가에도 변화가 있을 것을 기대했으나, 지난달 25일(금) 교육부는 대학평가 기본 계획 수정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2주기 대학평가 시행이 뚜렷해지면서 대학가에서는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4년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지난 1일(금)에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표했다. 대교협은 “대학 사회는 교육부의 2주기 대학평가 시행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대학 서열화 방지를 위해 대학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불일치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주기 대학평가에서 대학을 서열화해 정원을 감축하는 방식에 따라 발생한 폐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부 주도의 대학평가는 전국의 절반이 넘는 대학을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어 고등교육 생태계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수단체도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며 대학평가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 등 20여 개 대학·교수단체는 대학평가 기본계획 수정안이 발표된 당일 오후에 우송예술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교협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2주기 대학평가를 중단하고 대학 정원 감축에 대한 방법론을 전면 재구성해야한다”며 “정부의 획일화된 대학 구조조정과 재정지원사업에 의해 대학 교육의 다양성과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교련은 “1주기 대학평가는 지난 정부의 적폐 중의 적폐”라며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역시 “2주기 대학평가를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기본 방향 유지될 전망… 교육부, “소통 우선시할 것”

  교육부는 내년 3월에 있을 2주기 평가를 앞두고,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평가 계획을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7일(목), 교육부는 각 대학에 ‘2019학년도 입학정원 계획’이라는 공문을 보냈고,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대학의 총 정원을 동결하거나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교육부가 박근혜 정부로부터 추진해온 대학 정원 감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직·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달 25일(금)에 교육부가 대학평가 기본계획 수정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류장수 신임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대학 정원 감축을 자율에 맡길 경우 지방 소재 대학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중단하기 어렵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과의 소통을 우선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류 위원장은 “대학구조개혁평가가 고등교육과 깊게 얽혀있는 만큼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한) 좋은 의견이 있으면 반영해 좋은 안으로 제시하겠다”라며 “각 대학 당국의 이해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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