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처음으로 이메일 주소를 갖게 되었다. 쓰는 데 편지보다 힘이 덜 들고 보내는 즉시 상대방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메일이 신통방통하게 느껴졌다. 편지지도 선택할 수도 있고 배경 음악도 넣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더는 편지도 이메일도 보내지 않게 되었다. 이메일도 구식이 된 시대에 학생들은 카카오톡을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글을 제대로 써 본 일이 없고 써 볼 일도 없으니 글쓰기가 영 자신 없고 부담스럽게만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근래 속속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책을 펼쳐 보면 실망하기 일쑤다. 원론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에 머물고 있거나 글의 구조와 원리를 지루하게 설명하고 정서법을 지적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

  학생들이 쓴 글을 보고 있으면 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글쓰기 오류가 늘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수가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면 오류로 굳어지는데, 오류는 오랜 버릇이나 습관처럼 화석화되어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생각, 주장, 신념, 정서 등을 언어로 표현하는 행위이다.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글이 쉬워야 한다. 어머니가 읽었을 때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 밖에도 적어를 적소에 사용해야 하고 논리에 빈틈이 없어야 하며 내용에서 진정성이 느껴져야 한다. 또한 응결성과 응집성을 갖추면 짜임새 있는 탄탄한 글이 될 수 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나의 잘못된 글쓰기 습관을 바로잡고 사회에서 통용되는 글쓰기 규약을 지킬 필요가 있다. 그럴 때만이 오해, 오독, 혼란 등을 줄여 다양한 맥락과 상황에서 최선의 글쓰기가 가능할 것이다.

  유시민 작가가 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논리적 글쓰기를 하는 데 필요한 덕목과 방법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풀어놓고 있어서 도움이 된다. 특히 본인이 체득해 효과를 본 방법을 쉬운 표현으로 명료하게 설명한다.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문장을 쓰는 방법, 논증의 특성과 규칙, 글쓰기의 철칙, 모국어가 중요한 이유, 글쓰기에 유익한 독서법, 글 바로 쓰는 법, 글에서 불필요한 무게를 덜어내는 법 외에도 혹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라거나 어휘는 지식수준에 비례한다는 등 중요한 조언을 해 준다. 글쓰기 책이면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책들도 소개한다. 내가 쓰는 글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 주는 정도로는 충분한 책이다. 

  내 생각을 덧붙이면, 원론적인 말이지만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 내 생각을 글로 많이 써 보는 것, 많이 생각해 보는 것이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면,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내가 모르는 단어를 단어장에 적고 용례를 통해 단어의 쓰임을 익힌다. 틈틈이 단어장을 보면 나중에는 단어 운용의 폭이 비약적으로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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