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지방거점국립대 간 네트워크 형성 △공영형 사립대 확대 등 도입돼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정치와 경제,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정책이 끊임없이 제시되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할당제, 국·공립대 네트워크 형성 등 새로운 정책들이 눈에 띈다. 특히 이번 정부는 교육 분야에서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교육 정책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새로운 방향의 정책들을 내놓는 새 정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본지는 이를 통해 현재 대학가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과 ‘지방거점국립대 통합 방안’ 등 새 정부에서 제시한 대학 정책들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1. 스펙 없는 이력서, ‘블라인드 채용’
 
  정부에서 발표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이 현재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전체 공공기관 332여 개에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후 전면 시행에 돌입했으며, 지방 소재 공기업 149여 개에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기관 및 기업이 출신 지역이나, 학력 등 지원자에 대한 편견을 줄 수 있는 조건을 배제한 후 인성과 적성, 업무 능력을 중심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공기관과 지방 소재 공기업에서는 지원자에게 입사지원서와 면접을 통해 △출신 지역 △가족관계 △신체적 조건 △사진 △학력 등의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올해 하반기 채용공고에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입사지원서에서 사진과 성별, 출신지 등의 기입란을 삭제한 후 모든 지원자에게 필기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예금보험공사도 마찬가지로 입사지원서에 지원자의 인적사항과 어학성적을 기입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기업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하고, 400여 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민간 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할 수 있도록 크게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취업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면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즉, 취업을 위해서 다양한 스펙과 경험을 쌓아야만 했던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수도권 소재 ‘ㄱ’ 대학교 관계자는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학벌에 따른 차별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블라인드 채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A 양은 “아무리 입사지원서에 학력 등을 기입하지 않게끔 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취업에 유리한 특정 계층이 발생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영남권 소재 ‘ㄴ’ 대학교 기획처장은 “서류 심사 과정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더라도 지방 소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각 대학들은 블라인드 채용에 대비해 학생들의 업무 및 실무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호남권 소재 ‘ㄷ’ 대학교 관계자는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직무적합성을 평가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이하 NCS)을 기반으로 직원을 채용할 전망이다”라며 “현재 NCS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남권 소재 ‘ㄹ’ 대학교 취업팀 관계자는 “학생들의 다양한 직무 경험이 입사를 판가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라며 “현장 실습 및 직무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2. 지역의 균형과 발전을 위해, ‘지방거점국립대 간 네트워크 형성’
 
  최근 대학가에 지방거점국립대(이하 거점국립대) 간의 연합대학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교육 정책의 목표를 교육 불평등과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는 데에 둔 문재인 대통령은 거점국립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국·공립대 간의 연합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이어 강원대와 부산대, 전남대 등을 비롯한 거점국립대 9곳에서도 거점국립대를 통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실제로 지난 7월 4일(화)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거점국립대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만일 거점국립대가 연합대학으로 운영될 경우 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거점국립대 9곳인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북대가 ‘한국대학교(가칭)’라는 이름하에 각각 지역별 캠퍼스로 명명된다. 즉, 전북대는 ‘한국대 전북캠퍼스’이며, 경북대는 ‘한국대 경북캠퍼스’로 불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학생들은 9개의 대학 중 자신이 원하는 캠퍼스에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정부가 거점국립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중소 국·공립대와 지방 소재 사립대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이는 거점국립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될수록 이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7일(화) 전국 19개 지역중심 국·공립대 기획처장협의회에서 개최한 긴급회의에서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육성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부경대 류장수 기획처장은 “만일 정부가 거점국립대만을 지원하게 된다면 서울과 지방간의 격차가 벌어진 것처럼 각 지방 내부에서도 또 다른 격차가 초래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방 국·공립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 역시 불안감을 토로했다. 지난 7월 12일(수)에 열린 전국 50개 대학의 총학생회의 ‘대학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 제안 기자회견’에서 강릉 원주대 김한빛찬 총학생회장은 “정부의 교육 정책 중 중소 국·공립대에 대한 지원 방안이 빠져 있다”며 “오히려 국·공립대 간의 통합을 가장한 대학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거점국립대 간의 연합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거점국립대학교 이남호 총장협의회 회장은 “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며, “‘한국대학교’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앞으로 충분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3. 사학비리를 근절하자, ‘공영형 사립대 확대’
 
  이밖에도 정부는 오는 2019년도부터 공영형 사립대를 점차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공영형 사립대는 정부와 사립대가 공동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형태로, 대학 운영자금의 일부를 정부의 지원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대신, 사립대의 이사회를 구성할 때 전체 이사 중 절반을 정부에서 지정한 공익이사로 배치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대학 내에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고자 내세운 공약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공영형 사립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즉, 재정상황이 크게 열악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사립대가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공영형 사립대로의 전환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히 발전가능성이 높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들은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에선 어떤 대학들을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는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정부가 이 정책을 실현시키려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재정을 확보해야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10여 개 사립대를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은 기관에 따라 연 35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아직까지 논의된 바 없으나, 위와 같이 전반적인 정책의 방향만이 결정된 상황이다. 본 정책은 지난 2012년도 제18대 대선에서도 논의됐었으나, 공약으로 포함되지 못했다. 이어 사학비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학의 비리를 없애고 이를 공영화하는 내용으로 알려져 오히려 재정상황이 열악한 부실대학을 연명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추후 공영형 사립대를 확대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한편 정부에선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비리를 저지른 대상을 대학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와 비리가 발생한 대학을 정부재정지원사업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도 계속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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