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수업들이 내 숨을 조여온다. ‘수강신청을 성공했는데 주5일 1교시라니……’ 통학을 하는 학생으로써 매일 밤 다음날 아침 일어날 생각을 하면 숨이 탁 막힌다. 잠에서 덜 깨고, 아침밥으로 인한 엄마와의 다툼으로 머릿속 열기가 식지 않았을 때 지하철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잔잔한 인디 음악을 들으며 책을 펴면 나름 시간이 기분 좋게 잘 간다. 그 중 최근에 읽은 한 권의 책에 꽂혔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제일 시간이 빨리 간 책이다. 영화로는 보지 않았다, 실망할 것 같아서.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1세기를 산 정치적으로도, 다른 모든 입장에서도 중의적인 노인 ‘알란’이 너무나도 따분한 노인정의 생활에서 충동적으로 탈피하고 싶어서, 창문을 뛰어넘어 무작정 멀리 떠나는 (심지어 자신의 생일날에)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그는 현재진행형으로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책 속에는 100세 노인인 ‘알란’의 과거 이야기 뿐만 아니라 만난 이들의 과거 이야기까지 복합적으로 펼쳐진다.

  사실 여름 방학 때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알란과는 사뭇 많이 다른 관점, 중의적인 입장이 아닌 나의 주관적인 입장이 뚜렷한 상태에서 다녀와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유럽에서 40일 넘게 지내면서 나 또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내 옛 과거를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의 과거 얘기도 들으며 배낭 여행을 무사히 끝냈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듯이 책 속의 내용과는 느낌이 달랐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것은 아니고, 일탈을 하고 싶어서 떠난 여행도 아니었다. 그저 예전부터 계획하고 떠난 여행이라 감동이 덜 했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떠나고 싶어졌다. 다른 시야로, 다른 방식으로.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떠나고 싶을 때, 그땐 망설임 없이 창문을 넘어 도망치는, 아니, 도망치기보다는 (겁쟁이 같아 보이니까) 창문을 넘어 떠난 20대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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