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곳에서 그럴듯하게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학기가 시작되면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과제와 시험, 졸업 후 백수로 남지 않기 위한 각종 대외활동과 자격증 취득, 어학연수 등 대학생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은 끝이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대학교에 다니려면 기본적으로 등록금이 필요하고 대외활동과 자격증 취득 등 이른바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에도 그만큼의 비용을 내야 한다. 이외에도 식비와 교통비 등 다달이 들어가는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전체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와 학교, 타 기관에서는 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마저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한정돼 있어 주최 측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가장 적합한 지원자만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 증명해야 한다. 교내 장학금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장학금을 신청할 때 학생들은 성명과 학적,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 외에 자신이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사유서나 자기소개서에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큰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낀다. 물론 자신의 가난을 밝히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난이란 곧 계급층의 밑바닥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국가는 철저한 자본주의 시스템하에서 가난을 개인이 짊어져야 할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와 학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그들이 장학금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를 들어 우리를 설득해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이에 따라 국가와 학교는 공정한 방식으로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장학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이전에는 교육을 사유재가 아닌 공공재로,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로 다시 정의하는 작업이 전 국가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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