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로 성장하는 인생, ‘마디 학교’에 가다
마디로 성장하는 인생, ‘마디 학교’에 가다
  • 권미정 수습기자
  • 승인 2017.11.06 15:26
  • 호수 11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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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면 여러 굴곡이 찾아온다. 그것은 우리에게 슬픔이나 기쁨, 분노 등 여러 형태로 다가온다. 본지는 지난 2일(목)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생각하는 콘서트에 방문했다. 콘서트의 강연자 권기봉 역사여행가와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모두 그러한 굴곡을 인생의 ‘마디’라고 칭하며 그 시기는 인간에게 매우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생의 마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본지와 함께 그들이 소개하는 인생의 마디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자.

인생의 마디가 가르쳐 주는 삶의 해답
                   -권기봉 역사여행가
 
  제 직업은 역사 여행가입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역사 여행가’라는 직업을 생소하게 느끼실 거예요. 왜냐하면 역사 여행가는 제가 스스로 붙인 직업명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오늘 여러분께 역사 여행가가 어떤 직업인지, 이름도 생소한 역사 여행가의 길을 어떻게 걷게 됐는지 등 제 삶의 마디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해요. 
 
  어린 시절, 저는 호기심이 많은 산골 소년이었어요. 저는 항상 제가 살던 마을 바깥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어요. 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부모님의 계모임을 따라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뿐이었죠. 그때마다 저는 마을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상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어요. 
 
  저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여행을 가기 위해 2년간 열심히 200만 원을 모았어요. 그런데 비행경비나, 교통비 등 필수적인 경비를 제외하고 나니 제게 남은 돈은 30만 원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밤기차를 이용해 숙소를 해결했고, 코인 락커를 이용할 비용도 부담돼 비닐봉투 하나를 배낭삼아 여행을 다녔어요. 짐을 줄이기 위해 옷도 셔츠 한 장만 입고 다녔고요. 물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그리고 여행을 하던 중 저는 하나의 큰 가르침을 얻게 되었죠. 
 
  제가 스페인에 도착했을 때 한 무리가 “구속당한 나의 자녀를 석방시켜 달라”고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었어요. 저는 거기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제가 봤던 것들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같은 유적들이 전부였을 뿐, 그들의 아픔이나 역경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실 유럽 모든 곳이 꼭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곳은 아니었을 텐데 저는 오로지 즐겁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여러 사람들로 구성된 모든 사회는 갈등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게 저는 앞으로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특히 우리나라의 오래된 과거보다는 현재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준 근현대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로 결심했죠. 지금 돌이켜보면 이러한 생각과 느낌 하나하나가 지금의 저를 역사 여행가로 만들어준 계기이자 인생의 마디인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물론 제가 몇 백 년도 더 된 유물과 같이 우리가 평소 마주하는 문화유산들을 함부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현대 사회를 만든 지난 백 년 즉,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군사 독재기, 민주화 시기까지의 그 역사적인 공간들을 집중적으로 탐구했어요. 오래된 유물이 위치한 공간은 주로 교외에 있기 때문에 개발의 압력을 피할 수 있었던 반면 도시 근교에 있는 근현대사적 유물들은 도시 개발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철거되는 경우가 많았죠. 그 역사적 공간이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철근이나 콘크리트 같은 소재로 구성돼 있어 사람들에게 역사적 유물로써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등한시된 경우도 많았어요. 이 밖에도 일제 강점기와 군사 독재 시절처럼 어둡고 슬픈 역사를 대표하는 공간들은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였죠. 저는 근현대사적인 공간들이 소외되는 모습을 보면서 근현대의 100년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했고, 저와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역사를 공부하면서 저는 역사는 전체적으로 인권이 신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자세히 보면 진보와 퇴고를 거듭하면서 나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예를 들어 경복궁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태조 이성계가 지은 경북궁은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졌고 이후 흥선 대원군이 경북궁을 재건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철거됐어요. 그리고 그 자리 앞에는 조선총독부가 지어졌어요. 그러나 일제강점기 당시 경북궁이 있던 자리에선 ‘조선 물산 공진회’라는 이름의 엑스포가 열렸죠. 경북궁에서 이 엑스포가 열린 이유는 경북궁의 역사와 전통을 이용해 조선의 멸망과 일본의 승리를 좀 더 효율적으로 비교하기 위해서였어요. 더불어 경복궁이 일제강점기 때에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된 것은 아니에요. 지난 독재정권 시기에도 경북궁의 역사와 전통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됐어요. 독재정권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얻었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했고, 역사적 공간인 경복궁을 통해 당 정권에 역사적 권위를 부여하고자 했죠. 이처럼 역사는 계속 반복돼요.  
 
