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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대학생들… 청년 주거난 여전
현재건 기자  |  ryan5076@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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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6호] 승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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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한 사립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A 군은 올해 초에 학교 기숙사 신청을 했지만 경쟁에서 밀려 학교 근처에 있는 단칸방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1000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과 월세 50만 원.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에 A 군은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내년에 기숙사에 붙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의 주거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화)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공개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및 주거 빈곤 가구 실태분석’에 따르면 서울 청년 1인 가구 주거빈곤율은 2000년도 31%에서 2015년도에 37.2%로 증가했다. 전국 가구의 주거빈곤율이 2000년도 29.4%에서 2015년도 11.6%로 낮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지난해 전국 청년 1인 가구 주거빈곤율이 29%였던 반면 서울 청년 1인 가구 주거빈곤율은 40.4%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서울 청년들의 주거 빈곤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주거빈곤율은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소 주거면적보다 못 미치는 공간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율이다. 1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이 14제곱미터(약 4.2평)이다. 즉, 홀로 사는 서울 청년 10명 중 4명이 4.2평보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대학생의 주거난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기숙사 확충은 더딘 상태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186개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21%에 그쳤다. 특히 수도권 대학 24개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비수도권 24.4%에 비해 16.1%로 더욱 열악했다. 대학생 10명 중 약 2명만이 기숙사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

 

  주민 반대로 기숙사도 못 지어…

  열악해진 청년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각 대학에 기숙사를 건축할 것을 적극 장려했지만 각 대학은 기숙사를 건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 주민들이 대학 기숙사 건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의 경우 부족한 기숙사를 확충하기 위해 2015년도에 학교 내에 약 2천 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의 건축 계획을 발표했으나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로 보류 중에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한양대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학생들의 자취방 수요가 줄어든다며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넣으며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양대 총학생회가 학교의 기숙사 건축을 위해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거나 지역 주민들과 면담을 가지는 등 학생과 지역사회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고려대도 지난 2013년도부터 인근 개운산 내의 부지에 기숙사를 건축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공원 내 산림 파괴를 우려해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는 “학교가 주민들의 체육시설을 보장하고 녹지를 복원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지역 주민들은 환경보존을 빙자한 자취방 수요의 감소를 우려해 기숙사 건축에 반대하고 있다”며 “성북구청 역시 유권자인 주민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지역구는 유권자인 주민들의 반발 여론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기숙사를 건축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을 설득시키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 반대에 가로막힌 대학이 많다”며 “건축 허가는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지역 주민을 설득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 소재 대학들 비용 문제로 인해 기숙사를 짓지 못하는 실정이다. 학교 자체에 부지가 없다면땅을 매입해 기숙사를 건축해야 하지만 서울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지가가 월등히 비싸 기숙사 건축을 위해서는 과다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규모는 큰 차이를 보였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31일(화)에 발표한 ‘2017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대학은 16.1%로 비수도권대학 24.4%보다 8.3% 낮았다. 서울 소재 A 사립대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사립대 재정 악화로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 기숙사를 확충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취방 월세보다 비싼 기숙사비

  기숙사를 건축해도 청년 주거난은 여전하다. 민자 기숙사가 늘어나면서 원룸 월세보다 비싼 기숙사비를 받는 대학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자 기숙사란 외부 사업체가 사업을 맡아 기숙사 건설비용을 부담하고 기숙사 운영에서 생기는 수익을 가져가는 기숙사를 말한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가 월세 평균이 약 48만 원인 반면에 서울 소재 사립대 25개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민자기숙사 41동 중 1인실 기준 월평균 기숙사비가 50만 원 이상인 기숙사는 8곳, 40만 원 이상인 기숙사는 16곳으로 밝혀졌다. 연세대의 SK 국제학사가 1인실 기준 월평균 65만 5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고려대 프런티어관 59만 5000원, 건국대 민자 1·2 기숙사 58만 5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렇듯 민자 기숙사비가 비싸 서울 지역 대학가의 일부 학생들은 기숙사 입주가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B 군은 “학생의 주거권을 보장해주고 주거비용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학교 기숙사가 대학가 단칸방 월세보다 비싼 것은 기숙사 건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며 이를 지적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위원은 “이대로라면 대학생들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가계에 부담이 전가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값비싼 기숙사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없어 가계에 부담을 가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육부의 ‘2017년 등록금 납부제도 실시현황’에 따르면 대학 기숙사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없는 기숙사는 329곳 중 296곳으로 약 90%에 달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기숙사비 한 학기 분량을 다 내야 해서 학생들은 큰돈을 일시불로 지불해야한다”며 이는 가계의 목돈 마련에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임대주택제도 계약률 하락 추세…

  기숙사 수용률이 미비하고 청년 주거난이 심각한 가운데 대학생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대학생 임대주택제도’의 임대주택 계약률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청년임대주택 입주대상자 계약률은 △2014년: 77% △2015년: 67% △2016년: 61%로 하락했다. 대학생 임대주택제도는 전세계약을 대신 맺어주고 전세금을 지원해주어 대학생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이다.

  계약률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전세금 시세에 비해 지원금의 규모가 작고, 절차도 복잡해 집주인들이 임대를 꺼리기 때문이다. 연세대와 서강대가 있는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원룸의 전세 보증금은 약 9천만 원, 홍익대가 있는 서교동 인근은 1억 2천만 원, 서울대입구역 인근은 1억 6천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에 비해 대학생 임대주택 지원 한도액은 수도권이 8천만 원이기 때문에 지원대상자로 선정돼도 목돈이 없다면 입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가가 전세 계약을 대신 맺어주는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입주대상자와 집주인이 불편을 겪는다. 입주대상자와 집주인이 먼저 계약을 약속하고 LH에서 파견한 직원이 입주대상자, 공인중개사, 주택의 주인을 만나 최종 전세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작구의 한 중개인은 “집을 내놓은 주인들은 빠르고 간단한 거래를 원하는데 대학생 임대주택은 일반 거래보다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아 번거롭다”고 전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은 “저소득 대학생의 주거 안정이란 취지에 부합하도록 지원금을 현실적으로 늘리고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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