  이렇게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모여 지금의 한국이 만들어지게 됐어요.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과 사건은 과거에도 비슷한 형태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즉,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 맞닥뜨린 갈등과 선택의 순간들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번아웃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 
 
  사춘기를 종종 ‘정체성의 위기’라고 표현하는 만큼 제게 마디와 가장 비슷한 말은 사춘기에요. 사춘기는 청소년기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여러 번, 많게는 다섯 번 이상 찾아오기도 해요. 사춘기는 물론 사람들에게 우울한 마음이나 감정 기복을 부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감정의 변화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도 있어요. 정신의학계에서는 사춘기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학문적 이슈가 발생했고, 그 이슈 중 하나가 오늘의 주제인 번아웃증후군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번아웃증후군은 수직증후군이라고 부를 수도 있어요. 수직증후군이란 최근 정보사회가 도래하면서 사람들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정보량도 많아지고 사회가 급변하게 돼 우리 뇌가 외부적인 변화나 자극에 이기지 못해 방전되는 현상이에요. 이 현상을 사람들은 건망증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당장 주변 친구들이나 이웃들만 살펴봐도 본인이 건망증인 것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을 만큼 번아웃증후군은 흔한 증상이죠. 동시에 여러분이 마음속에 감정의 격동이 오고 있단 증거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이번 강연을 통해 여러분께 번아웃증후군을 극복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찾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번아웃증후군은 단순히 기억을 깜빡 잊어버리는 증상이 아니에요. 오히려 번아웃증후군이 생기면 눈에 띄지 않는 큰 질병이 뒤따르게 마련이에요. 바로 마음의 병이죠. 애초 번아웃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지쳤기 때문이에요. 또한, 뇌가 지치는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지나친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사람에게 자극이 가해지면 그에 따라 뇌는 여러 감정을 만들어내죠. 그 자극의 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 뇌가 만들어내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이에요. 결국, 대부분 현대인의 뇌가 과부하를 겪고 있다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뇌의 피로가 번아웃증후군의 원인이고, 이는 마음의 병이라 볼 수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번아웃증후군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의사로서 만났던 수많은 환자 중에 한 분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중년 여성분이 제게 찾아왔어요. 아들을 둘 키우는 한 집안의 어머니셨는데 아들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소모가 많아 너무 힘들다고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때 저는 그분께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냐 물었어요. 신기하게도 그분은 봄이 온 지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아이를 낳기 전엔 꽃가게를 운영하시던 분이었음에도 말이에요. 이러한 증상은 건망증과 달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번아웃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신의 주변 환경에 충분히 신경을 쓸 만큼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것이죠. 또 아들들을 훈육하는 것에 소모할 만큼의 감정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지금 이 강연을 듣고 있는 분 중에도 자신이 번아웃증후군에 걸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이에 따라 저는 이 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을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해요. 번아웃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뇌의 피로를 풀어야겠죠. 뇌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저는 3가지 방법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첫째로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번아웃증후군에 걸리면 뇌가 지쳐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으로부터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사실 모든 인간관계란 어려워요. 가장 가까워야 한다는 부부관계만 보더라도 갈등의 연속이잖아요? 하지만 가끔은 한 발짝 물러서서 내 인생과 주변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 멀리서 바라본다면 내가 싫어하는 누군가의 단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장점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인간관계도 더 돈독해지고, 내 마음의 병도 나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자연을 즐기는 것이에요. 꼭 거창한 숲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있는 공원에 가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보는 건 어떨까요? 소위 얘기하는 ‘멍 때리기’가 나쁜 게 절대 아니에요. 우리 뇌의 과부하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죠. 즉 지친 뇌를 잠시 쉬게 하는 것이죠. 자연의 정취를 느끼면서 말이에요. 마지막은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바쁘기 때문에 문화를 누릴 시간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10분간 요가 동작을 따라 하거나 주말에 영화를 보는 등의 일들은 우리의 지친 뇌와 스트레스를 줄여주기에 굉장히 좋아요. 
 
  앞서 말씀드린 3가지 방법은 일상에서 시행하기에 어렵지 않을 거예요. 저 3가지 방법의 공통점은 바로 ‘쉼’입니다. 쉬는 것이 부족하면 지치고, 피로가 누적되면 매사에 온전한 생활을 할 수가 없어요. 휴식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가져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을 지치게 하는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가끔은 온 마음으로 휴식을 취해보세요. 지친 여러분께 분명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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